1967년 제정 이후 홍보 주일 담화문은 개인의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간과한 것은 아니지만, 상대적으로 사회(대중) 커뮤니케이션 차원에서 언론의 영향력을 강조해 왔다. 반면에 2022년 홍보 주일 담화문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은 개인의 커뮤니케이션 능력으로서의 경청을 강조하고 언론에 대해서는 형식적으로만 언급하였다. 이는 언론에 대한 교회의 기대가 축소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특히 언론 현장에서 가톨릭 신앙을 갖고 살아가는 언론인들에게는 이러한 변화가 일종의 도전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도전은 언론과 언론인에 대한 교회의 이해가 어떻게 변화됐는지를 살펴봄으로써, 오히려 가톨릭 신앙을 가진 언론인들이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새로운 기회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언론의 역할을 구체적으로 강조하기 전에, 교회는 대중 매체 혹은 사회 커뮤니케이션 수단의 영향력을 강조해 왔다. 1936년 교황 비오 11세는 ‘활동 사진에 관하여’(Viglanti Cura)라는 회칙을 통해 최초로 대중 매체가 선용되지 않을 때 일어날 수 있는 위험에 대해 경고하고, 대중 매체의 윤리적 이용에 대해 강조하였다. 이때 대중 매체는 구체적으로 영화를 지칭하는 것이었다. 이후 1956년 비오 12세는 회칙 ‘활동 사진, 라디오, 텔레비전’(Miranda Prorsus)을 통해 뉴스와 같은 대중 매체가 공동선을 위해 중요한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언급하였다. 뉴스라는 직접적인 표현의 등장은 오늘날의 언론의 역할을 이때부터 염두에 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후 제2차 바티칸공의회 사회에 관한 교령 ‘놀라운 기술’ 5항은 정보, 또는 뉴스의 취재와 보도가 인간의 정당한 권리와 존엄성 그리고 도덕률을 충실히 지켜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제1차 홍보 주일 담화문에서 교황 바오로 6세는 사회 커뮤니케이션 수단을 통해서 제시되는 뉴스나 사상이나 영상들을 독자와 관객이 인간적, 도덕적, 종교적 관점에서 비판적으로 평가하고 수용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하였다.

(원본 출처 = Pixabay)
(원본 출처 = Pixabay)

구체적으로 언론인이라는 표현이 등장하면서 언론 기관 종사자들의 역할을 언급하기 시작한 것은 1983년 교황 요한바오로 2세의 17차 홍보 주일 담화문에서부터다. 이후 교황은 1988년 22차 홍보 주일 담화문을 통해서는 언론인들이 언론 활동을 통해 정보와 커뮤니케이션의 질서를 형성하는 데 이바지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특히 1989년 23차 홍보 주일 담화문에서는 커뮤니케이션 종사자와 언론인들을 구분하기 시작하였다. 1992년 26차 홍보 주일 담화문에서는 가톨릭의 전문 언론인들 모임을 언급하면서 가톨릭의 언론인들이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러한 기조 속에서 1992년 발표된 교황청 사회홍보평의회 사목 훈령 ‘새로운 시대’(Aetatis Novae)는 커뮤니케이션 영역에서 활동하는 언론인들이 맞부딪히는 독특한 작업 환경이나 윤리적인 도전에 대응할 수 있도록 사목적인 차원의 도움이 제공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와 더불어 미디어 현업에 종사하는 언론인들이 윤리적으로 도덕적으로 옳은 것이 무엇인지를 고민해야 하며, 교회는 이를 돕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 마련을 요구한다. 훈령은 언론인이 자신이 종교를 가졌는지와 상관없이 기본적으로 공동선을 지향해야 할 것으로 간주한다.

교황 요한바오로 2세는 1998년 32차 홍보 주일 담화문을 통해 그리스도를 믿는 언론인을 구분하여 언급하기 시작하였다. 구체적으로 그리스도 신자 언론인들은 진리의 힘으로 현대인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제시해야 한다. 이들은 무엇보다 내적 생활, 곧 영성 생활에 대한 교육을 통해 하느님과 더욱 깊은 친교를 이루며, 새로운 복음화의 주역으로서 동료들에게 희망을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 교황은 2003년 37차 담화문을 통해 커뮤니케이션 매체 종사자들이라는 표현을 사용하여 언론인의 역할을 강조한다: ‘커뮤니케이션 매체의 종사자들은 분별을 통해 진리와 선에 대한 투신이 요구된다. 불신의 벽을 허물고, 다른 사람의 관점을 고려할 줄 알며, 민족과 국가들을 상호 이해와 존중 또 이를 넘어 화해와 자비로 불러 모으고자 끊임없이 노력함으로써 세계 모든 곳에서 평화에 이바지할 의무가 있다. 이 모든 것은 힘든 과제이지만 지나친 요구는 아니다.’

이와 같이 교회는 사회 커뮤니케이션의 영향력을 일찍부터 주목해 왔으며, 이 분야에서 활동하는 가톨릭 언론인들에 대해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 왔다. 하지만 교황 요한바오로 2세 이후 베네딕도 16세 교황과 프란치스코 교황은 언론이나 언론인의 역할에 대해 직접적으로 강조하기보다는 사회 커뮤니케이션이 윤리적 토대를 잃고 인간의 존엄성을 더 이상 중요하게 고려하지 않는 상황을 우선적으로 강조해 왔다.

사회 커뮤니케이션 매체의 영향력을 거스르기에는 교회가 역부족이라는 시급성으로 인해 언론과 언론인의 역할에 대해 교회의 구체적인 언급은 과거보다 분명히 줄어들었다. 하지만 이러한 현실이 가톨릭 언론인의 역할 축소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가톨릭 언론인이 신앙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지켜 나가는 것이 갈수록 어려워질 것을 짐작하게 한다. 철저하게 세속화된 조직에서 가톨릭의 가치를 실현한다는 것이 가톨릭 언론인들에게 얼마나 큰 도전일지 솔직히 필자는 가늠조차 할 수 없다. 언론과 사회 커뮤니케이션의 현실이 교회가 지향하는 방향과 멀어질수록, 가톨릭 언론인들이 내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는 교회의 관심과 지원이 절실해 보인다.

한창현(모세)

성바오로수도회 사제
서강대학교 신문방송학과 박사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저작권자 ©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