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노사위, ‘노동과 신앙’ 인식 조사 결과

노동에 관한 인식 조사 결과, 신자들은 임금 공정성, 휴식과 여가, 산업 안전, 일자리 부족 등 여러 노동 현안에서 정의롭지 않다고 여기고 있으며, 사회교리를 바탕으로 한 노동 교육에 대한 요구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5월 1일 노동절을 앞두고 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원회(이하 노사위)가 지난해 10월 세계 양질의 노동의 날 기념으로 실시한 ‘노동과 신앙’에 관한 인식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는 2021년 10월 7일부터 31일까지 진행됐으며 총 309명이 설문에 참여했다. 여성 216명(69.9퍼센트), 남성 93명이 답했고, 30대(28.2퍼센트)와 40대(29.8퍼센트) 응답자가 가장 많았다. 직업군으로는 임금노동자가 179명(57.9퍼센트)으로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는 자영업자/사업주가 38명(12.3퍼센트) 참여했다.

노사위는 이번 조사에 대부분 노동에 상대적으로 관심이 높은 이들이 참여했을 가능성이 크므로, 그 결과가 가톨릭 신자의 인식을 대표하지는 않을지라도, 교회와 노동사목에 주는 시사점이 적지 않다고 봤다. 

몇 가지 응답을 살며보면, 신자들은 신앙인으로서 대부분 자기 일을 하느님의 소명으로 여기고 있고(79.3퍼센트), 일터에서 천주교 신자임을 드러낸다(91.3퍼센트). 또 94퍼센트가 노동을 통해 사회에 기여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응답했다. 

90퍼센트 이상이 신앙인으로서 일터에서 부당한 일을 목격하면 이의를 제기할 의지가 있으며, 83퍼센트가 가톨릭교회가 노동의 가치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고 생각한다.

노동 현장에서 교회의 관심과 지원이 가장 필요한 약자로는 장애인 노동자(43.6퍼센트), 산재 피해 노동자(36.2퍼센트), 이주 노동자(32.4퍼센트), 청소년 노동자(31.4퍼센트) 순으로 답했다.

노동 관련 사회적 약자 인식에 관한 답. (이미지 출처 = '노동과 신앙' 인식조사 분석 결과 보고, 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원회)<br>
노동 관련 사회적 약자 인식에 관한 답. (이미지 출처 = '노동과 신앙' 인식조사 분석 결과 보고, 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원회)

산재 원인에 대해서는 ‘이익을 최우선시 하는 경영’(78퍼센트) 때문이라는 답이 가장 많았다. 직업별로 보면 사업주 집단이 ‘노동자의 안전의식 부족’이라고 답한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았고, 임금노동자는 기업의 원인을 더 높게 지적했다. 이에 노사위는 “경제활동 집단별로 교육이 필요함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휴식과 여가가 충분한지를 묻는 질문에는 85.4퍼센트가 부정적으로 답했다. 또 88퍼센트가 보수가 충분하지 않다고 답했고, 충분한 보수를 받지 못하는 이유로 ‘비정규직 일자리가 많아서’(67퍼센트), ‘대기업이 낮은 하청단가를 책정해서’(64.4퍼센트)라는 응답 비율이 높았다.

충분한 보수를 받지 못하는 이유. (이미지 출처 = '노동과 신앙' 인식조사 분석 결과 보고, 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원회)<br>
충분한 보수를 받지 못하는 이유. (이미지 출처 = '노동과 신앙' 인식조사 분석 결과 보고, 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원회)

일자리가 충분히 제공되고 있는지는 87.4퍼센트가 부정적으로 답했으며, 일자리 부족의 원인으로는 응답자의 50퍼센트 이상이 ‘정부의 효과적인 고용 정책의 부재’를 꼽았다. 다음으로 ‘변화된 산업 환경에 대비하는 직업훈련 부재’라고 본 이들은 43.6퍼센트였다.

노동조합이 사회교리에서 제시하는 역할, 즉 노동자의 권리를 증진하고, 사회정의를 위해 투쟁하고 있는지에 관해서는 72.5퍼센트가 아니라고 답했다.

그 이유로는 ‘조합원들만을 위한 이기적인 집단’(42.7퍼센트)이라는 답이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 ‘조합원의 노동 환경 개선을 우선할 수밖에 없기 때문’(35.9퍼센트), ‘시민들이 노동조합의 활동을 부정적으로 보고 협조하지 않기 때문’(35퍼센트)을 꼽았다.

노사위는 신자들이 충분하지 못한 임금과 휴가, 일자리 부족 등 노동조건이 상대적으로 열악한데도 노동조합의 역할을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것에 관해, “가톨릭 가르침 안에서 신앙인으로서 노동의 소명을 실천하기 위해 새로운 시대의 책임 있는 노사관계의 모습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청소년 대상의 가톨릭 노동 권리교육에 들어가야 하는 내용에는 ‘노동의 영성’(69.3퍼센트), ‘노동자의 권리’(65.4퍼센트), ‘노동3권을 정당하게 행사하는 방법’(58.6퍼센트) 순으로 답했다. 특히, 50대 이상은 ‘노동의 영성’을, 20-30대는 ‘노동자의 권리’를 상대적으로 많이 선택했다.

사회교리를 바탕으로 하는 노동 관련 교육에 63.1퍼센트가 참여하겠다고 답했다. 노동 문제와 관련한 가톨릭교회의 활동에 직접 참여할 의사가 있다고 답한 이들은 33.3퍼센트, 62.1퍼센트는 관심은 있으나 참여는 어렵다고 답했다.

노동사목 활동 참여 의사. (이미지 출처 = '노동과 신앙' 인식조사 분석 결과 보고, 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원회)<br>
노동사목 활동 참여 의사. (이미지 출처 = '노동과 신앙' 인식조사 분석 결과 보고, 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원회)

교회 안 노동 현실부터 돌아보길
노사위 존재를 신자들이 알아야

이밖에 노사위에 건의 사항으로 교회 안의 노동 현실을 지적하는 의견들이 있었다.

“교회 내에서 노동법이 안 지켜지는 것 같습니다. 특히 단체 지도자들이 노동법을 교육받고 이를 실제로 이행하는지 확인하는 시스템이 시급합니다. 부족해도 너무 부족합니다. 교회 밖도 중요하지만 안도 제대로 살피지 못하면서(각 단체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직원들 대상 1:1 설문, 지도자/단체장 평가 등 실질적 행동 등) 참여를 구하면 관심과 참여가 저조할 것이라고 판단합니다.”(30대 여성, 임금 노동자)

“성직자들이 가톨릭교회 내의 노동자에 대해서도 교회 밖 노동자와 동일하게 인식하기를 바랍니다.”(40대 여성, 임금 노동자)

또 다른 40대 남성 임금 노동자도 “교회 내 유능한 노동자들이 교회를 떠나는 이유를 고민해 달라”며 “삶을 유지할 수 있는 급여체계가 절실하며, 이는 사제, 수도자만 교회 전문가라고 생각하는 틀을 깨는 데서 시작한다. 교회 내 각 분야 노동자의 전문성을 인정하는 교회 분위기 쇄신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이밖에도 노사위의 존재를 더 많은 신자가 알면 좋겠다, 한국 사회의 노동문제에 교회가 앞장서길 바란다, 노사위를 응원한다 등의 의견이 있었다.

조사 결과 전문은 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원회 홈페이지에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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