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씨가 날리는 4월이다. 잡히지 않는 바람에 꽃씨가 날리고, 잡을 수 없는 어둠에 별들이 빛난다. 꽃씨와 별들은 바람, 어둠과 함께 4월 곡우를 지나 5월 입하로 가고 있다. 시편 8장을 빌리지 않아도 서로 어우러져 시간은 흘러간다.

"인간이 무엇이기에 이토록 기억해 주십니까? 사람이 무엇이기에 이토록 돌보아 주십니까?"

자유로움을 노래하고, 그분이 준 사랑에 감사하고, 사랑할 수 있는 삶에 감사한다.

봄과 여름 사이에, 삶에 감사하는 가톨릭 음악인 이경수 안드레아를 만나본다.

요즘 사는 이야기와 행복한 일상을 물어본다.

“안녕하세요. 생활성가 가수 겸 싱어송라이터로 활동하고 있는 이경수 안드레아입니다. 요즘은 주로 가정적인(!) 남편과 학생들을 가르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결혼 전에는 음악 작업이나 플레이어로서의 활동적인 일을 많이 했다면, 결혼 후에는 집에 일찍 들어가는 일을 하고 있어요.(웃음) ‘시간이 엄청 빠르다’는 말이 몸으로 와닿는 요즘이에요. 벌써 두 아이(남자아이만 둘이에요. ^^)의 아빠가 되었거든요. 흰머리도 부쩍 늘고 있지만 행복하답니다. 성당 활동으로는 의정부교구 대화마을 성당에서 매월 첫째 주에 가족 미사, 셋째 주 토요일에 문경시 다볼 사이버 찬양 성당, 가톨릭 성음악 아카데미에서 피아노, 작곡 관련 수업을 고정적으로 하고, AlmaArt 가톨릭 문화원 '찬양, 거룩한 기쁨', <cpbc> 라디오, 성당 음악회나 음악 피정으로 종종 활동하고 있습니다.”

이경수 안드레아. (사진 제공 = 이경수)
이경수 안드레아. (사진 제공 = 이경수)

이경수 안드레아는 2007년 제8회 CPBC창작생활성가제에서, 군인 신분이었던 ‘보이스텔러’팀으로 대상을 받으며 가톨릭 생활성가계에 들어온다. 그 후에, 다양한 성가 가수, 작곡가, 대중음악인으로 활동을 하고 있다. 그에게 가톨릭 성가계 입문과 다양한 활동에 관해 물어본다.

“2007년 제8회 cpbc(예전에는 pbc) 창작생활성가제에 ‘보이스텔러’라는 팀으로 성가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군인 신분으로 대회에 참가했고, 감사하게도 대상을 받았던 행복한 시작이었어요. 대회 다음 날 아침에 행사(군악대)가 있어서 기뻐할 틈도 없이 바로 복귀했던 슬픈 사연도 있었답니다. 이후 저를 음악가로 인정해 주고 성가를 할 수 있게 도와준 사람은 김연기 라파엘라 작가님이었어요. 누나의 앨범에 수록곡을 쓰기도 했고, 좋은 사람들을 소개해 준 고마운 사람입니다. 이번 인터뷰에 짧지만 감사하다는 마음을 전하고 싶어요. 그 이후부터 다른 성가 가수들에게 곡을 써 주기도 하고, 보컬로 참여한 앨범도 있는데 그중에도 ‘심플리시티’ 앨범이 가장 기억에 남는 것 같아요. 좋은 사람들과 함께 많은 고민과 노력, 열정으로 만든 앨범이라 그런지 앞으로도 그때가 자주 생각날 것 같습니다.”

가톨릭 생활성가계에는 밖으로 자신을 드러내는 이들과 더불어, 그들 뒤에서 묵묵히 자신의 길을 가는 이들도 많다. 때론 작가로, 때론 성가 가수로, 때론 공연기획자로 열심히 활동하는 김연기 라파엘라에게 이 글을 통해서 다시 한번 감사의 말을 전한다.

이경수 안드레아에게 다시 묻는다. 성가 가수로서, 혹은 음악가로서, 혹은 선생님으로, 혹은 한 가정의 아빠로서, 나는 어떤 사람으로 남고 싶고, 선후배들에게 어떤 동생, 형, 친구로 남고 싶은지를 물어보자 그는 이렇게 말을 한다.

“어떤 사람으로 남고 싶다는 건 제 욕심인 것 같고, 저를 판단하는 건 그 사람의 마음으로 두고 싶어요. 이렇게 말해 놓고 제가 좋아하는 사람이 저를 싫어하면 마상(마음의 상처)이겠지만요..(웃음)”

주위에 많은 이가, 자신의 일과 욕심을 위해 거짓된 관심, 사랑을 보이기도 한다. 나조차 그런 삶을 살아간다. 하지만 성 토마스 아퀴나스, 철학자 칸트의 말대로, 그에게서는 ‘선한 의지’ ‘선한 의도’ ‘선한 행위’가 그의 노래, 웃음, 이야기 속에서 느낄 수 있다. 그가 가톨릭 생활성가계에 첫발을 내딘 노래를 들어본다. 2007년 제8회 CPBC창작생활성가제 대상곡 ‘나를 사랑하신 주님’이다.

'나를 사랑하신 주님', 2007년 제8회 CPBC창작생활성가제 대상곡, 보이스텔러. 2020년 8월 20일 '찬양, 거룩한 기쁨' 293회 최준익 막시모와 함께.

생뚱 맞은 질문이지만, 음악이 나에겐 무엇인지 물어본다.

“영화 제목이 생각나네요.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저는 취미가 음악이었어요. 어렸을 때는 그게 좋았던 것 같아요. 좋아하는 걸 언제든 할 수 있다는 게 ‘좋은 놈’이었던 거죠.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취미를 갖지 못하게 한 ‘나쁜 놈’이 되어 있더라고요. 음악을 일로 하게 되고, 깊숙이 들어온 순간부터는 모든 게 좋을 수만은 없었다고 해야 할까요? 쉴 때도 음악을 한다는 게 어느 순간부터 조금 지치게 만든 것 같아요. 누군가의 음악을 듣고, 이야기하는 일이 정말 즐겁고, 좋기도 하지만 긴장되고, 에너지를 쓰는 일이기도 하거든요. 그래서 가끔 쉬고 싶을 때 저는 아무 소리도 듣지 않는답니다. ‘이상한 놈’이 남았네요. 이건 항상인 것 같아요. 같은 노래도 기분에 따라 어떤 때는 좋고, 어떤 때는 바로 넘겨버릴 만큼 싫기도 하거든요. 알면 알수록 ‘이상한 놈’이 맞는 것 같아요.”

“이제 조금씩 여유가 생기고 있다고 해야 하나? 착각일 수도 있어요.(아들만 둘이잖아요.) 가르치는 일은 정말 매력적이에요. 비슷하게 알려준 기본 툴로 자신만의 음악을 표현하는 각자의 방식은 전혀 다르거든요. 그럴 때마다 이 일을 선택한 저를 칭찬하곤 합니다. 하지만 둥지를 떠나 날아간 자식을 바라보는 마음이라고 해야 할까요? 잘 날아갔을 때 기쁘고 행복하지만 저는 다시 그 안에서 무한 반복된 삶을 사는 게 가끔 공허하고, 무의미하다고 느껴지거든요. 예전만큼은 아니더라도 제 음악 작업을 해 보려고 생각 중입니다. 앞으로 정해진 건 아무것도 없어요. 하고 싶은 일이 생기면 할거고, 그 일은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하고 싶습니다.”

지난 2019년 12월 대림 피정 음악회에서 그의 노래를 듣고 있다. 감사의 고백, 행복의 고백, 사랑 고백의 노래다. 그가 직접 쓴 'My Load'를 피아노 앞에서 부른다. 노래가 시작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그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울고 있다. 함께하는 대림 피정에 연주자 가수들까지 마음속으로 함께한다. 사랑과 감사의 눈물이다. 그 기억을 가지고 그에게 물어본다. 'My Load'는 어떤 노래인지 그리고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서울대교구 대방동 성당 주일 밤 9시 미사를 최준익 막시모 형이랑 10년 정도 했는데, 미사 시작 전에 먼저 도착해서 쓴 곡이에요. 조용하고, 깊이 묵상할 수 있는 마음이 편안한 집 같은 곳이었다고 해야 할까요? 그만큼 깊이 빠져들어서 그랬는지 곡은 가사까지 한시간 만에 쉽게 써내려 갔고, 준익이 형이 도착할 때쯤 마무리 했던 걸로 기억해요~ 형이 그때 제게 말을 걸었는데 “잠깐만 기다려 줘!” 했던 기억이 나요. 준익이 형 목소리와 감정으로 표현하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곡을 썼는데 형에게 가장 잘 맞는 음역과 곡 전개 같은 디테일 한 것들은 나중에 마무리했어요. 다들 좋아해 주셔서 감사한 마음입니다!”

오늘 두 번째로 나눌 영상은, 최준익 막시모 앨범 '하는 일마다 잘 되리라'에 수록된 'My Load'를 그 곡의 원작자인 이경수 안드레아의 라이브 목소리로 들어본다.

'My Load', 최준익 막시모 앨범 '하는 일마다 잘 되리라' 수록곡, 2019년 10월 13일 인천교구 석남동 성당 본당의 날 음악회.

My Load - 이경수 작사곡

예수님 저희를 위하여 고통 중에도 기도를
하느님 아버지께 청하여 주시고 하늘로 올라가셨도다
보잘것없는 저희를 위하여 목숨 버리셨도다

사람이 무엇이건데 십자가에 못박히나이까
사랑해서 아끼셔서 구하셨나요 저희 죄 씻어 주시려
당신 목숨 내놓습니까 죄송합니다 예수님

예수님 고백합니다  작은 제 영혼 무릎 꿇어
하느님 아버지께 고백해 봅니다 바르게 살아가렵니다
주님 뜻에 맞게 저희를 올바른 길로 인도하소서

사람이 무엇이건데 십자가에 못 박히나이까
사랑해서 아끼셔서 구하셨나요 저희 죄 씻어 주시려
당신 목숨 내놓습니까 죄송합니다 감사합니다 예수님

사랑합니다

 

그의 말대로,

둥지를 떠난 새가 자유롭게 나는 모습을 바라볼 때 기쁨을 느끼고, 반복되는 삶이지만 바람 속 봄꽃과 어둠 속 별들처럼 세상을 노래하고 있는, 그를 만나는 일은 기분 좋은 일이다.

시편 8장에 나오듯, 모든 피조물은 자신의 방식대로 삶을 표현한다. 사람도 다른 피조물과 마찬가지로 끊임없이 자신을 물으려, 돌아보며, 말하고, 생각하며 자신의 삶을 표현한다.

'사람이 무엇이길래'라는 질문은 지금 이곳에 살아가고 있는, 행복, 감사, 사랑의 다른 이름이다. 음악으로, 아빠로서, 선생님으로서 살아가는 이경수 안드레아를 응원해 본다.

‘사람이 무엇이건데 십자가에 못 박히나이까 사랑해서 아끼셔서 구하셨나요’

(사진 제공 = 이경수)
(사진 제공 = 이경수)

이경수(안드레아)

동아방송예술대학교 영상음악학과 학사 졸업(작곡 전공)
서경대학원 음악학과 석사 졸업(컨템퍼러리뮤직 전공)
밴드 플레이모드(싱어송라이터)
싱글 앨범 7, EP 앨범 1, 정규 앨범 1, 콜라보 앨범 3
자라섬 국제 재즈 페스티벌, 뷰티풀 민트라이프, 그린 플러그드 등 페스티벌 공연
제8회 CPBC창작생활성가제 대상(팀 보이스텔러)
생활성가 가수 simplicity 정규 1집 음악 프로듀서
생활성가 가수 김연기 라파엘라, 나정신 체칠리아, 최준익 막시모, for 외 다수 곡 작업
가톨릭대학교 교회음악대학원 초빙교수
경복대학교 겸임교수
동아방송예술대, 백석예대, 서경대, 정화예대, 한림예고 출강



신상훈(시몬)
Alma Art 가톨릭문화원 음악팀장 1999년
신상옥과 형제들 창단멤버 1992년
서강대 철학과 졸업 1998년
sbs효과실 음악감독 1998년
천주교 인천교구 정의평화위원회 위원 2015년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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