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1일 전국동시지방선거 준비

이번 대선은 많은 기록을 남겼습니다. 21세기 출생자가 처음으로 대선에 참여했고, 만 18세가 처음으로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는 대선이었습니다. 그리고 0.73퍼센트라는 아주 작은 차이로 승부가 결정 났습니다. 득표수로는 24만여 표 차이였지요. 제가 사는 울산의 한 구에서는 두 후보의 득표수가 95표밖에 차이 나지 않은 현상도 발생했습니다. 공중파의 출구조사 역시 거의 정확히 적중했고 코로나19의 위험에도 불구하고 높은 투표율을 보였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이제 새로운 대통령과 5년을 살아야 합니다. 그런데 제가 오늘 나누고자 하는 이야기는 대선 뒷풀이가 아닙니다. 우리에게 다가올 또 하나의 선거 이야기입니다.

우리는 6월 1일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앞두고 있습니다. 이 지방선거를 통해 광역단체장, 광역의원, 기초단체장, 기초의원, 교육감, 그리고 제주도의 경우 교육의원까지 선출하게 됩니다. 지난 2018년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 기준으로 이 선거를 통해 선출되었던 후보자는 총 4016명이었습니다. 적지 않은 숫자지요. 올해도 크게 변함이 없을 것이고 이 후보자들을 선출하기 위해 유권자들은 적게는 7장, 많게는 9장까지의 기표용지를 받아들고 기표소로 들어가게 될 것입니다.

저 같은 경우에 사는 곳이 울산광역시 중구 우정동입니다. 그러기에 저에게 이번 지방선거에 주어질 투표용지는 울산광역시장, 울산 중구청장, 울산광역시의회 의원(지역구), 울산 중구의회 의원(지역구), 울산광역시의회 의원(비례대표), 울산 중구의회 의원(비례대표), 울산광역시 교육감 등 총 7장입니다. 제주도에 사시는 분은 여기에 교육의원까지 포함될 것이고, 국회의원의 재보궐선거가 있는 지역구에 사시는 분은 투표용지가 늘어나겠지요. 공천을 받기 위한 후보들의 노력이 이어지고 다시 언론은 선거를 향해 수많은 뉴스를 쏟아내고 있습니다. 그런데 국민들은 이러한 투표에 피로를 느끼고 있는 것이 사실인 듯합니다.

수많은 투표용지에 질려 그리고 다양한 이유로 무관심할 수도 있겠지만 대통령 선거보다 더 직집적인 영향을 받을 수도 있는 것이 바로 지방 선거입니다. 말 그대로 내가 살고 있는 동네 이야기이기 때문입니다. 50여 년 전에 바오로 6세 교황님께서는 교서 ‘80주년’을 통해 “각 지역의 상황을 객관적으로 분석하는 일은 각 그리스도교 공동체의 책임”(4항)이라고 하신 적이 있습니다. 왜냐하면 그리스도인은 “사회의 모든 영역에서 정신적 쇄신을 가져오는 풍성한 힘”이 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6월 1일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는 7장 투표용지가 주어진다. (이미지 출처 =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 내 이미지 갈무리)
6월 1일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는 적어도 투표용지 7장이 주어진다. (이미지 출처 =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 내 이미지 갈무리)

더불어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이러한 관심에 젊은이들의 참여 또한 촉구하고 계십니다. 2014년 아시아 청년대회 미사로 방한하신 교황님은 “여러분들은 여러분의 사회 생활에 온전히 참여할 권리와 의무를 지니고 있습니다. 두려워하지 말고, 사회생활의 모든 측면에 신앙의 지혜를 불어넣으십시오”라고 말씀하신 적이 있음을 되새겨 봅니다. 교회의 가르침은 분명 구원이 개인적인 측면에만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함께 살아가는 이 세상에서도 작용함을 분명히 일러줍니다.

“우리의 구원은 사회적 차원을 지니고 있습니다. 하느님께서는 그리스도 안에서 개별 인간뿐만 아니라 사람들 사이의 사회적 관계도 구원하시기 때문입니다.”(복음의 기쁨, 144항)

더불어 대선에 이어 바로 지방선거를 준비하는 각 정당들의 태도 역시 달라져야 합니다. “정당들은 폭넓은 참여를 촉진하고 공공의 책임이 모든 사람에게 미칠 수 있게 할 임무가 있다. 정당들은 시민 사회의 열망을 간파하고, 그 열망들이 공동선을 지향하도록 하며, 국민들이 정치적 선택을 내리는 데에 기여할 수 있는 실질적 가능성을 제공하도록 요구받는다”(간추린 사회교리, 413항)라는 교회의 가르침이 날카롭게 느껴지는 것은 아직 한국의 정당들이 부족한 점이 많다는 것을 느끼기 때문은 아닐까 싶습니다. 단순히 정권을 가지려는 욕망에 머물지 않고, 개인의 명예나 욕심이 아닌 시민 사회가 요구하고 그것이 공동선을 향한 밑거름이 되도록 노력해야 하는 것이 바로 정당의 역할이기 때문입니다.

마지막으로 교황님께서 방한 당시 청와대에서 우리나라의 공직자들에게 하신 말씀을 인용하며 글을 마무리하고자 합니다. 이번 지방선거를 선거가 일부의 비판대로 세금낭비와 줄세우기, 자리 나눠먹기가 아닌 진정한 민주주의 실현을 위한 자리가 될 수 있도록 함께 마음을 모아야겠습니다. 

“사회 구성원 한 사람 한 사람의 목소리를 듣고, 열린 마음으로 소통과 대화와 협력을 증진시키는 것이 대단히 중요합니다. 또한 가난한 사람들과 취약 계층 그리고 자기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사람들을 각별히 배려하는 것 역시 중요합니다.”

유상우 신부

천주교 부산교구 사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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