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홍보 주일 교황 담화문의 키워드는 경청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현재의 미디어 환경에서는 가짜 정보의 유행으로 정보에 대한 신뢰성과 투명성을 확보하기 어렵다고 강조하며, 사회에 벌어지는 다양한 목소리를 제대로 듣기 위한 경청의 자세를 강조한다. 언론의 역할과 관련해서는 언론이 이주민들의 목소리를 경청해야 한다고 사실만 간단하게 언급한다. 매년 발표된 홍보 주일 담화문이 언론의 사회적 역할을 다층적으로 강조하였던 것에 비하면, 언론에 대한 언급 자체가 거의 형식적이라고 볼 수 있다.

2022년 담화문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이 언론의 역할에 대해 구체적인 언급 자체를 하지 않는 것은 2021년 담화문의 연장선에서 이해할 필요가 있다. 사실 2021년 홍보 주일 담화문에서부터 프란치스코 교황은 언론의 역할에 대해서 직접적인 우려를 나타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기존의 뉴스 보도가 탐사보도 형식으로 편파적인 보도를 통해 사건의 진실과 구체적인 삶의 현실을 왜곡하고 있다고 보았다. 특히 감염병의 유행 이후 언론은 모든 위기를 부유한 나라들의 시각으로만 보도하는 경향이 있다고 보았다. 더욱이 전통매체들의 뉴스 생산 방식이 구체적인 취재 작업 없이 소셜 미디어에서 유통되는 정보들을 취합하는 경우가 많으면, 이러한 뉴스는 가짜 뉴스와 별반 차이가 없다고 보았다.

특히 프란치스코 교황은 2021년 담화문에서 현실을 제대로 전하려는 언론인들의 노력을 통해 세계 여러 지역에서 박해받는 소수민들과 억압받는 가난한 이들의 삶이 보도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소외받는 가난한 이들의 목소리는 더는 기삿거리가 되지 않는다고 보았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미디어의 발전과 더불어 가난하고 억압받는 이들에 대한 언론의 관심이 줄어들고 이들에 대한 가짜 뉴스가 무차별적으로 확산하고 있지만, 이에 대한 언론의 대응은 매우 제한적이라고 보았다.

성 베드로 광장의 사람들을 향해 인사하는 프란치스코 교황. (사진 출처 = Vatican Media)
성 베드로 광장의 사람들을 향해 인사하는 프란치스코 교황. (사진 출처 = Vatican Media)

하지만 언론에 대한 프란치스코 교황의 태도는 뉴스를 생산하는 주체로서의 언론조직과 언론인에 대한 불신이나 무용론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교황은 비록 언론이 관심을 두고 있지 않지만, 가톨릭의 관점에서 볼 때 관심이 필요한 사안들에 대해서는 소셜 미디어를 통해 언론이 주목하도록 해야 한다고 보았다. 언론이 자신의 임무를 수행하는 데 도움을 주는 방안을 모색하고자 하였다. 이와 더불어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잘못된 정보를 소셜 미디어를 통해서 유통할 수 있다는 위험성도 강조한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러한 차원에서 우리가 전하는 내용을 더욱 신중하게 판단하고 성숙하게 책임감을 느끼도록 하는 비판적 인식이 필수적이라고 보았다. 이러한 맥락에서 우리가 하는 소통에 대한 책임이 각자에게 있으며, 가짜 뉴스를 밝혀내고 통제하는 책임 역시 개개인에게 있다고 역설하였다.

이처럼 2021년 담화문에서 언론의 역할과 관련하여 소셜 미디어의 유용성 및 위험성을 지적한 프란치스코 교황은 마지막으로 정보를 수용하고 전달하는 과정에서 개인의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하였다. 이는 커뮤니케이션에서 직접 보는 행위가 가장 중요하며, 그 무엇도 이를 대신할 수 없는 핵심 요소라는 강조로 이어졌다. 이러한 맥락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은 2022년 담화문 전체의 키워드를 대면 커뮤니케이션 상황의 경청으로 정하고, 경청에 대한 심리, 사회, 성서, 신학적 차원의 설명을 전개하였다. 어쩌면 2022년 담화문에서 언론의 역할이 배제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오히려 이를 통해 언론이 본래 추구해야 할 목적이 무엇인지를 다시금 돌아볼 기회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2021년과 2022년 홍보 주일 담화문을 통해 볼 때, 언론과 관련하여 프란치스코 교황은 소외된 이들에게 다가가 그들의 목소리를 경청하려는 노력의 시급성을 강조하고, 이를 위해 경청을 통한 커뮤니케이션 역량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강조하는 경청은 결국 누군가 애써 들어 주려고 하지 않으면 자신들의 목소리를 낼 수 없는 이들에 대한 복음적 관심을 전제로 하고 있다. 비록 교황은 언론에 요구되는 덕목으로 경청의 가치를 구분하여 강조하지 않았지만, 경청의 가치는 오늘날 언론이 자신의 역할이 무엇인가를 고민한다면 분명히 주목해야 할 지점이다.

한창현(모세)

성바오로수도회 사제
서강대학교 신문방송학과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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