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어있음”, 브라이언 피어스, 박문성 옮김, 불광출판사, 2021. (표지 제공 = 불광출판사)<br>
“깨어있음”, 브라이언 피어스, 박문성 옮김, 불광출판사, 2021. (표지 제공 = 불광출판사)

“깨어있음”, 브라이언 피어스, 박문성 옮김, 불광출판사, 2021

저자 브라이언 피어스 신부(도미니코 수도회)는 자신에게 영감을 준 두 영성 대가 마이스터 에크하르트 신부와 틱낫한 스님에게서 찾은 그리스도교와 불교가 만나는 한 지점, ‘마음챙김’과 ‘깨어있음’을 다룬다.

그는 현재의 틱낫한 스님이 말하는 마음챙김 수행을 연상시키는 ‘깨어있음’이라는 신앙적 실천이 그리스도교의 가르침, 특히 14세기 독일의 에크하르트 신부의 가르침에 이미 존재했다고 설명한다. 이 과정에서 두 영성가뿐 아니라 수많은 영성가의 이야기도 더해져 그리스도교와 불교의 만남을 더욱 풍성하게 한다.

또한 저자는 불교의 ‘마음챙김’과 그리스도교의 ‘깨어있음’을 비교하는 데 그치지 않고, 깨어있음을 일상의 영성생활에서 실천할 것을 강조한다. 저자가 “종교간 대화의 여정 덕분에 더 나은 예수의 제자가 되었다고 확신”하듯, 이웃 종교의 가르침을 통해 내 종교를 더욱 깊게 이해할 수 있다.

브라이언 피어스 신부는 라틴 아메리카와 카리브 제도의 도미니코 가족수도회의 성소 담당자, 도미니코 관상수녀회 총장의 지도신부였다가 이후 도미니코 수도회 전임 순회 설교사로 돌아왔다. 가톨릭과 불교의 영적 생각과 지혜를 하나로 묶는 데 관심을 기울여 왔으며, 2005년 이 책을 출간했다. 저서로 “예수와 탕자 : 전적인 자비의 하느님”이 있다.

이 책을 번역한 박문성 신부(서울대교구)는 동국대 불교대학 인도철학과에 학부로 편입해 철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가톨릭대 동양철학 교수를 지냈고, 현재 천주교주교회의 교회일치와 종교간대화 위원회 총무를 맡고 있다. 그가 약 15년 걸려 번역한 “산스크리트어 통사론”은 불교경전 연구에 필수인 산스크리트어 문법서로, 타 종교의 언어를 이해함으로써 서로의 진리를 평화롭게 나눌 수 있다는 평소 신념이 담겨 있다.

책 속에서

“그리스도교가 태이(틱낫한 스님의 제자들이 스승에 대한 존경을 표현한 정겨운 애칭이다)의 가르침에서 배울 점은 많다. 그리스도교 전통에 없어서가 아니라, 십계명의 압도적 힘에 그것들이 가려졌기 때문이다. 그리스도교에서 자유롭고 중립적이며 실천적인 영성에 대한 가르침은 우선순위에서 뒤로 밀리는 경향이 있다. 그리스도교에게 태이의 마음챙김 수행은 모닝콜이 될 수 있다. 그리스도교는 ‘그대는 이런 것을 해서는 안 된다’는 윤리적 계명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성숙한 신앙인의 영성생활이 즐겁고 마음 벅찬 삶이라는 것을 보여주지 못했다.”(63쪽)

“그리스도인은 하느님의 현존 안에 사는 것, 하느님의 견고한 사랑에서 안식을 얻는 것이야말로 인간의 마음이 참으로 갈구하는 바라고 믿는다. 그런 사랑을 느끼려면 깨어 있는 상태로 주의를 기울이면서 살아야 한다. 태이가 가르치는 마음챙김 수행이 바로 그것이다. 매 순간에 자신이 ‘이제와 항상 영원히’ 하느님의 현존 안에 존재함을 자각하는 것이다.”(89쪽)

“세상 고통에 제대로 마주하는 방법은 연민과 자애를 품은 마음을 갖는 것이다.”(115쪽)

“끝없는 고통의 소용돌이에 붙들린 사람을 판단하는 기준은 현재 순간에 온전하게 머물지 않는 것이다. 그들은 과거나 공포에 집착하고 미래를 두려워한다. 그들을 돕는 유일한 방법은 단순하게 현재 순간에 뿌리내리게 하는 것이다. 즉 공원 산책과 아이의 웃음과 벗의 방문 및 치료 마시지 등이 강박관념을 내려놓고 몸의 확실한 근거를 다시 느끼도록 도울 수 있다. 에크하르트는 강조한다. 현재가 아닌 과거나 미래에서 돌아서야 한다. 그리고 현재에 있는 모든 것에 눈을 떠야 한다.”(29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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