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4일(금)부터 3월 9일 제20대 대통령 선거 전까지 5주간 '선거와 신앙인의 선택'을 주제로 주일 복음 묵상을 연재합니다. 집필해 주신 필자분들께 감사드립니다. -편집자

나라 안팎이 대선으로 소란한 요즘입니다. 대선을 보름 앞두고 후보자들과 선거 운동원, 정당 관계자들 모두 선거운동에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언론 역시 선거 관련 정보와 여론 조사 결과를 쏟아내기 바쁩니다. 선거에 열을 올리는 이들에게는 그들이 지지하는 후보가 최다 득표하여, 대통령에 당선되는 분명하고 단순한 목표가 있습니다.

그러나 저를 비롯한 주변의 유권자들은 이번 선거가 쉽지 않습니다. 이쪽이 싫어 저쪽에, 저쪽이 싫어 이쪽에 투표해야 하는 소극적인 선택 앞에 차라리 어느 곳도 선택하지 않는 비겁한 행동을 생각하기도 합니다. 일본의 투표처럼 투표용지에 후보자 이름을 연필로 적어야 하는 수고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간단히, 기표 용기로 후보의 이름 옆에 도장 한 번 찍고 나오면 되는데 무엇이 이번 대선을 이리도 어렵게 생각하게 하는 건지 생각하며, 오늘 복음을 묵상하게 됩니다.

(이미지 출처 = Pixabay)
(이미지 출처 = Pixabay)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지난주 복음 말씀인 “남을 심판하지 마라. 그러면 너희도 심판받지 않을 것이다. 남을 단죄하지 마라. 그러면 너희도 단죄받지 않을 것이다. 남을 단죄하지 마라. 그러면 너희도 단죄받지 않을 것이다. 용서하여라. 그러면 너희도 용서받을 것이다”(루카 6,37)를 제자들이 더 분명히 깨닫도록 비유로 말씀하십니다.

1. 눈먼 이가 눈먼 이를 인도할 수야 없지 않으냐? 둘 다 구덩이에 빠지지 않겠느냐?

예수님 시대의 바리사이들은 율법을 철저히 공부하고, 그것을 지키려고 애를 썼던 사람들입니다. 심판자 하느님보다 자신들의 완고함의 응집체인 율법을 앞세워 유다인들을 단죄하기에 바쁜 이들이기도 했지요. 무엇을 위한 노력이었는지 생각하게 됩니다. 어쩌면 진리이신 예수님을 알아 뵙고 따르는 것보다 지금까지 지켜 온 그들의 신념을 이어 나가는 것이 바리사이들에게는 더 쉬운 일이었을지 모릅니다.

2. 제자는 스승보다 높지 않다. 그러나 누구든지 다 배우고 나면 스승처럼 될 것이다.

제자는 스승에게 가르침을 받는 존재입니다. 하고 싶은 대로 하기는 쉽지만 가르침을 따라 사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가르침을 따라 사는 것도 쉽지 않은데, 스승의 가르침을 다 배우고 난 후에는 다른 이에게 스승이 전수한 가르침을 전해야 하는 것 역시 어려운 일입니다. 참 스승은 말뿐 아니라 삶으로 배움을 전합니다. 말은 쉽지만 삶은 어렵습니다.

3. 너는 어찌하여 형제의 눈 속에 있는 티는 보면서, 네 눈 속에 있는 들보는 깨닫지 못하느냐? 남의 잘못을 찾아 충고하는 일은 어찌 그리 쉬운지 모르겠습니다. 크고 깊이 생각하지 않아도 ‘남의 눈 속의 티’는 참 쉽게 보입니다. 반면에 제 ‘눈 속에 있는 들보’는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깨닫지 못할 때가 많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이후에 믿음의 실천을 촉구하는 말씀을 하십니다. “위선자야, 먼저 네 눈에서 들보를 빼내어라.”(루카 6,42) 속은 악하지만, 겉으로는 선을 남의 잘못을 따지는 위선자가 되지 않기 위해 먼저 자신부터 성찰하는 선한 사람이 되어야겠습니다. 쉬운 투표는 애당초 없습니다. 투표 도장을 찍는 행위 자체는 쉬울 수 있지만, 선거는 국민의 대표를 뽑는 의사소통의 과정이기에 쉬울 수 없고 쉬워서도 안 됩니다. 어려운 문제를 가장 기초적인 방법으로 풀어내는 것이야말로 가장 수준 높은 풀이법이라고 합니다. 오늘 복음을 통해 저는 이번 어려운 선거를 조심(操心)하려고 합니다. 선거를 가벼이 여기지 않고, 신중하게 임하기 위합니다.

“좋은 나무는 나쁜 열매를 맺지 않는다. 또 나쁜 나무는 좋은 열매를 맺지 않는다. 나무는 모두 그 열매를 보면 안다.”(루카 6,43-44ㄱ)

보름 뒤에 투표 결과는 드러날 것입니다. 그러나 이번 대선의 열매는 대한민국이라는 공간을 넘어 전 세계로, 지금 당장의 시간을 넘어 앞으로 5년, 50년 그 이상으로 맺어질 것입니다. 한마디로 끝나는 대화는 없습니다. 선거가 국민의 의사소통이 될 수 있도록 투표 이후에도 끊임없이 정치에 관심을 두고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해야 합니다. 정치는 정치인들이, 종교는 종교인들이, 언론은 언론인들이 하는 것이라는 지금까지의 쉬운 길, 당연한 가르침에서 벗어나 그들의 티를 찾기 위해 저 자신의 들보를 먼저 깨달으며 이번 선거가 좋은 열매를 맺어 나갈 수 있도록 말씀 안에서 깨어 사는 가톨릭 시민으로 살아가야겠습니다.

이번 선거가 어렵다는 말 앞에 좌절하지 않아야 합니다.

“마음에서 넘치는 것을 입으로 말하는 법이다.”(루카 6,45)

후보자들의 말을 듣고 그들의 마음을 살펴야 할 것입니다. 남이 전하는 말이 아닌 당사자들의 말을 들어야 합니다. 지금 그들의 말을 충분히 들어야만 투표로 그들에게 분명한 우리의 말을 전할 수 있습니다. 투표가 끝나면 어떤 결과든 이제 우리의 말로 그들의 마음을 채워야 할 것입니다.

이혜림(모니카)

가톨릭기후행동 전 청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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