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선거 전 가짜 뉴스의 유혹

대통령 선거가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각 후보에 대한 정책이나 전문적인 부분은 그 분야의 전문가 분의 몫이라고 생각하고, 제가 오늘 여러분과 나누고 싶은 이야기는 미디어를 받아들이는 우리의 자세입니다.

많은 분께서 이미 공중파 뉴스를 크게 신뢰하지 않아서 대안 언론으로 유튜브나 다른 것들을 찾으시지만 그 역시 이미 공정성을 잃은 지 오래입니다. 저 또한 하루 일정이 끝난 저녁이나 복잡한 머리를 식히고 싶을 때 유튜브나 트위치 등을 켭니다. 처음에는 뉴스를 통해서 유튜브라는 말을 들었던 우리에게 이제 이런 것들은 일상에서 빠질 수 없는 위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저도 채널을 하나둘씩 구독하다 보니 구독하는 채널 수도 적지 않습니다. 신부님들의 강연부터 인기 있는 제품을 리뷰하는 방송, 게임 방송, 지역별 유명한 식당을 찾아가는 방송 등 주제에 제한이 없어 더욱더 흥미를 끕니다. 내가 원하는 시간에 내가 원하는 것을 찾아서 볼 수 있다는 것이 유튜브 등 미디어 플랫폼의 가장 큰 매력이겠지요.

세상 모든 이야기를 다루는 그곳에는 당연히 정치나 경제 등 사회 문제를 다루는 채널도 있습니다. 유명 정치인들은 이제 대부분 자신의 채널을 가지고 있지요. 개인이 직접 운영하는 채널도 있고 특정 인물이나 정당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만든 채널도 있습니다. 유명한 채널은 구독자 수가 수십만이 됩니다. 그만큼 영향력이 크다는 거겠지요. 사회 문제를 다루는 유튜브 영상의 가장 큰 문제점은 바로 많은 분이 알고 계시다시피 편향성입니다. 유튜브 채널 구독은 자발적이기 때문에 그 채널의 성향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모여 있습니다. 그래서 방송을 하는 사람은 그 사람들의 지지를 더욱더 끌어들이기 위해 때로는 자극적인 표현을 쓰기도 합니다. 그리고 그 속에는 구독자와 조회 수에 따른 수익 구조가 녹아 있습니다. 그렇기에 50년도 더 지난 제2차 바티칸공의회의 지적이 새삼 놀랍기만 합니다.

“매체로 전파되는 커뮤니케이션을 개인의 자유 선택으로 받아들이는 모든 수용자, 곧 독자들과 시청자들은 특수한 의무를 지니고 있다. 올바른 선택을 통하여 덕과 지식과 예술에서 뛰어난 모든 것을 온전히 옹호하여야 한다. 그러나 자기에게 정신적인 손해를 끼치는 원인이나 기회가 되는 것, 또는 나쁜 표양을 통하여 남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는 것, 또는 좋은 커뮤니케이션을 방해하고 나쁜 커뮤니케이션을 조장하는 것들은 회피하여야 한다. 이는 오로지 경제적 목적으로 이 매체를 이용하는 업자들에게 많은 돈을 주고 마는 것이다.”(제2차 바티칸공의회, 사회 매체에 관한 교령, ‘놀라운 기술’(Inter Mirifica) 9항)

20대 대통령 선거를 앞둔 2월 11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딥페이크 영상 법규운용기준 안내를 게시했다. (이미지 출처 = 중앙선거관리워원회 홈페이지)
20대 대통령 선거를 앞둔 2월 11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딥페이크 영상 법규운용기준 안내를 게시했다. (이미지 출처 = 중앙선거관리워원회 홈페이지)

여기에는 그 영상을 보는 사람들의 본능이 숨겨져 있습니다. 그것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는’ 지극히 단순한 본능입니다. 그리고 이 본능을 악용하는 것이 바로 ‘가짜 뉴스’입니다. 이 가짜 뉴스는 특정 정당이나 정치적 진영에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자신의 지지자, 자신의 말을 공감하는 사람들의 호응을 이끌어내기 위해 알면서도 가짜 뉴스를 퍼뜨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받아들이는 사람은 퍼뜨리는 사람의 권위에 기대 그 이야기를 검증 없이 전달하곤 합니다.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이 가짜 뉴스의 심각성이 너무나 커지고 있습니다. 기술의 발전에 따라 그 방법도 교묘해지고 있지요. 딥페이크 같은 합성을 통한 잘못된 정보 생산, 근거 없는 유언비어 날포. 이런 문제 때문에 정작 사람들에게 알려져야 되고 판단받아야 할 중요한 진실들이 묻혀 가고 있습니다.

"정보는 민주적 참여를 위한 주요한 도구 가운데 하나다. 정치 공동체의 상황과 사실들, 제시된 문제 해결책을 모르고서는 정치에 참여할 수 없다. 이 복잡한 사회생활 영역에서 정보와 의사소통을 위한 여러 형태의 도구들이 존재할 수 있도록 하면서 실질적인 다원주의를 보장하여야 한다. 마찬가지로, 적절한 법률을 통해서 이들 도구를 공평하게 소유하고 사용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 주어야 한다. 정보의 객관성에 대한 권리를 온전히 행사하지 못하게 하는 장애물 가운데, 특별히 주목하여야 하는 것은 소수의 사람이나 집단들이 조종하고 있는 뉴스 미디어 현상이다."("간추린 사회교리", 414항)

2018년 교황님의 홍보 주일 담화가 되새겨 봅니다. 교황님께서는 특별히 가짜 뉴스에 대해 집중적으로 언급을 하셨습니다. 그리고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는’ 인간의 본능을 정확히 지적하셨습니다. 교황님께서는 창세기 3장에 나타난 뱀의 유혹으로 펼쳐진 결과를 인류 시초의 첫 가짜 뉴스라고 표현하셨습니다. "우리는 어디서건 자신을 위장하고 물어뜯으려는 ‘뱀의 술책’의 가면을 벗길 필요가 있습니다. 이것은 창세기에서 말하는, 인류의 시초에 첫 번째 가짜 뉴스를 만들어 낸 '교활한 뱀'이 이용한 전략이었습니다.(창세 3,1-15 참조) ....원죄에 관한 이야기에서 실제로 유혹자는 여자의 행복만을 염려하는 친구인 척 접근하여 일부만 사실인 이야기를 꺼냅니다."(교황 프란치스코, 2018년 제52차 홍보 주일 담화 중)

여기서 표현된 '일부만 사실인 이야기'가 다름 아닌 보고 싶은 것 그리고 듣고 싶은 것인 셈입니다. 대통령 선거가 다가옵니다. 올바른 정보와 올바른 판단으로 이번 선거가 이루어질 수 있기를 바라 봅니다.

유상우 신부

천주교 부산교구 사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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