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누가 인간과 사회, 자연생태계에 대한 넓은 시야와 안목을 갖춘 교육받은 사람인지를 끊임없이 질문해야 합니다. ©장영식
우리는 누가 인간과 사회, 자연생태계에 대한 넓은 시야와 안목을 갖춘 교육받은 사람인지를 끊임없이 질문해야 합니다. ©장영식

한국 사회에서 ‘학벌’은 하나의 계급이 되었습니다. 어느 학교를 나왔는지가 계급의 조건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학벌이 계급의 조건이 되었을지는 몰라도 교육받은 사람이 된 것은 아닙니다. 초, 중등교육 과정과 고등교육 과정을 수료하였다고 해서 교육받은 사람이 된 것은 아닙니다.

교육철학자인 피터스는 교육은 훈련과 같은 특수한 형태의 과정도 아니고, 강의와 같은 활동도 아니라고 보았습니다. 교육은 오히려 훈련과 같은 과정이 따라야만 하는 기준으로 보았습니다. 피터스는 이 기준에서 교육은 “가치 있는 것이 전달되어야만 한다”라고 말합니다. 또한 “교육받은 사람은 가치 있는 것을 배려하고, 어떤 기준을 성취하기를 원한다”라고 말합니다.1) 과학에 대해 알기만 하고 진리에 무관심한 사람은 교육받았다고 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피터스는 훈련받은 과학자, 철학자가 있을 수 있지만, 그들이 반드시 교육받았다고는 말할 수 없다고 말합니다. 핵발전 전문가들이 안전신화에 갇혀 핵발전의 위험성을 고백하지 않는 것은 편협한 전문가들과 지식인들의 무지에 대한 위험성을 말해 주는 것과 같은 것입니다.

전문, 직업교육은 개인과 공동체의 존속과 발전을 위해서 필수적입니다. 그러나 편협하고 특수한 전문가들과 지식인들을 양산할 수 있기 때문에 비판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피터스에게서 교육받은 사람이란 그가 무엇을 ‘하는가’보다는 그가 무엇을 ‘보는가’ 혹은 ‘파악하는가’에 의해 구별되어집니다. 즉 인지적 전망이 없는 사람은 학벌과는 관계없이 교육받은 사람이 아니라고 보고 있는 것입니다. 교육받은 사람은 실제적인 목적을 위해서가 아니라 정신의 해방, 지혜, 지적 호기심과 지적 정직성 등과 같은 지적 탁월성을 추구하는 사람을 의미합니다.

우리는 누가 진리 그 자체를 추구하는 탁월한 시민성과 지도력을 갖춘 교육받은 사람인지를 묻고 따져 보아야 합니다. ©장영식
우리는 누가 진리 그 자체를 추구하는 탁월한 시민성과 지도력을 갖춘 교육받은 사람인지를 묻고 따져 보아야 합니다. ©장영식

대선 정국입니다. 지도자를 뽑는 과정입니다. 이 중요한 대선 과정에서 무지와 편협한 지연과 학연 등으로 지도자를 뽑을 수는 없습니다. 세익스피어는 대학교육을 받지 않았지만, 좋은 글을 쓰는 데 부족함이 없는 위대한 작가였습니다.2) 우리는 학벌의 조건이 아니라 누가 진리 그 자체를 추구하는 탁월한 시민성과 지도력을 갖춘 교육받은 사람인지를 묻고 따져 보아야 합니다. 누가 인간과 사회, 자연생태계에 대한 넓은 시야와 안목을 갖춘 교육받은 사람인지를 끊임없이 질문해야 합니다. 누가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연민의 마음을 품고 있는 교육받은 사람인지를 규명해야 합니다. ‘묻지마’ 선택은 우리를 불행하게 할 것입니다. 중우정치를 극복하고 민주정치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우리 스스로가 교육받은 사람이 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탐구해야만 합니다. 우리 사회 전체가 학습하는 사회가 되어야 합니다. 그럴 때만이 우상이 지배하는 사회가 아니라 이성이 지배하는 사회가 될 것입니다.

송경동 시인은 “여기는 감옥이며, 나는 나비다”라고 말하면서 지금 여기에서 “꿈꾸는 자, 잡혀간다”라고 말합니다.3) 시인을 감옥에 가두고, 단식하게 하고, 노숙하게 만드는 엄혹한 현실 속에서도 우리는 꿈을 꾸어야 합니다. 프란치스코 교종은 '어느 한 세대의 이야기'에서 “꿈꿀 수 없는 사람에게는 시가 없습니다. 인생도 없고, 미소도 없으며, 반짝이는 눈빛도 없습니다”라고 말합니다. 이번 대선이 자유, 자유인, 넓은 시야와 선한 의지 등을 갖춘 교육받은 사람만이 탁월한 지도자가 될 수 있다는 이상을 실현하는 과정으로 자리매김하길 소망합니다. 지금 여기, 우리의 삶의 자리에서 교육받은 탁월한 지도자와 함께 걷는 꿈을 꿉니다.

우리는 누가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연민의 마음을 품고 있는 교육받은 사람인지를 규명해야 합니다.&nbsp;©장영식<br>
우리는 누가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연민의 마음을 품고 있는 교육받은 사람인지를 규명해야 합니다. ©장영식

1) 신득렬, 교육철학, 학문사, 1988. 80쪽 참조.
2) 신득렬, 교양교육, 겨리, 2018. 29-30쪽 참조.
3) 송경동, 꿈꾸는 자 잡혀간다, 실천문학사, 2012, 4-9쪽 참조.

장영식(라파엘로)

사진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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