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교회의 여성소위원회 세미나 개최, 교회 내 여성리더십 양성에 교회가 투자를 해야

지난 4월 10일 오후 2시에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 4층 강당에서 천주교 주교회의 여성소위원회 주최로 “교회 내 여성인력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세미나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는 변화된 한국사회 환경 안에서 교회 안의 여성들이 사목에 효율적으로 투신하기 위해서 어떠한 교회환경의 변화가 필요한지 논의되었다. 주교회의 여성소위원회는 지난 해 2006년 9월에 설립 5주년을 기념하여 ‘21세기 가톨릭 여성 사목의 전망’이라는 주제로 심포지엄을 개최한 바 있는데, 그 자리에서 제시된 내용을 구체적으로 심화시키기 위한 노력으로 마련된 자리였다.

교회 내 여성권한 지수 높여야

발제를 맡은 이상화 교수(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는 우리 한국사회가 양성평등사회로 가기 위하여 가시적인 제도적 변화를 이루어져 왔지만, 성차별적인 의식과 관행과 문화는 여전히 일상 속에 녹아들어가 있으며, 특히 세계적으로 양성평등 지수는 높아졌지만, 여성권한 지수는 하위권에 머물고 있다고 발표하였다. 즉 의사결정 체계에서는 여전히 여성들의 참여가 제한되어 있다는 것이다. 현재 저출산 고령화 사회로 가는 한국사회 안에서 여성인력의 활용은 국가적 과제가 되고 있는데, 특히 고학력 여성이 출산 육아기를 거치면서 노동시장에서 이탈한 뒤에 다시 직장을 얻기가 힘들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은 의사결정구조에 충분히 진입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교회도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교회 안의 여성인력 활용방안과 관련하여, 이상화 교수는 “여성 리더십 개발을 위해 꾸르실료 교육 등에서도 남성과 분리하여 여성만의 특화된 지도자교육이 필요하다”고 하였으며, 전문직 여성들이 교회 안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영역이 개발되어야 함을 역설하였다. 한편 이를 위한 기초 자료로 교회 활동영역과 실태에 대한 성별 분리 통계가 구축될 필요성을 제기하였다.

향후 여성 봉사자 사라질 수도

논찬에 나선 박정우 신부(서울대교구 생명위원회 사무국장)는 사회가 여성인력 활용에 대한 정책을 준비하는 데 반해 “한국 가톨릭교회는 여성인력 활용에 대한 사목적 대비가 부족하다”면서, “교회 봉사자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여성들이 앞으로 경제활동에 더 많이 참여하게 될 경우 무보수 단순 봉사자의 숫자는 감소할 것이며, 양성평등 문화가 확산되면서 본당이나 교회기관의 의사결정과정에 참여하지 못하는 여성들의 소외감과 불만도 더욱 커질 경우 여성 신자의 이탈도 우려된다.”고 하였다.

따라서 박신부는 사무직원을 포함하여 음악 및 전례 담당자, 교리교사 등을 유급으로 채용하는 미국교회의 사례를 들어가며 “재정적으로 안정된 본당부터 유급 전문인력을 활용”해야 하며, 상담, 사회복지, 유아교육 등의 분야에서 교회 안에 공간을 마련하여 여성전문인력을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이 검토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한편 이들 전문여성들이 교회 안에서 활동할 수 있는 환경을 교회가 제공하려면, 교구단위에서 이들 여성단체들에 대한 재정적 성사적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하는데, 남성 평신도들이 주도하는 평신도협의회의 경우엔 평신도주일 2차헌금으로 예산을 마련하는데, 여성단체는 단순한 회비와 기부금에 의존하고 있으므로 활동영역이 좁아질 수밖에 없다는 점도 지적하였다. 여성단체들의 경우엔 처음 발족할 때 대부분 여성주의적 시각 때문에 지도신부 없이 교계제도 밖에서 창립되었으나 사제와의 협력적 관계를 고려할 때 교계제도에 결합하는 문제를 고민할 시점에 와 있다고 하였다.


박정우 신부

교계제도는 남성지도력 양성에만 예산 투자해 와

한편 일반사회 안에서 여성들이 ‘부드러운 리더십’을 발휘하고 있지만, 교회는 그동안 신학생, 사제 등 남성지도력을 키우는 데만 예산을 쓰고 있으며, 여성 리더십을 양성하는 대표적 기관인 수도회조차도 양성된 인력을 수도회 자체 교육에만 활용하는 현실을 지적하였다. 그러므로 수도자들도 평신도 봉사자들이 할 수 있는 단순한 일을 하면서 본당에 머물면서 사제들이 가부장적인 태도로 부당하게 대우한다고 불평하지 말고, 고유한 카리스마에 따라서 책임자와 지도자로서 활동할 수 있는 분야를 개발해야 한다고 말하였다. 그런데 현재 수도회에서 본당사목에 머무는 것은 책임에서 벗어난 안전한 사목을 포기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하였다.

출산 장려 하면서 정작 아이는 홀대받는 상황이다

여성의 교회 활동 실태와 안정적인 신앙생활을 위한 제언’을 발표한 박은미 교수(가톨릭대학교 인간학교육원)는 활동적인 평신도 여성들은 대부분 여성사목과 가정사목에 대하여 숙고한 바가 없으며, 교육을 받은 바도 없다고 말했다. 그리고 여성인력들이 출산 이후 상당한 기간 동안 교회 활동과 신앙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있음을 지적하면서, “교회가 출산 장려와 생명 존중을 지속적으로 강조하고는 있지만, 정작 태어난 아이에 대해 홀대하는 상황을 사목자들이 방관하고 있다”고 비판하였다.

박교수의 발제에 따르면, 현재 교회 내 각급 위원회 등에 참여하는 여성인력은 10% 내외에 머물고 있으며, 그마저도 일방적인 헌신만을 요구받기 때문에 지속적인 전문활동가 확보가 어렵다고 말했다. 따라서 그동안 “교회의 ‘전업주부’ 역할을 담당해 온 여성 인력들이 앞으로도 교회에 존재할 것인지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말한다. 여성 개인들에게 신앙생활의 공백기라고 말할 수 있는 20대 후반-40대 초반까지 여성들을 위하여 교회는 주말 미사 중 한번 정도는 ‘어린 자녀를 둔 부부를 위한 미사’로 정하여 젊은 부부들이 편안하게 아이들과 함께 미사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하며, 구반장 특강이나 사순 대림절 특강 같은 무차별적인 교육보다는 다양한 가족구성원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한다고 제안하였다.


/한상봉 2008-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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