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차 해외선교사 교육 받는 최동민 신부 인터뷰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는 전 세계적 감염병으로 고통받는 이들이 늘고 있는 지금, 더 어려운 자리에 힘이 되고자 세상으로 나아가는 이들이 있다.

사제, 수도자, 신학생 19명은 해외 선교의 소명을 안고 1월 10일부터 2월 11일까지 성 골롬반 외방 선교회 선교센터에서 해외선교사 교육을 받고 있다. 교육 뒤 이들은 남미, 남수단, 러시아, 미얀마, 세네갈, 아르헨티나, 일본, 중국, 칠레, 카자흐스탄, 페루 등 각지로 파견된다.

해외 선교사 교육은 한국 교회가 받는 교회에 주는 교회로 나아가는 선교 소명을 실천하고자 17곳의 선교회, 수도회, 교구들이 1998년 처음 교육을 시작했다.

지난해에는 코로나로 열리지 못한 이 교육은 올해 27번째이며 한국 천주교주교회의 해외선교, 교포사목위원회가 주최하고 한국가톨릭 해외선교사 교육협의회가 주관한다.

최동민 신부. (사진 제공 = 성 골롬반 외방 선교회)

“내어 주는 삶 통해 더 많은 은총 받고 싶어....”

이들 가운데 최동민 신부(대전교구, 성 골롬반 외방 선교회 지원사제)는 남미로 발령받았다. 사제 서품을 받은 지 3년째 접어든 최 신부는 3월 초쯤 현지로 떠나 6년간 선교 생활에 들어간다. 계속되는 코로나로 이번 파견을 두고 걱정하는 이들도 많지만, “어렵게 살아가는 이들과 함께 있어 주는 것만으로도 선교가 되지 않을까” 싶어 소명을 받아안았다.

그는 지난 1년 동안 모든 활동과 공부를 선교 준비라는 마음으로 임했다. 무엇을 준비할지 막막함 속에서도 아픈 이들의 마음을 열고 보듬어 주는 상담교육(임상사목교육)과 선교지 사제단 생활을 위한 영어에 이어 스페인어를 배우고 있다. 그는 이 모든 과정이 “앞으로 만날 사람들을 위한 선물 준비"라고 여긴다.

“그분들이 제게 직접 대단한 도움을 요청하지도 또 제가 큰 도움을 줄 수도 없겠지만, 단 한 사람이라도 저를 통해 하느님의 위로를 받을 수 있길 희망합니다”

이런 그의 마음에 동료 사제들도 많은 응원과 기도를 보탰다. 그에게 선교를 추천했던 주임사제는 “마음으로라도 함께 선교지에 가겠다”고 해주었고, 부모님도 아쉬움과 걱정을 내비치기보단 “아들 신부”를 열심히 응원하고 있다. 최 신부는 이들 모두에게 감사와 사랑의 마음을 전했다.

1월 10일부터 2월 11일까지 성 골롬반 외방 선교회 선교센터에서 진행 중인 27차 해외선교사 교육 모습. ⓒ김수나 기자
1월 10일부터 2월 11일까지 성 골롬반 외방 선교회 선교센터에서 진행 중인 27차 해외선교사 교육 모습. ⓒ김수나 기자

"만나는 모든 사람이 존중 받고 있음을 느끼도록" 

3년 전 사제품을 받고 대전에서 본당 사목을 하는 동안 해외선교를 해 보라는 주임 사제의 제안과 주변 사제들의 해외 선교 경험을 들으며 그는 선교에 대한 호기심을 품게 됐다. 무엇보다 부제품을 받기 전 1년 동안 필리핀에서 살았던 경험도 그를 해외 선교로 이끌었다.

“당시 좋은 이유로 필리핀에서 살았던 것이 아니라, 내적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어야 했어요. 하지만 그때 하느님을 깊이 만나고 이토록 부족한 저를 너무나 사랑해 주심을 몸소 체험하는 계기가 됐어요. 그 뒤 스스로를 사랑하지 못했던 제가 자신을 사랑하게 됐고, 더불어 저와 함께하는 형제, 이웃, 가족까지도 제가 사랑받는 것처럼 사랑하고자 하는 마음이 생겨났어요. 한순간 저의 삶을 바꾼 하느님 체험은 본당에서 지내는 동안 큰 도움과 위로가 됐습니다.”

그는 사제의 삶에 큰 은총이 돼 준 이 체험이 선교사로서 살아갈 시간까지도 이어질 것이라 믿는다. 해외선교에서 더 어렵고 큰 고통이 따를 수 있지만 최 신부는 “하느님께서는 (그것이 무엇인지 모르겠지만) 분명 더 큰 선물과 은총을 제게 내려주실 것이고, 선교를 마치고 돌아올 때 그 은총과 선물을 더 많은 이들과 나눌 수 있길” 바란다.

충만한 존중과 사랑은 다른 이에게로 흐르는 법이다. 그는 앞으로 펼쳐질 선교지의 삶에서 다른 이들도 자신이 받은 사랑을 느낄 수 있도록 도우며, 자신 역시 “내어 주는 삶을 통해 더 많은 은총을 받고 싶다.”

“함께 지냈던 신부님께서 ‘네가 만나는 모든 사람이 존중받고 있음을 느끼게 해 주라’는 말씀을 자주 하셨어요. 저도 존중받고 있음을 느껴 봐서, 그 기쁨이 어떤 것인지 알아요. 제가 만나는 모든 이들이 저를 통해 이러한 마음을 똑같이 느낄 수는 없겠지만, 많은 분을 존중해 드리고 모두가 하느님께 사랑받는 자녀라는 것을 스스로 느끼시도록 돕고 싶어요.”

선교지에서의 생활은 어떨까? 최 신부는 상상해 보곤 한다. 아무래도 생활하는 데 몇몇 어려움은 있겠지만 크게 걱정하지는 않는다. 언어나 문화의 차이일 뿐, 어디서나 인간의 희노애락은 비슷할 터다. 하지만 어렵고 힘들 때 자신이 하느님을 놓쳐 버리지 않을지 두렵다. “마음이 흔들릴 정도로 큰 감정의 파도가 들이닥칠 때 하느님을 찾지 않고, 내 고집만 피우는 우를 범하지는 않을까.” 그는 이런 두려움을 안고 하느님을 놓치지 않고 자신의 마음을 꼭 붙들어 주시라고 끊임없이 기도하고 있다.

마음 깊이 자리한 두려움에도 계속 기도하고, 내어 주는 삶을 통한 은총을 간구하며 선교사로서의 소명을 받아안은 최 신부는 선교지에서 마주할 낯섬과 새로움에 대해 거듭 다짐한다.

“하느님 강생의 신비를 자주 묵상하게 돼요. 한국에서 배우고 체험했던 사회, 경제, 생활 등 모든 사고방식을 잠시 내려놓고, 앞으로 만날 형제자매들의 삶을 제 안에 받아들이고 싶어요. 모든 새로운 것을 기쁨과 은총의 선물로 받아들일 수 있길 기대하고, 저도 그들의 삶에 녹아들어 하나될 수 있길 다짐하고 또 다짐해 봅니다.”

성 골롬반 외방선교회에 전시된 지난 해외선교사 교육 사진. ⓒ김수나 기자
성 골롬반 외방선교회에 전시된 지난 해외선교사 교육 사진. ⓒ김수나 기자

1월 24일 '해외 선교지 적응 및 자기 이해, 심리학적 관점에서'를 강의한 이찬 신부(성 골롬반 외방 선교회)는 낯선 문화와 소통의 어려움, 이질감 같은 문화 충격으로 “선교는 일단 혼란”이자 “선교에 어떤 의미가 있다 해도 나가는 것 자체가 부담”일 수밖에 없고 적응하기까지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럼에도 선교 생활에서 겪는 고생은 쉽게 바뀌지 못하는 사람을 변화시키며, 이러한 인간 성장을 위해서는 먼저 자기 자신을 잘 돌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자기 이해에 대한 주제부터 선교학, 선교사와의 만남, 선교현장 방문 같은 선교에 대한 이해를 돕는 강의와 한국 교회와 선교, 인권, 그리스도인과 사회 문제, 생태 회칙, 한국전쟁과 선교사, 이웃종교, 다문화 이해와 성폭력 등의 주제가 교육에서 폭넓게 다뤄졌다.

이 가운데 최 신부는 여러 강의가 기억에 남지만, “계속 머릿속에 되뇌는 것은 광주대교구 옥현진 주교님께서 나눠 주셨던 “목표가 없는 배에게는 모든 바람이 역풍이다”라는 편지 내용이라고 했다.

“예수 그리스도라는 목표를 두지 않는다면, 제가 겪는 모든 어려움과 때론 은총들까지도 역풍이 될 수 있어요. 하지만 예수 그리스도를 목표로 살아간다면, 모든 어려움은 제 영혼을 단련시키는 바람이 될 것이 되고, 순조롭게 흘러가는 모든 일은 기쁨과 희망을 심어 주는 은총의 바람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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