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부터 매달 두 번째 화요일에 '언론과 가톨릭'을 6회 연재합니다. 세상에 빛과 소금의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필요한 언론과 가톨릭의 관계를 모색해 보고자 합니다. 칼럼을 맡아 주신 한창현 신부에게 감사드립니다. -편집자

언론의 중요한 역할은 권력을 감시하고 비판하는 일이다. 탐사보도는 이러한 언론의 역할에 충실하고자 지속적인 취재와 분석을 지향한다.

이와 관련하여 권장원 교수(대구가톨릭대)는 누구나 느끼고 있지만 지속적으로 유지되는 불합리한 관행이라든지, 많은 사람 사이에서 회자되지만 확인하기 어려운 사건이나 정보를 심층취재하는 것이 탐사보도라고 보았다. 그리고 이를 통해 보다 나은 사회로 도약하기 위한 발판을 제공해야 한다는 점도 분명히 한다.1)

가톨릭과 관련해서는 '스포트라이트'라는 영화가 탐사보도의 전형을 보여 준다. 영화는 미국 보스턴 교구의 성직자들이 30년에 걸쳐 수많은 소년을 성추행했고 이들이 별다른 처벌을 받지 않았다는 사실을 끈질지게 추적한 보스턴 글로브 ‘스포트라이트’ 팀의 실화를 다루고 있다.

박영흠 교수(협성대)는 권력의 부패와 불의에 적극적으로 맞선다는 점에서 탐사보도는 민주주의의 파수꾼이라고 설명한다.2) 이어 박 교수는 진정한 언론은 단순히 사실을 전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사회의 구조적 모순을 찾아내고 파헤쳐 고발함으로써 사회 정의를 실현하고 변화의 실마리를 제공해야 한다고 보았다.

이러한 차원에서 본다면, 탐사보도를 통해 제기된 의혹 자체를 무조건 부정하기보다는 제기된 의혹과 관련된 사안들을 입체적으로 살펴보려는 노력이 요구된다고 할 수 있다. 최근에 <MBC> 'PD수첩'은 (재)마리아 수녀회가 서울시로부터 위탁받아 운영했던 아동복지시설에서 보육교사들이 지속적이고 광범위한 폭력과 학대, 운영 책임이 있던 수녀들의 방관 또는 직접적인 폭력이 있었다는 내용을 방송했다. 방송 이후 마리아 수녀회는 폭력 피해를 호소하는 이들과 현재 살고 있는 아동들에게 미안하다는 내용을 담은 사과문을 발표하고 아동을 돌보는 모든 사업에서 철수한다고 발표했다.

사과문에는 의혹이 제기된 시설의 졸업생들이 탐사보도에 대한 의견 차이로 대립하고 있다는 점을 언급하고 있다. 이런 경우는 자칫 탐사보도의 의도 자체를 의심하는 방향으로 논의가 진행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번 사안과 관련하여 탐사보도가 진행되었다는 사실 자체가 관심의 영역에서 사라질 가능성이 있음을 의미한다. 이는 비단 이번 사안에만 국한된 현상은 아니다. 가톨릭과 관련된 탐사보도는 그 자체로 보도의 진정성이 의심받다가 후속 조치 없이 사라지는 경우가 대부분인 것 같다. 물론 탐사보도 자체가 잘못된 정보를 통해 편향된 시선으로 사안의 본질을 왜곡하였는가를 검증하는 것은 반드시 필요하다. 이와 동시에 제기된 의혹을 통해 시스템 속에 만연해 있는 구조적 문제들을 살펴보는 것도 분명 의미가 있는 작업이 될 것이다.

(이미지 출처 = Pexels)
(이미지 출처 = Pexels)

'스포트라이트' 영화에서 다루었던 실제 탐사보도 보도 이후 미국 가톨릭교회는 그 해(2002년) 열린 주교 연례 회의(Annual Meeting of the U.S. Conference of Catholic Bishops)에서 ‘어린이와 청소년 보호 헌장’(Charter for Protection of Children and Young People)을 채택했다.

이후 이 헌장은 2005년, 2011년 그리고 2018년에 세 차례에 걸쳐 개정됐다. 이 헌장은 교회 내에서 일어나는 아동 성폭력과 관련된 규범(norm)을 개별 교구와 대교구에 전달하고 있다. 미국 주교회의는 2002년 헌장 선포와 함께 가톨릭교회 내의 성폭력 사건을 조사해 연간 보고서(Annual Report Findings and Recommendations)를 작성, 공개하고 있다.

이 보고서에는 가톨릭 관련 조직에서 종사하는 사람들이 성폭력과 관련돼 기소된 모든 사건의 추이가 공개된다. 더불어 성폭력 피해자가 스스로 신고할 수 있는 방법을 자세히 안내하고 있으며, 아동이 성폭력으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들을 제시하고 있다. 이를 위해 아동이 성폭력의 대상이 되었음을 부모가 인지하도록 안내하고 있다.

2019년 연간 보고서의 통계에 따르면 2004년부터 2019년까지 아동 성폭력과 관련하여 제기된 혐의 중 확인된 것은 2257건이며, 92퍼센트의 혐의는 1980년대 이전에 일어난 성폭력 사건에 관련된 것이고, 2000년 이후에 일어난 사건 중 실제로 입증된 것은 52건이었다. 미국 교회에서 모든 것을 투명하게 공개하기로 한 이후 상황은 그 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바뀌었다. 한국 천주교회도 2019년 춘계 정기총회를 통해 ‘사제 성폭력 피해 접수처’ 설치를 결정했다. 실제로 몇몇 교구들은 홈페이지를 통해 교구 내 성폭력 피해접수가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미디어의 발전과 언론의 속성상 탐사보도뿐만 아니라, 다양한 방식으로 가톨릭에 대한 의혹 제기는 증가할 것이다. 이는 세상에 빛과 소금의 역할을 해야 하는 교회가 그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는 아픈 지적일 것이다. 물론 가톨릭에 대한 비난을 무조건 수용해서는 안 될 것이다. 하지만, 아프더라도 인정해야 할 부분이 있다면, 제대로 수용하고 쇄신하려는 구체적인 노력이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가톨릭교회에 대한 비난과 지적은 역설적으로 세상에서 누군가는 그 역할을 제대로 해 주었으면 좋겠다는 기대의 반영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다.

 

1) 권장원, 지역언론과 탐사보도, 2006.10.18. http://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50953
2) 박영흠, 왜 언론이 문제일까?, 반니, 2018.
3) https://www.usccb.org/offices/child-and-youth-protection/charter-protection-children-and-young-people
4) https://www.usccb.org/offices/child-and-youth-protection/archives
5) ‘주교의 책무’(http://www.bishop-accountability.org/)라는 단체는 가톨릭 교회 내에서 성폭력과 관련되어 발생하는 사건들을 감시하여 공개하고 있다. 특히 2004 보고서에는 1950년부터 2002년까지 성폭력 관련 기소 자료가 포함되어 있다.
시카고 대교구의 경우는 성폭행과 관련하여 혐의가 입증되어 직무에서 제외된 신부들의 명단을 공개하였다. 이 명단에서 소명의 기회 갖기 전에 사망한 경우는 제외 되었다. 출처: http://www.bishop-accountability.org/resources/resource-files/databases/2006_03_20_list.pdf
6) https://www.usccb.org/committees/protection-children-young-people/how-report-abuse
7) https://www.usccb.org/offices/child-and-youth-protection/ten-points-create-safe-environments-children
8) https://www.usccb.org/offices/child-and-youth-protection/faq#for-parents
9) 한창현, 2020년 한국문화연구학회 여름정기학술대회에서 발표한 내용의 일부 발췌.

한창현(모세)

성바오로수도회 사제
서강대학교 신문방송학과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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