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이 지나가는 시공간은 거꾸로 흐르지 않는다. 어둠 속에 머물렀던 비대면 공연장의 빈 객석은, 소리와 빛으로 가득 메워졌다. 이전에 볼 수 없었던 가지각색의 음악과 빛으로. 영혼을 어루만지는 손가락으로, 가톨릭교회 안에서는 처음으로, 소리가 만들어 내는 언어로, 주님을 찬양하는 ‘가톨릭 생활성가 연주자들’.... 

2022년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독자와 처음 만나는 가톨릭 생활성가인은 피아노 연주자 ‘윤순 로사리아’다. 그녀의 이름을 담은 첫 연주 공연의 앵콜 공연이었던, 가톨릭문화원 아트센터 '찬양, 거룩한 기쁨' 357회 공연 후 만나 본다. 

윤순 로시리아. (사진 제공 = 윤순)
윤순 로시리아. (사진 제공 = 윤순)

그녀에게 독자들에게 간단한 자기소개를 부탁했다.

"안녕하세요. 저는 작편곡가 겸 음악감독으로 활동하고 있는 윤순 로사리아입니다.
성가 음반 프로듀싱 및 편곡 작업을 주로 하고 있고 뮤지컬 전공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지금은 서울 성현동 성당 청년 미사에서 피아노 반주하며 성가대 지도도 하고 있어요."

이번 공연의 의미와 소감, 콘서트 이모저모 이야기를 물어본다.

"작년 11월에 ‘전주 평화의 전당’, ‘서울 서강대 메리홀’, 그리고 올해 1월 가톨릭문화원 아트센터에서 'Fingers, Touch in Soul' 타이틀로 3회 공연을 했어요. 이번 공연에는 최근에 발매한 '풍경을 걷다'에 저의 피아노 연주 음반의 수록곡과 그동안 작곡하고 프로듀싱 한 앨범의 곡들도 선보였어요. 기획 단계부터 가장 중점을 둔 것은 보컬의 노래를 완성시키기 위해, 늘 말없이 뒷자리를 지켜온 연주자들에게 집중하는 무대를 만드는 것이었어요. 한마디로 조연들이 모여 주연을 만들어내는 공연 이라고도 할 수 있겠죠. ㅎㅎ 

생활성가 발전을 위해 적게는 5년 길게는 20년 이상 연주 활동을 해온 선후배들과 함께 준비하고 만들어가는 과정이 참 의미 있었어요. 공연을 마치고 나니 뿌듯하고, 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준비과정은 험난하고, 연주자 공연은 처음이었기 때문에 걱정도 많았지만 그만큼 더 큰 것을 받았어요. 함께했던 연주자들과 깊은 유대를 할 수 있었고, 많은 분이 도와주시고 좋아해 주셨는데, 조금이나마 새로운 희망을 본 것 같아요."

지난 1월 13일 목요일에 있었던, '찬양, 거룩한 기쁨' 357회 특집 공연을 나눠 본다.

 

이번 앵콜 공연에서는 현재 가톨릭 성가와 대중음악을 넘나들며 연주하고, 편곡자로서도 맹활약하고 있는 음악가들이 윤순 로사리아와 함께 무대에 올랐다. 트럼펫 김성식, 베이스기타 김지수, 기타리스트 서강희, 피아노 김정연, 드럼 송인군, 피아노 김유니, 베이스 기타 정석원, 드럼 이지섭 등 연주자 8명은 오랜 시간 함께 연주하며 만들어진 앙상블을 바탕으로 서로의 연주에 자연스럽게 녹아 있다.

특히 관객에게 익숙한 성가부터 다양한 장르를 그들만의 감각으로 직접 편곡해 색다른 즐거움을 선사했다. 또한 연주자로서 늘 윤순에게 힘이 되어 준 기타리스트 박중권, 피아노 정유리와 더불어 윤순이 직접 프로듀싱한 음반의 주인공인 성가 가수 나정신, 김시연, 최준익이 초대손님으로 함께해 축하와 격려의 마음을 음악으로 표현했다.

공연 후 윤순 로사리아에게 가톨릭에서 음악을 시작하게 된 계기와 보람에 관해 물어본다.

"저희 집안에 가톨릭 신자는 한 명도 없었는데, 큰언니가 천주교 재단의 고등학교를 진학하면서 동생들을 성당으로 이끌었어요. 중학생 때 처음 성당을 나가게 되었는데, 그곳에 계신 수녀님, 교리교사 분들이 너무 행복해 보였고, 친구들과 함께 하는 시간도 즐거웠던 걸로 기억돼요. 어릴 적부터 음악을 좋아해서 성당에서 기타도 배우고 성가를 부르는 시간이 저에겐 큰 기쁨이었고, 음악대학 진학 후에도 성당과 교구에서 성가 봉사를 하게 되었지요.

대학 졸업 후 성가를 단순히 봉사가 아닌 전문적으로 해 보고 싶다는 열망으로 고향 전주를 떠나 서울로 올라와서 지금까지 활동하고 있어요. 수많은 음악 중에 제가 성가를 사랑하고 이 일을 하고 있는 것은 하느님의 말씀이 음악으로 표현될 때, 제 스스로 위로와 감동을 많이 느끼기 때문이에요. 하느님의 큰 사랑을 아름다운 선율로 전할 수 있는 달란트를 주심에 감사하고, 찬양을 통해 신자분들의 마음이 열리고 위로와 기쁨을 드릴 수 있는 것에 보람을 느낍니다."

피아니스트 윤순 로사리아를 넘어, 작곡가, 편곡자, 음반 프로듀서로서의 그녀의 이름을 가톨릭 곳곳에서 만날 수 있다. 지금까지 어떤 공연과 앨범 작업이 있었는지, 그리고 그중 기억되는 것 혹은 의미 있던 작업들은 어떤 것이었는지 물어본다.

"작게는 소규모 피정부터 방송, 규모가 큰 공연까지 많은 경험을 했어요. 신자분들과 직접 만날 수 있는 본당에서의 피정도 좋고, 새로운 찬양사도를 발굴하는 cpbc 창작성가제에서 앞으로 후배가 될 친구들을 만나는 것도 의미가 깊었어요. 가장 기억에 남는 공연을 꼽으라면 2013년도 브라질 세계청년대회에서 한국인 최초로 공연을 한 것이에요. 그때도 선례가 없어 시행착오가 많았는데 주님의 이끄심으로 공연 7번을 마치고 무사히 돌아왔죠.

음반 작업은 15년 정도 해왔는데 편곡과 연주로 참여한 앨범까지 하면 100장 정도 되지 않을까 싶은데요. 여러분들이 들으시는 성가곡들을 많이 작업해 왔죠. 녹음 작업을 할 때 찬양사도분들이 차가운 녹음실 안에서도 눈물을 흘리며 찬양하는 경우가 많아요. 녹음이 중단될 때도 있죠. 듣는 이가 없어도 성령께서는 함께하시고 성가의 힘을 다시금 느끼게 되는 것 같습니다."

2021년 제20회 <cpbc 가톨릭평화방송> 창작생활성가제에 밴드마스터로 이끈 성가제를 함께 나눠본다.

그리고, 가톨릭교회 안에서 음악하는 직업에 관해 물어본다.

"직업이 되기 위해서는 생계가 보장되어야 해요. 하느님의 일이라도 생계가 보장되지 않으면 할 수 없어요. 물론 다른 직업이 있으면서 교회 안에서 봉사하는 분들도 훌륭하지만, 직업이 되어야 그 분야가 발전하고 전문적으로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찬양사도에 대한 인식이나 처우가 예전보다 좋아지고 있지만, 아직도 봉사와 직업의 경계에서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고민이 되는 건 사실입니다. 그러나 저는 프로가 되기를 지향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나 스스로도 그런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해야 하고, 교회도 그런 시스템과 무대가 마련되도록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합니다."

그녀의 첫 번째 공연이였던, '윤순 로사리아 Yun Sun’s 1st CONCERT Fingers, Touch in Soul'의 앵콜 공연이 많은 감동을 주며 끝났다. 그녀는 함께 공연을 만들어 가는 박우곤, 이충훈 씨를 비롯한 수많은 이에게 감사의 말도 함께 들려주었다.

빛이 지나가는 시공간은 거꾸로 흐르지 않지만, 그녀가 품어낸, 어둠을 뚫고 살아 숨쉬고 있는, 수많은 빛과 소리의 시간은, 지나간 날들의 추억과 다가올 날들의 희망을 담아냈다. 어둠에 머무르고 있던 내 영혼을 다시 일으켜 세웠다. 감사하다.

마지막 영상은 그녀와 함께 연주했던, 영화 '일 포스티노'의 테마곡을 그녀의 아코디언 연주로 들어본다.

 

윤순 로사리아

전북대학교 작곡 전공 학사
이화여자대학교 공연예술대학원 영상음악 전공 석사
전 한림예고, 숭의여대, 백제예대 출강
영화 '그 사람 추기경' 음악 작곡
뮤지컬 '말괄량이 길들이기', 3.1운동 100주년 기념 뮤지컬 '최정숙-동 텃저 혼저 글라', '사도 베드로' 음악 작곡 및 음악감독
연주 음반 '풍경을 걷다'
단독 공연 'Fingers, touch in soul'
성가 음반 편곡, 연주 및 프로듀싱 다수
<cpbc 가톨릭평화방송> TV, 라디오 출연 다수
cpbc 창작생활성가제, 브라질 가톨릭 세계청년대회, 한국청년대회 등 다수의 성가 공연 연주 및 밴드 마스터 역임

 


신상훈(시몬)
Alma Art 가톨릭문화원 음악팀장 1999년
신상옥과 형제들 창단멤버 1992년
서강대 철학과 졸업 1998년
sbs효과실 음악감독 1998년
천주교 인천교구 정의평화위원회 위원 2015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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