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출처 = <America>)

독일 뮌헨 대교구에서 발표된 과거 성학대 사건에 관한 보고서에서 베네딕토 16세 전임교황이 죄가 있음이 나타났다.

이 보고서는 뮌헨-프라이징 대교구가 한 법무법인에 조사를 의뢰한 결과이며 1월 20일 발표됐다. 보고서는 베네딕토 16세(94)가 과거 뮌헨 대교구장으로 재임 중에 성직자에 의한 성학대 사건을 처리하면서 4건의 비행을 저질렀다고 밝혔다.

당시 저명한 신학자이던 요제프 라칭거 신부는 1977년 뮌헨 대교구장에 임명돼 1982년 초 사직했다. 1981년 11월 교황 요한바오로 2세가 그를 교황청 신앙교리성 장관으로 임명했기 때문이었다. 그 뒤 2005년에 요한바오로 2세가 죽자 라칭거 추기경은 그 뒤를 이어 교황으로 선출돼 교황명을 베네딕토 16세로 정했다. 

이번 보고서는 뮌헨 대교구가 1945-2019년 사이 교구 안에서 있었던 성학대 사건과 그 처리에 대해 정리한 것으로, 독일 출신 교황인 베네딕토 16세 전임교황의 교구장 재임 시기가 포함돼 있었기 때문에 발표 전부터 독일 교회 안팎을 비롯해 세계 교회의 큰 관심을 끌었다. 현 교구장은 라인하르트 마르크스 추기경이다. 마르크스 추기경은 독일 주교회의 의장을 맡은 바 있으며, 프란치스코 교황이 주도하는 교회개혁의 열렬한 지지자다. 이번 보고서에서 마르크스 추기경도 재임 중에 2건의 비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독일의 가톨릭 통신사인 <KNA>에 따르면, 보고서는 성학대 사건에 관해 누가, 무엇을 알았으며, 그들이 언제, 어떤 행동을 취했는지에 중점을 뒀다. 

보고서 발표자들은 보고서는 피해자 497명과 학대자 235명을 확인했지만, 실제 숫자는 훨씬 더 많을 것이 확실하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거의 1900쪽에 이르는 이 보고서에는 “무서운 이야기가 계속 나온다”면서, 적어도 2010년까지는 이 문제를 다루는 교회의 시스템이 “전혀 작동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KNA>에 따르면, 보고서 발표자인 마르틴 푸슈 변호사는 베네딕토 16세는 모든 혐의를 부인했다고 말했다.

푸슈 변호사는 베네딕토 16세가 일부 건은 몰랐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관련 기록과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한편, 교황청의 마테오 브루니 공보실장은 “교황청은 이번 보고서에 진지한 관심을 둘 의무가 있다고 믿고 있”지만, 아직 살펴볼 시간이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며칠간 교황청은 이 보고서를 검토할 것이고 세부 내용을 제대로 검토할 수 있을 것이다. 교황청은 성직자들에 의한 미성년자 성학대에 관해 수치심과 양심의 가책을 느끼고 있음을 강조하면서, 모든 피해자들과 가까이 있고, 최연소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취해진 조치를 다시금 확인하며, 그들을 위한 안전 환경을 보장한다”고 말했다.

교황 요한바오로 2세는 2001년부터, 라칭거 추기경이 장관을 맡고 있는 신앙교리성에게 각 지역 주교들을 조사할 권한을 줬고, 따라서 베네딕토 16세는 많은 성학대 사례를 알고 있었다. 2003년, 신앙교리성은 미성년자를 성적으로 학대한 사제의 옷을 벗기는 절차를 간소화했다.

또한 그는 2005년에 교황으로 선출된 뒤, 이 고질 문제를 처리하기 위해 일했다.

그는 2013년에 은퇴한 뒤 거의 대중의 눈에 띄지 않게 살아 왔지만, 2019년 4월에 성학대 위기에 관한 글을 발표했는데, 그는 이를 “비망록”이라 불렀다. 이 글에서 그는 성학대 추문의 뿌리는 1960년대에 굳은 신앙과 윤리적 확실성을 잃기 시작한 데서 비롯한다고 보았다. 이 글에서 그는 교회의 대응은 신앙의 감각과 옳고 그름의 감각을 회복하는 데 초점을 둬야만 한다고 주장했다.

베네딕토 16세 전임교황이 2015년 12월 8일 성 베드로 대성전에서 성년 시작을 기념하는 식전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 출처 = americamagazine)
베네딕토 16세 전임교황이 2015년 12월 8일 성 베드로 대성전에서 성년 시작을 기념하는 식전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 출처 = americamagazine)

교회 개혁을 추구한 제2차 바티칸공의회(1962-65)에서, 당시 라칭거 신부는 개혁파 신학자로서 활발히 참여했으나 1968년 무렵 서구 대학가를 휩쓴 급진적인 68혁명을 겪으면서 보수주의로 바뀌었다.

발표자 중 한 명인 울리히 바스틀 변호사는 베네딕토 16세가 조사에 응해 보내온 82쪽에 이르는 진술서 가운데, 반복된 성학대 때문에 1980년에 에센 교구에서 뮌헨 대교구로 전출돼 온 피터 H.에 관한 부분은 “아주 믿을 만하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이 진술서에서 베네딕토 16세는 자신은 이 건에 관해 결정이 내려진 회의에 참석하지 않았다고 했다. 하지만 바스틀 변호사가 기자회견 자리에서 낭독한 당시 회의록에는 라칭거 대주교가 다른 주제들에 관해 보고자로서 여러 번 언급된다.

보고서 발표자들은 다른 3건에서도 베네딕토 16세의 비행을 확인했다. 여기에는 범죄들을 저질렀지만 다른 곳에서 계속 사목적 돌봄을 수행하도록 허용된 성직자들의 전출입이 연관돼 있다. 베네딕토 16세는 그들이 저지른 짓을 “전혀 몰랐었다”고 써서 보내왔다.

바스틀 변호사는 사람들에게 베네딕토 16세의 진술서를 직접 읽어 보라고 촉구하면서, 이 글을 읽어 보면 가톨릭교회의 한 최고 대표자가 성학대 문제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제대로 알”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보고서로 앞으로 어떤 법적 조치가 따를 것인지는 두고 봐야 안다. 뮌헨 검찰청은 이번 보고서에서 밝혀진 고위 교회관리의 비행 42건에 대해 조사하고 있다.

발표자들은 조사를 의뢰한 뮌헨 대교구에 대해서는 권고사항을 말하지 않았다.

또한 교구장인 마르크스 추기경은 앞으로 1주일은 세세한 언급을 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에 성학대 사건 처리를 (직접 하지 않고) 위임한 혐의를 주로 받았다.

하지만 좀 뒤인 20일 중에, 그는 성명을 발표했다. “오늘 나는 성학대로 피해를 입은 이들을 생각하고 있다. 이들은 교회를 대표하는 이들, 사제들, 그리고 교회의 영역 안에서 고용된 이들의 손에, 엄청난 규모로, 피해와 고통을 겪었던 이들이다. 나는 오늘 충격받았으며 부끄럽다.”

마르크스 추기경은 2021년 여름, 성학대에 대한 책임을 지고 공개적으로 대교구장직에서 사임하려고 시도했다. 이때 그는 자신은 전임자들이 저질렀을지도 모를 실수들에 대해서도 공동책임을 져야 한다고 명확히 밝혔다. 당시 프란치스코 교황은 그의 사임 요청을 기각했다.

마르크스 추기경은 20일 성명에서 “뮌헨-프라이징 대주교로서, 나는 지난 수십 년간 교회 기관(이 저지른 죄)에 대해 공동으로 책임이 있음을 느낀다. 따라서 나는 현직 대주교로서, 대교구를 대표해 과거 수십 년간 교회 영역 안에서 사람들을 괴롭힌 사건들에 대해 사과한다”고 밝혔다.

마르크스 추기경은 보고서를 발표하는 자리에 초대받았지만 참석하지 않았다. 보고서 발표자들은 이에 유감을 표시했다. 이에 대해 마르크스 추기경은 자신은 기자회견을 (미디어를 통해) 지켜봤다면서 오는 1월 27일까지는 대교구가 “앞으로 어떻게 할지에 대한 기초적 관점과 개요를 정리해서 밝힐 수 있기를 바라며, 그리함으로써 대교구 당국은 계속해서 함께 긴밀히 일할 것을” 바란다고 말했다.

보고서가 발표되기 하루 전인 19일, 독일 주교회의 성학대 피해자 관련 자문위원회는 성명을 내고, 독일 교회의 성학대에 관한 일련의 보고서를 보면 가해자 보호가 피해자 보호보다 우선됐음을 알 수 있다고 강조했다.

“과학수사적 방법이든 제도분석적 방법이든, 여러 조사는 모두 같은 결론에 이르렀으니, 이제 더 이상의 분석 조사를 할 필요가 없다. 이제는 책임을 져야 할 마지막 차례이고, 결정을 내리고 용감하게 행동할 마지막 순간이다.”

위원회는 성명에서 미래의 학대는 방지돼야 하지만, 수많은 피해자의 고통은 (교회의) 태도를 바꾸는 방식으로 인정돼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관찰, 판단의 단계는 지났고, 이제는 행동할 때다. 마침내 행동할 때다.” 위원회는 모든 이, 사제와 주교들은 물론 평신도까지, 지금까지 학대가 잘 일어나게 된 요소들에 모두 책임이 있다고 덧붙였다. (역자 주: 관찰-판단-행동은 가톨릭교회에서 어떤 구체 문제에 관여하는 절차적 방법론이다.)

한편, 한 피해자 대표는 베네딕토 16세가 자신의 행위에 책임을 지고 “전임교황”이라는 칭호를 내려놓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현직인 고위성직자가 성학대 사건과 관련해 비행을 저지른 경우 그를 면직시키고 “기도하며 참회하는 생활”을 명하곤 했다. 그러나 베네딕토 16세는 이미 스스로 교황직을 사임하고 “기도하는 생활”을 하고 있다.

기사 원문: https://www.americamagazine.org/faith/2022/01/20/munich-report-pope-benedict-abuse-242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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