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틸리오 그란데 신부, 마누엘 솔로르자노, 넬슨 루틸리오 레무스
1977년 정부 보안군 총격에 순교
22일 산살바도르에서 시복

엘살바도르 예수회 사제 루틸리오 그란데와 평신도 마누엘 솔로르자노(당시 72살), 넬슨 루틸리오 레무스(당시 16살)가 1월 22일 산살바도르에서 순교자로 시복된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들의 시복을 지난해 2월 승인했다. 

세 사람은 1977년 3월 12일, 9일 기도를 하기 위해 이동하던 중 군인들의 무차별 총격으로 함께 목숨을 잃었다.

이들이 사망한 시기의 엘살바도르는 1931년부터 시작된 군부 독재 시절이었으며, 정치적 폭력과 좌우익 사상 충돌이 빈번했다. 이 가운데 농민을 비롯한 가난한 이들의 삶은 비참할 수밖에 없었다.

1928년에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난 루틸리오 그란데 신부는 엘살바도르 격동의 시기를 오롯이 거치며 살았다. 17살에 예수회에 입회한 그는 벨기에 루멘 비타에 연구소에서 공부하면서 해방신학, 제2차 바티칸공의회의 새로운 사목방법론을 접하게 된다. 1965년 엘살바도르로 돌아온 그란데 신부는 신학교 교수로 활동하며 사회과학 방법론을 강조하고, 신학생들이 농촌, 도시빈민 지역 공동체를 체험하도록 했다.

특히 그가 천착한 것은 가난 가운데 가장 취약한 농민(소작농)을 섬기는 방법이었다. 결국 1973년 농민 속으로 들어간 그는 농민들이 굶주림의 이유, 즉 불의의 원인을 깨닫도록 활동을 시작했다. 이는 불의의 구조를 사회과학적으로 분석하는 것과 동시에 농민이 성직자를 비롯한 누군가에게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주체가 되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이같은 그란데 신부의 활동으로 불안해진 군부 독재 권력자들은 결국 그란데 신부와 평신도들을 죽음으로 내몰았다.

(왼쪽부터) 마누엘 솔로르자노, 루틸리오 그란데 신부, 넬슨 루틸리오 레무스는 1월 22일 순교자로 시복된다. (이미지 제공 = 예수회)
(왼쪽부터) 마누엘 솔로르자노, 루틸리오 그란데 신부, 넬슨 루틸리오 레무스는 1월 22일 순교자로 시복된다. (이미지 제공 = 예수회)

루틸리오 그란데 신부는 농민을 비롯한 엘살바도르 민중의 벗이자, 오스카 로메로 대주교의 오랜 친구였다. 당시 대주교로 착좌한 지 3주밖에 되지 않은, 군부와 더 가까워 오히려 민중들의 불만을 샀던 로메로 대주교는 이 세 사람의 죽음을 통해 군부 독재의 부조리와 민중들의 삶을 온몸으로 느끼게 됐다. 그리고 로메로 대주교 역시 3년 뒤, 친구와 같은 죽음을 맞는다.

그란데 신부의 추모미사에서 로메로 대주교는 이렇게 말했다.

“신부님의 죽음의 참된 이유는 교구에 있던 사람들의 의식을 높이려던 그의 예언자적이며 사목적인 노력 때문입니다.... 이러한 제2차 바티칸공의회 이후의 교회의 노력은 확실히 모든 이가 동의하는 것은 아닙니다. 왜냐하면 이는 사람들의 의식을 일깨우기 때문입니다. 이는 많은 이를 불편하게 만듭니다. 이를 종식시키기 위해서 여기에 종사하는 사람을 무력화시키려고 합니다. 루틸리오 그란데 신부님이 바로 이 경우입니다.”

예수회 총장 아르투로 소사 신부는 전 세계 예수회 형제들에게 보내는 이번 시복에 대한 편지에서 그란데 신부와 함께 순교한 마누엘 솔로르자노, 넬슨 루틸리오 레무스를 두고 “그란데 신부의 사목 여정에 없어서는 안 될 동료였으며, 책임감이 강하고 기꺼이 도움을 주는 이들이었다”고 기억했다.

또 “(당시) 그란데 신부와 사목팀 그리고 복음적 정의를 위한 투쟁에 대한 믿음으로 기꺼이 헌신한 협력자들에게 사목활동과 정치적, 군사적 게릴라 활동은 분명하게 구분되는 것이었”지만 “자신의 권력이 위협받고 있다고 느낀 소수의 권력자들에게 그란데 신부는 제거해야 할 방해물이었다”고 말했다.

소사 신부는 “교회는 루틸리오 그란데 신부와 마누엘, 넬슨의 순교를 인정하고 또 그들이 자신의 삶에 의미를 부여하는 신앙, 자신의 피로 증거하고자 했던 신앙으로 인해 목숨을 잃었다고 판단한다”며, “그래서 예수회는 이 세 분의 삶을 선물로 주신 하느님께 감사하며, 엘살바도르 사람들의 신앙과 모든 이에게 가치 있는 자리를 마련하는 정의로운 사회를 가져올 변화를 도모하는 엘살바도르 사람들의 노력에 함께하고자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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