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부터 매달 세 번째 월요일에 '관찰, 판단, 그리고 살아가기'를 연재합니다.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이슈들을 두고 하느님의 뜻에 맞갖게 살기 위한 고민을 하고자, 사회교리로 바라보는 세상 이야기를 풀어가려 합니다. 칼럼을 맡아 주신 유상우 신부에게 감사드립니다. -편집자

<가톨릭뉴스 지금여기>를 함께해 주시는 모든 분들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글로 인사를 드립니다. 작년 7월까지 ‘삶으로 말씀 읽기’라는 코너로 강론을 기고했던 유상우 광헌아우구스티노 신부입니다. 어떻게 하다 보니 새해에 다시 여러분들을 다시 만나게 되었습니다. 불특정 다수에게 글을 쓴다는 것이 얼마나 부담스러운지를 지난 세월 절실히 체험했지만 다시 한번 여러분들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우선 제 부족함을 하느님께서 채워 주시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

1월부터 새로운 기고를 시작하기 전에 제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어떤 흐름으로 갈 것인지에 대해 먼저 말씀을 드리는 것이 좋겠다는, 솔직히 말씀드리면 그렇게 하는 것이 제가 마음을 다잡는데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저는 작년 8월 교구 인사 명령에 따라 울산으로 왔습니다. 지금 있는 곳이 4번째 임지인데 묘하게도 다 다른 행정구역에 살았습니다. 처음에는 부산 그리고 양산, 밀양을 거쳐 지금을 울산이지요. (많은 지역을 돌아다녔다는 것. 이것은 다음 달 중요한 글의 재료가 될 것입니다.) 많은 분들이 그러시겠지만 저 역시 새로운 지역에 오면 우선 그 지역에 대해 적응하려고 애씁니다. 이 지역은 어떤 특징이 있는지, 주위에 무엇이 있는지 ‘관찰’하게 됩니다. 내가 어떻게 살아가면 좋을지 나름대로 생각하고 ‘판단’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 판단대로 ‘행동’하게 되지요.

(이미지 출처 = Pixabay)
(이미지 출처 = Pixabay)

그렇게 인간의 삶은 관찰과 판단 그리고 행동으로 이어집니다. 그러면서 새로운 지역사회 속에서 적응하며 살아가는 것이지요. 사실 이 3단계는 사회교리의 가장 기본적인 방법론이기도 합니다. 교황 요한 23세는 1962년 회칙 ‘어머니요 스승’(Mater et Magistra)에서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사회 문제에 관한 교리의 가르침은 대개 다음의 세 단계를 통하여 실천으로 옮겨질 것이다. 먼저, 실제 상황을 두루 관찰하여야 하고, 그 다음에 사회적 가르침에 비추어 그 상황을 면밀하게 평가하여야 하며, 마지막으로 그 시대와 장소의 특성에 전통 규범을 적용하기 위하여 무엇을 할 수 있고 또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를 결정하여야 한다.” 내가 살아가기 위해서 관찰하고 판단하고 행동하는 잣대가 바로 복음이 되고 교회의 가르침이 되면 그것이 바로 사회교리인 셈이지요. 그렇게 때문에 이 코너의 제목을 ‘관찰, 판단, 그리고 살아가기’로 결정했습니다.

이렇게 되면 이 코너의 첫 제목이 ‘왜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하려는가’라는 지극히 인간적인 느낌으로 지은 이유에 대해서 어느 정도 이해하시리라 믿습니다. 사회교리 즉, 사회에 대한 교회의 가르침은 우리 일상과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그 속에는 정치나 경제에 대한 거대한 담론부터 우리가 마시는 물이라는 아주 작은 주제까지 다루고 있습니다. 우리에게 민감한 이슈인 안보와 평화의 이야기부터 가정의 행복까지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 바로 사회교리입니다. ‘아버지의 뜻이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 지소서’라는 주님의 기도처럼 이 땅에 살아가는 우리들이 조금이나마 하느님의 뜻에 맞갖게 살아갈 수 있는 실질적인 기준점을 제시해 주는 것이 바로 사회교리이지요.

앞으로 저에게 주어진 시간이 얼마나 될지는 모르겠지만 한 달에 한 번 저는 살아가면서 이슈가 되거나 고민해 볼만 이런저런 이야기를 ‘툭툭’ 던질 것입니다. 함께 거기에 대해서 ‘관찰’하고 복음과 교회의 빛으로 그것에 대해 ‘판단’하고 어떻게 하면 신앙인으로 ‘행동’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 이야기해 보고자 합니다. 요한 바오로 2세는 회칙 ‘인간의 구원자’(Redemptor Hominis)에서 “인간은 교회가 따라 걸아가야 할 길”인 동시에 “교회가 따라 걸어야 하는 모든 길의 바탕이 되는 길”이라고 말씀을 남기셨습니다. 우리의 삶이 바로 교회가 따라 걸어가야 하는 길이라는 사실을 잊지 않으시길 바랍니다.

유상우 신부

천주교 부산교구 사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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