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길상사 관음보살상(사진/한상봉)
법정스님이 어제 위독한 상태에서 강남삼성병원에서 길상사로 온 뒤 하루만에 폐암으로 이승을 떠나 입적했다. 평소 오누이처럼 지냈던 이해인 수녀 역시 암으로 투병 중이다. 이해인 수녀는 수녀원의 엄명에 따라 몸을 돌보느라 일체 외부와 연락도 끊고 지내왔으나, 법정 스님의 입적 소식을 접하고 "슬픔을 금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해인 수녀는 평소 3월을 참 좋아했는데, 다행히 법정스님이 3월에 돌아가셔서 다행이라고 전했다. 이해인 수녀는 사방에서 청하는 인터뷰 요청으로 '슬퍼할 겨를도 없다'면서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와 가진 전화인터뷰에 잠시 응해 주었다. 

법정스님이 1970년대 초에 불일암으로 들어간 직후인 1976년에 이해인 수녀의 <민들레 영토>라는 시집이 출간되면서 인연이 시작되어, "지난 30여 년 동안 교분을 나누며 잘 지냈다"고 돌아보면서, "생각보다 빨리 돌아가셔서 정신이 멍한 상태다. 그동안 나 자신도 암으로 투병하는 상태에서 그분을 만나기가 민망해서 찾아가 보지 못했다. 스님이 병원에 계실 때도 마음은 있었으나 스님 동생 분으로부터 소식만 전해들으면서 차일피일했는데, 결국 한번 뵙지도 못하고 떠나보내게 되었다"고 말했다.

법정스님은 유언으로 "죽으면 삼일장을 치르지 말고 즉시 다비식을 올리라고 하셨다"는데, 길상사에서 어찌 할 지는 모르겠다면서, "늘 강원도 오두막으로 돌아가고 싶어 하셨는데, 병원에서 돌아가시지 않고 절에서 돌아가셔서 다행"이라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그분은 돌아가셨지만, 책을 많이 남기셨으니, 책으로 다시 만날 수 있다"며 위로했다. 

한편 이해인 수녀는 법정스님이 "스님이라기보다 작가로서 종교를 넘어서 매우 값진 기여를 하셨다"고 말했다. 실제 법정 스님은 1997년 12월14일 길상사 개원법회에 김수환 추기경이 축사를 해주자 보답으로 <평화신문>에 성탄메시지를 기고하기도 했다. 또한 2000년 4월28일 봉헌된 길상사의 관음보살상을 가톨릭신자인 최종태 전 서울대 교수가 제작하도록 하였고, 그래서 길상사 마당에 있는 관음보살상은 성모마리아의 모습을 많이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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