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프로스 사도적 방문 1

(편집 : 장기풍)

“교종, 35차 해외 사도적 순방으로 키프로스에 도착“

12월2일부터 6일까지 제35차 사도적 해외 순방에 나선 프란치스코 교종은 2일 정오 전세기 편으로 로마에서 출발, 오후 3시 키프로스 라르나카 국제공항에 착륙했다. 교종의 비행기가 라르나카 공항 ‘국가원수 집행관 터미널’(Head of State Executive Terminal)에 멈춘 후 키프로스 주재 바티칸 대사 티토 일라나 대주교가 기내에서 교종을 영접하기 위해 비행기에 올랐다. 계단 아래 활주로 레드카펫에는 키프로스 국회의장 아니타 데메트리우가 전통의상 차림의 어린이들과 꽃다발을 건넸다. 공항에는 각 교회 주교들이 도열해 환영했으며, 국회의장은 밴드 음악 연주 속에 의장대 사열을 마친 교종에게 참석자들을 소개했다. 활주로에는 바티칸과 키프로스 깃발을 든 많은 어린이와 환영객들이 "우리는 교종님을 사랑합니다"라고 환호했다. 어떤 사람은 ‘평화의 상징 프란치스코 교종’이라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들고 있었다.

한편 니코스 아나스타시아데스 키프로스 대통령은 대통령궁에서 교종의 도착을 기다리면서 메시지를 통해 그분이 사람들에게 전달할 메시지가 많을 것임을 확신한다며, 이번 교종 방문을 ‘역사적 행사’로 표현하면서 감사드린다고 강조했다. 교종은 드미트리우 의장과 터미널 귀빈실에서 잠시 환담한 후 약 50킬로미터가 떨어진 키프로스 마론파 가톨릭 관구가 있는 수도 니코시아의 은총의 성모 대성당으로 향했다. 이곳에서 교종은 마론파 주교, 사제와 부제. 남녀 수도자와 교리교사, 평신도 지도자들 앞에서 연설했다.

로마 교종의 키프로스 방문은 2010년 베네딕토 16세에 이어 두 번째다. 이번 프란치스코 교종의 지중해 순방 모토는 성 바오로의 서한에서 따온 '믿음으로 서로 위로'다. 사도행전은 성 바르나바 이름은 ‘위로의 아들’을 의미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키프로스는 85만 명 인구 중 80퍼센트가 그리스도교인이며 가톨릭 신자는 3만 8000명으로 인구의 4.47퍼센트다. 이슬람교도는 2퍼센트를 차지한다. 대다수 키프로스 사람들은 자신들을 그리스 정교회라고 부른다. 많은 그리스도교인들은 12세기 예루살렘이 함락된 후 그곳에 정착한 십자군에게 뿌리를 두고 있다. 성 바오로 사도는 서기 1세기 키프로스에 들렀다가 로마 총독 세르지오 파울루스를 그리스도교로 개종시킨 바 있다. 프란치스코 교종은 11월27일 키프로스와 그리스 국민에게 보낸 영상메시지에서 “역사와 문화, 복음으로 축복받은 여러분의 장엄한 땅에 순례자로 올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그 땅의 위대한 초대 선교사, 특히 사도 바오로와 바르나바 발자취를 따라 ‘교회가 원점으로 돌아가는 것과 복음의 기쁨을 재발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라고 말했다. 따라서 이번 프란치스코 교종의 두 나라 방문은 에큐메니컬 분위기를 풍긴다.

교종은 소규모 가톨릭 공동체 신앙을 강화하는 것 외에도 '사도 형제애'를 바탕으로 지역 정교회 ​​수장들을 만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교종은 키프로스를 '대륙 성지의 전초기지'이자 '고전문화의 고향 그리스'라고 묘사하고 유럽의 '고대샘물'을 마실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교종은 유럽이 복음 전파와 위대한 문명의 발전을 목격한 지중해를 무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교종은 오늘날 지중해가 전쟁과 빈곤을 피한 난민과 이주자들이 파도에 삼켜진 거대한 묘지가 된 것을 개탄했다. 교종은 “인류의 샘으로 가는 순례자로서 그리스 레스보스 섬의 이주자와 난민을 다시 방문할 것이며 인류 공동생활의 원천은 형제애와 통합 속에서 다시 번창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내심을 가지고 변화와 다양성을 환영하십시오.”

교종, 니코시아 마론파 은총의 성모 마리아 대성당에서 연설

프란치스코 교종은 키프로스와 그리스 순방 첫 공식 일정으로 키프로스의 모든 가톨릭 전례(라틴, 마론파, 아르메니아)의 대표자들에게 연설하고 그들의 다양성을 지지하고 그들이 ‘지치거나 낙담하지 않고’ 인내할 것을 촉구했다.

이날 성모 마리아 대성당에는 모든 가톨릭 전례의 주교, 사제, 남녀 수도자, 교리교사들이 교종을 기다리고 있었다. 50킬로미터를 자동차로 도착한 교종은 정문에서 마론파 총대주교 베차라 부트로스 라이 추기경과 그에게 성수와 교종이 무릎을 꿇고 친구하는 십자가를 건네주는 셀림 장 스페이르 대주교 영접을 받고 대성당 내부로 들어가 성가대를 배경으로 놋쇠 샹들리에와 성인 형상으로 장식된 스테인드 글라스의 빛이 반사되는 긴 레드카펫을 배경으로 나란히 걸어갔다. 교종은 이날 연설에서 형제애, 용서, 자비, 개방의 정신으로 나가는 동안 인내할 것을 당부했다. 또한 교종은 “참을성 있는 교회는 키프로스의 현실에 가장 적합한 교회, 즉 변화에 동요되거나 근심하지 않고, 새로움을 조용히 받아들이고 복음에 비추어 상황을 분별하는 교회”라고 강조했다. 연설 내용.

저는 ​​현재 레바논을 불구로 만들고 있는 위기에 대해 우려하면서 폭력과 역경에 지치고 시험을 받은 사람들의 고통에 민감하게 됩니다. 저는 늘 기도 속에 그 나라의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평화에 대한 열망을 담고 있습니다. 우리는 레바논의 위기에서 교훈을 찾아야 합니다. 키프로스의 수호성인 성 바르나바는 믿음과 지혜를 가진 사람이었으며, 그분의 태도는 극도의 인내심이었습니다.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은 미지의 세계에 들어가는 인내와 성급하게 판단하지 않고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인내심입니다. 바르나바는 ‘분별의 인내’, 다른 문화와 전통을 ‘공부하는 인내’, ‘동행의 인내’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이는 그가 믿음에 새로 온 사람들과 손을 잡고 대화함으로써 어떻게 그들과 동반했는지 보여 줍니다.

키프로스 교회는 계속 ‘열린 팔’을 가지고 복음에 비추어 새로움과 분별력 있는 상황을 환영하면서 이 길을 걸어가야 합니다. 그분은 키프로스 섬이 다른 해안에서 도착한 새로운 형제자매를 환영하면서 그 섬에서 수행되는 사업을 지지하셨으며, 어느 누구도 그 섬의 사랑스러운 포옹을 결코 떠나지 않으셨습니다. 이것은 또한 신앙의 위기로 특징지어지는 유럽전역의 교회를 위한 중요한 메시지입니다. 충동적이고 사나우며 향수를 불러일으키거나 의아해하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시대의 징조와 위기의 징조를 읽고 전진해야 합니다. 사제들은 인내심을 갖고 다음 세대에 복음을 선포해야 하며, 주교들도 인내심을 갖고 사제들과 가까이 지내며 다른 신앙고백의 형제자매들을 만나야 합니다. 용서와 자비의 문화, 다른 영적 감수성, 믿음을 표현하는 다른 방법으로 다른 문화에 대해 열린 귀와 마음을 가질 수 있는 능력을 키워야 합니다.

저는 교회가 ‘모든 것을 획일화 하기를 원하지 않고 인내로 통합하기를’ 원합니다. 즉, 성 바르나바와 성 바오로의 만남의 의미, 즉 ‘우정과 생명 나눔’입니다. 우리는 우리와 다른 사람들의 역사를 받아들이고 이해해야 합니다. 시간을 내어 그들에게 꼬리표를 붙이지 않고 알아가고, 그들이 피곤하거나 다쳤을 때는 우리도 선한 사마리아인처럼 우리 어깨에 짊어지십시오. 이것이 형제애이며 우리의 두 번째 단어입니다. 동지중해 지역 복음화를 위해 함께 여행을 갔던 두 사도가 의견 차이로 각자의 길을 갔을 때를 생각해 보십시오. 그들은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었지만 그들 사이에 원한은 전혀 없었습니다. 우리에게는 ‘형제애 교회’가 필요합니다. 이 세상에서 형제애의 대리인이 되는 교회가 필요합니다.

형제자매 여러분, 우리 모두 그러한 교회를 만들어나갑시다. 키프로스 교회는 역사가 풍부한 바다, 많은 문명의 요람이었던 바다, 오늘날의 바다입니다. 여전히 세계 각지에서 온 많은 개인, 민족, 문화가 하선합니다. 모든 사람과 유럽 전체에 대해 우리는 인류애에 합당한 미래를 건설하고, 분열을 극복하고, 벽을 허물고, 통일을 위해 꿈꾸고 노력해야 한다는 점을 함께 일깨워 줄 것을 촉구합니다. 우리는 서로를 환영하고 통합해야 하며, 형제자매로서 함께 걸어가야 합니다!

 

“키프로스는 ‘지중해 평화워크숍’ 역할을 해야 합니다.”

교종, 키프로스 정부관리와 외교사절, 시민단체들에 강조

프란치스코 교종은 12월2일 오후 5시15분 니코시아에 있는 대통령궁에서 열린 키프로스 공화국 공식 환영식에 참석해 니코스 아나스타시아데스 대통령과 환담을 나누었다. 이 자리에서 아나스타시아데스 대통령은 프란치스코 교종의 방문에 감사를 표하면서 키프로스의 오랜 역사를 통해 이곳에 상륙하는 사람들을 환영하는 전통을 설명하고 평화로운 공존과 함께 유럽의 서쪽과 동쪽 사이에 위치한 지리적 위치를 감안하면서 키프로스가 수행한 핵심역할을 강조했다. 그는 다민족 구성이 이 나라의 특징이라며, 전 세계에 평화와 대화를 촉진하는 바티칸과 교종의 활동과 역할에 지지를 표명했다. 또한 그는 키프로스가 얼마나 많은 난민과 이주민을 키프로스 땅으로 환영했는지 설명하고 특히 이민자 50명을 키프로스에서 이탈리아로 데려온 프란치스코 교종에 감사를 표했다. 그는 또한 분열된 키프로스가 당면한 지속적인 어려운 도전을 강조했다.

(역자 주 : 지중해에서 세 번째 큰 섬으로 해마다 240만 관광객이 찾는 키프로스는 1차 세계대전 중 영국 식민지가 되었으며, 1960년 독립해 영연방에 가입했다. 그러나 키프로스는 1974년, 그리스 군사정권 지원을 받은 에노시스 운동파가 키프로스를 그리스에 합병하는 목적으로 쿠데타를 일으켰다. 이에 대항해 터키는 키프로스를 침공해 약 36퍼센트 면적을 점령했다. 당시 터키는 미국과 나토의 비밀지원을 받았다. 이 사건으로 수천 명 난민이 발생했으며, 키프로스섬 북부에 북키프로스 정부가 수립되고 남북이 분단되었다. 그러나 북키프로스는 터키만 인정하고 있다. 그후 매우 뛰어난 경제 수준을 나타낸 키프로스는 2004년5월1일 유럽연합에 가입했다.) 곧이어 프란치스코 교종은 저녁 6시 대통령궁 홀에서 정부 당국자, 외교사절, 시민단체 대표들 앞에서 연설했다. 연설 내용.

키프로스 정부와 모든 키프로스 국민이 수 세기 동안 외국인들을 환영해 온 것에 감사드립니다. 많은 사람은 키프로스를 ‘열린 문, 하나로 묶는 항구’라고 부릅니다. 동시에 키프로스는 오랜 세월 ‘문명의 교차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스도교 초기 선교사들, 특히 성 바오로, 바르나바, 마르코의 발자취를 따라가게 된 것에 깊은 감동을 받습니다. 이들 초기 그리스도교인들이 성령의 온유한 능력을 통해 어떻게 그 나라가 물려받은 ‘아름다움의 전례 없는 메시지’를 가져왔고, 이를 통해 키프로스가 ‘유럽 대륙 사이 아름다움의 메신저’가 되었는지 놀랍기만 합니다. 아름다운 섬을 둘러싼 바다, 키프로스는 ‘지중해 중심부에 있는 값진 진주’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진주가 오랜 세월에 걸쳐 형태를 갖추는 것처럼 수 세기에 걸친 여러 지역의 문화도 키프로스에서 만나 혼합되어 많은 민족, 문화와 전통의 풍요로운 땅이 되었습니다.

오늘날에도 많은 이민자가 키프로스에 살고 있습니다. 비율로 따지면 유럽 연합 다른 어떤 국가들보다 많습니다. 이 계속되는 문화의 만남에는 시간과 인내, 그리고 서로를 계속 포용하고 통합하는 넓은 비전이 필요합니다. 저는 오늘 참석한 다양한 가톨릭기관이 교육과 자선활동을 통해 사회에 더 많이 공헌할 수 있도록 키프로스에서 적절한 제도적 인정을 받을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그러나 키프로스가 직면한 도전을 바라보면 경제를 강타한 현재 코로나 팬데믹, 인신매매의 재앙, 특히 국토의 분단은 ‘끔찍한 열상(裂傷)’입니다. 이는 수십 년 동안 지속되었으며, 심각한 고통을 초래했습니다. 저는 여러분 국가와 섬 전체의 평화를 기원하면서 이를 나의 간절한 희망으로 삼습니다. 갈등을 화해하고 화합의 아름다움을 살리는 평화의 길 키워드는 ‘대화’입니다. 이는 결코 쉽지 않은 길과 우여곡절을 겪지만 화해의 유일한 길인 ‘인내하고 겸손한 대화의 힘’을 믿도록 서로 격려해야 합니다.

‘힘의 몸짓’이 아니라 ‘몸짓의 힘’으로 희망을 키워 나가야 합니다. 현재 스웨덴 대사관이 추진하는 모든 사람의 종교와 문화유산 보호를 위한 종교 지도자들 간의 대화를 촉진하는 프로젝트를 높이 평가합니다. 시대가 가장 어렵고 대화가 나쁠 때 오히려 평화를 준비할 수 있습니다. 사람들이 '평화, 협력, 화합'의 세계를 물려받기를 갈망하기 때문입니다. 대화가 번성하기 위해서는 의심과 원한을 극복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지중해가 그 심오한 아름다움에도 불구하고 갈등과 인도주의적 비극으로 훼손된 것을 슬프게 생각합니다. 지중해는 국경을 접하는 사람들을 분리하지 않고 연결하는 바다가 되어야 합니다. 독특한 지리적, 역사적, 문화적, 종교적 교차로를 가진 키프로스는 ‘지중해 평화워크숍’으로서 평화를 만드는 역할을 훌륭히 할 수 있습니다.

역사적으로 평화는 위대한 인물이 아닌 평범한 남녀의 일상적 결의에 의해 달성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화해와 단합을 향해 나아가기 위해서는 용기와 열정이 필요합니다. 서로 간의 ‘두터운 장벽’은 평화를 진전시키지도 않고 평화는 경제 회복만으로는 오지 않을 것입니다. 저는 키프로스가 ‘만남과 환영’의 오랜 역사를 살펴보고 ‘영원한 좋은 열매’를 목표로 ‘통합에서 풍요로움을 찾은’ 사회를 만들기를 바랍니다. 우리 자신보다 훨씬 더 멀리 내다보는 이 능력은 이 땅의 ‘회춘’을 가져오고 잃어버린 광채를 재발견할 수 있게 합니다.


장기풍(스테파노)
전 <평화신문> 미주지사 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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