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 종단 원직 복직 촉구 기도회
아시아나케이오 부당해고 552일째

3개 종교 노동위원회가 부당해고 552일을 맞은 아시아나케이오 노동자들의 원직 복직을 촉구하는 기도회를 열었다.

기도회는 17일 천주교 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원회, 대한불교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정의, 평화위원회가 서울고용노동청 앞에 마련된 아시아나케이오 농성장에서 진행됐다.

이날 천주교에서는 서울대교구 김시몬 신부(노동사목위원장)와 하성용 신부(정의평화위원회 부위원장), 인천교구 양성일 신부(정의평화위원장)와 수도자, 신자 등이 함께했다.

불교, 개신교, 천주교 순서대로 진행된 종교 예식에서는 아시아나케이오 해고 노동자들의 원직 복직과 함께 약자의 희생 없는 정의로운 사회를 촉구했다.

아시아나케이오 부당 해고자들의 원직 복직을 촉구하는 3개 종단 기도회가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진행됐다. ⓒ김수나 기자
아시아나케이오 부당 해고자들의 원직 복직을 촉구하는 3개 종단 기도회가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진행됐다. ⓒ김수나 기자

불교 예식에 앞서 지몽 스님(조계종 사회노동위원장)은 계열사 부당 지원 등 혐의로 기소된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과 간접고용 노동자의 고용 유지를 위한 기금 2조 4천억 원을 적극 조치하지 않은 기업들을 비판했다.

지몽 스님은  “국민의 삶을 존중하고 고통을 살피며 일상 회복을 지원해야 함에도 수수방관하는 정부와 국회는 책임을 통감하고 해고 노동자들이 길거리 천막이 아닌 가정과 직장에서 소박한 일상을 이어나갈 수 있게 하라”고 촉구했다.

이어진 개신교 예식에서 성공회 장기용 신부(NCCK 정의평화위원장)는 “약자가 고통 받지 않는 사회가 되기 위해서는 아시아나케이오 해고 노동자들의 복직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장 신부는 “강자가 약자들의 희생으로 거대한 부를 축적하는 것이 용인된 사회는 야만적”이라면서 “법을 무시하고 사람을 사람으로 보지 않는 재벌이 있는 사회에서 부당 해고자들의 원직 복직이 중요한 이유는 우리 사회가 사람 사는 세상이 돼야 하고, 정의롭고 공평한 상식이 통하는 사회여야만 모두가 행복하고 평화롭게 살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천주교 말씀의 전례는 김시몬 신부의 주례와 신자들의 기도로 진행됐다.

김시몬 신부는 “더 좋은 세상은 혼자가 아니라 함께 짐을 나눠 질 때 만들어질 수 있다”면서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는 아파하는 사람들의 목소리에 더 귀 기울여야 한다. 사람들이 열심히 살지 않아서가 아니라 있는 사람들이 나누지 않기 때문에 더 힘든 세상이 된다”면서 “그들의 핑계가 통하지 않는 사회, 각자가 일했던 현장에서 보람을 되찾는 사회를 위해 해고자들의 아픔에 함께하며 공정한 세상을 만들어 가자”고 요청했다.

신자들의 기도는 법적 판결로도 인정받은 아시아나케이오 해고 노동자들이 복직해 집과 일터에서 따뜻한 겨울을 보내기를 지향했다. 또 코로나19로 특별히 어려움을 겪는 이들의 일상 회복과 정치인들이 사회적 약자들의 처지와 고통을 헤아리는 정책과 제도를 마련하도록  노력을 당부하는 기도가 이어졌다.

아시아나케이오 부당 해고자들의 원직 복직을 촉구하는 3개 종단 기도회가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진행됐다. ⓒ김수나 기자
이날 기도회에서 천주교 예식인 말씀의 전례는 김시몬 신부(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원장)가 주례했다. ⓒ김수나 기자

이날 기도회에서 김계월 지부장(공공운수노조 공항항만운송본부 아시아나케이오지부, 58살)은 “정부는 위드 코로나라고 하지만 행정소송까지 이긴 해고 노동자들을 거리의 천막에 방치해 놓고 어떻게 일상으로 돌아간다는 것인지 정말 분노스럽다”면서 “부당해고에 맞서 싸우는 해고 노동자들이 삶의 터전인 인천공항으로 돌아가는 것, 그것이 일상회복”이라고 말했다.

이어 김 지부장은 “매주 수요일에는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스님들, 매주 목요일에는 개신교 대책위가 이곳 천막에서 기도해 주시고, 천주교 노동사목위도 연대와 기도, 아낌없는 지지와 후원을 해주고 있다”면서 “우리가 이 순간까지 포기하지 않고 박삼구 회장과 싸우고 있는 것은 연대 동지들과 3개 종단의 기도 덕분”이라고 인사했다.

아시아나케이오는 아시아나항공 2차 하청업체다. 원직 복직을 촉구하고 있는 해고 노동자들은 2020년 5월 회사의 무기한 무급 휴직 요구에 동의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해고됐다. 정리해고된 노동자들은 모두 8명으로 이 가운데 2명은 지난 4월과 5월 말 정년을 맞았다.

해고 뒤 인천과 서울지방노동위원회, 중앙노동위원회가 잇달아 회사의 해고가 부당하다고 판정했고, 지난 8월 20일 1심 재판부인 서울행정법원도 부당해고라고 판결했으나, 회사는 이에 불복해 항소했다. 

판결 뒤 고용노동부가 진행한 중재에서 회사는 복직 이행 뒤 당일 퇴사, 이를 수용하지 않으면 항소하겠다고 밝혔고, 해고 노동자들이 받아들이지 않자 바로 항소했다. 이번 정리해고가 법적으로 경영 위기에 의한 해고가 아닌 부당해고임이 확인됐는데도 사측이 이를 인정하지 않는 상황이 장기화됨에 따라 정부와 여당이 적극 나서고 회사가 부당해고 판정에 불복하지 않고 복직을 이행하도록 관련법이 개정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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