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교구, 돌봄 노동 주제로 ‘교회와 세상’ 강연

27일 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원회와 정의평화위원회가 ‘돌봄은 사회를 지탱하는 기둥’을 주제로 제22회 ‘교회와 세상’ 강연을 열었다.

발표자로 나선 이들은 요양보호사가 처한 열악한 노동 현실을 이야기하고, 좋은 돌봄을 받으려면 돌봄 노동을 보는 시선을 바꾸고 돌봄 노동자의 노동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좋은 돌봄 서비스가 되려면 돌봄 노동자의 근로조건 중요

요양보호 일을 하고 있는 이경자 씨(요양서비스노조 용인지회 부지회장)는 요양보호 일이 나라가 인정하는 필수 노동인데도, 사회적으로 돌봄 노동을 저평가하고 처우가 열악하다고 호소했다.

돌봄 노동의 가치가 어떠한지는 아직도 임금체계가 없는 것에서부터 알 수 있다. 이 씨는 “7년 차인 자신의 월급과 오늘 들어온 신입 요양보호사의 월급이 같다”고 말했다. 연차가 쌓여도 근무 경력을 인정받지 못한다는 것이다.

전국요양서비스노동조합이 전국 요양보호사 104명의 임금명세서를 조사한 결과 시설 요양보호사의 96퍼센트와 재가 요양보호사의 80퍼센트가 보건복지부가 책정한 인건비보다 덜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기관들이 월급제 요양보호사의 경우 평균 34만 1490원, 시급으로 받는 재가 요양보호사는 시간당 952원 덜 준 것이다. 이에 지난 10월 요양서비스 노조는 국민권익위원회에 요양보호사 임금 지급에 관한 법을 제정해 표준임금을 제도화할 것을 요청한 바 있다.

이경자 씨는 “왜 공적 사회보험으로 운영하는 사회시설이 돈벌이 수단이 되고 있을까”라며 정부에 “지원만 하고 돈의 사용처는 감독하지 않아도 되냐”고 물었다. 또 그는 “요양보호사 1명당 2.5명을 돌보게 되어 있지만, 실제로는 9명에서 많게 30명까지도 봐야 한다”고 말했다. 휴식과 식사 시간도  제대로 보장되지 않아, 휴게 공간이 없어 돌보는 노인의 침상 아래에서 쭈그려 쉰다. 

그는 방문 요양보호사가 겪는 참담한 일도 소개했다. 돌봄 서비스 이용자가 쓰는 화장실뿐 아니라 가족들이 쓰는 화장실 청소까지 요구해, 부당한 요구라 들어줄 수 없다고 했다가 더는 그 집에서 일을 못하게 됐다. 이용자뿐 아니라 자식들의 김장을 해 달라고 요구하는 일도 있다. 당연히 김장은 요양보호사의 일이 아니다. 이 씨는 “이렇게 어르신과 센터장 마음에 들지 않으면, 바로 잘리는 파리 목숨과 같다. 이게 요양보호사의 고용실태”라고 꼬집었다.

그는 “직장 내 갑질 피해가 나날이 늘고 있고, 불안정한 일자리와 저임금에,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성희롱, 성폭력, 욕설, 주먹질에 노출돼도 이용자가 더 이상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을까 봐 기관이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 소극적 태도를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좋은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선 돌봄 노동자가 어떤 상태로 일하는지가 매우 중요하다”며, 근로기준법, 표준근로계약서 등 기본적인 것이 지켜진 상태에서 노동력의 대가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27일 ‘돌봄은 사회를 지탱하는 기둥’을 주제로 열린 ‘교회와 세상’ 강연에서, 요양보호사가 처한 열악한 노동 현실, 그리고 좋은 돌봄을 받으려면 돌봄 노동을 보는 시선을 바꿔 돌봄 노동자의 노동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이미지 출처 = Pixabay)
27일 ‘돌봄은 사회를 지탱하는 기둥’을 주제로 열린 ‘교회와 세상’ 강연에서, 요양보호사가 처한 열악한 노동 현실, 그리고 좋은 돌봄을 받으려면 돌봄 노동을 보는 시선을 바꿔 돌봄 노동자의 노동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이미지 출처 = Pixabay)

돌봄은 먼 미래, 남의 이야기 아닌 나의 일

윤자영 교수(충남대 경제학과, 노동사목위원회 상임위원)는 좋은 돌봄을 받기 위해서는 돌봄을 받을 권리만이 아니라 돌봄 노동자의 노동권도 보장해야 하며, 또 누구나 언젠가 돌봄 노동을 하고 돌봄을 받을 것이라는, 돌봄을 먼 미래가 아닌 나의 일로 여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돌봄 노동은 준공공화되고 시장화돼, 개인의 영역이 아니라 ‘사회적 영역’으로 자리매김했다. 이는 보육, 장기요양, 장애인 활동지원 서비스 분야에서 정부의 예산과 이용자 수가 증가한 것으로 확인할 수 있다. 윤 교수에 따르면, 최근 20여 년간 보육 부문 예산은 39배, 이용 아동은 14배 늘었다. 노인장기요양 부문 예산 또한 18배, 수급자는 4.9배 늘었다.

돌봄 노동자 또한 2008년 58만 명에서 2019년 110만 명으로 늘었고, 이 가운데 여성 노동자는 53만 명(2008년)에서 101만 명(2019년)이 됐다. 윤 교수는 그러나 이 일자리의 대부분이 중장년층 여성 중심으로, 저임금에 불안정한 고용 상태이라는 특징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는 돌봄이 사회서비스화 되면서 국민의 필수적 요구를 총족시키기 때문에 예산과 일자리 규모는 커졌지만, “누가 돌봄 노동자가 되어야 하는지, 돌봄 노동자의 노동 인권, 주로 여성에게만 집중된 가정 안팎의 성불평등의 핵심 기제로서 돌봄”에 대한 관심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돌봄 노동을 바라보는 시선이 이중적이라고 꼬집고,  “돌봄은 누군가는 꼭 해야 하는 필수적인 일이지만, 나는 하고 싶지 않은 일”로 여겨진다고 했다. 또 어떻게 공급할지 다함께 고민할 일이지만, "수행하는 사람 특히 여성에게 불이익을 주는 노동"이기도 하다.

윤 교수는 돌봄을 “중요한 정서적 차원이 동반된 행위이며, 강한 도덕적 의무를 요구하는 특수한 형태의 노동”이라고 설명했다. 다시 말해, 남을 돌보는 행위는 사명감과 보람으로 해야 할 일이므로, 대가를 요구하는 것을 적절하지 않다고 여긴다.

또 돌봄 대상자의 욕구를 잘 알아차리는 것은 좋은 돌봄을 제공하기 위해 필요한 자질이지만, 이는 ‘능력’으로 평가되지 않는다. 요양보호사 등 국가 공인 자격증 제도가 있지만, 마치 “아무나 할 수 있는, 단순 노동으로 전문성을 인정받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이경자 요양보호사와 마찬가지로, 윤 교수는 "돌보는 사람의 삶의 조건과 질은 돌봄을 받는 사람의 행복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며, 돌봄 노동자가 안전하고 건강하게 일할 노동권 보장을 위해 정부가 경제적 자원을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모든 시민이 돌봄을 받을 사회권과 노동자의 노동권이 균형과 조화를 이뤄야 한다고 강조하고, “돌봄 노동자의 저임금 개선, 적정 노동시간 보장, 휴게 시간과 휴가 등 보장을 위한 대체인력 수급, 돌봄 제공 과정에서의 학대와 인권 침해를 당하지 않도록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여성뿐 아니라 남성도 가정 안팎에서 돌봄 노동을 할 수 있는 정책을 마련하고, 어떤 환경에서 돌봄을 받고 싶은지, 또 돌봄이 남이 아닌 나의 일이라는 인식이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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