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보호소와 이주민 구금의 현실

오늘부터 매달 세 번째 화요일에 '우리 안의 또 다른 우리'를 총 5회 연재합니다. 현재 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이주민, 난민, 성소수자, 다문화 안의 차별을 다룬 칼럼을 맡아 주신 손인서 씨에게 감사드립니다. -편집자

9월 28일 언론매체는 화성외국인보호소에 수용된 한 이주민을 비인간적으로 처벌한 CCTV 영상을 공개했다. 난민 신청을 위해 한국에 입국했다가 강제퇴거 명령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 모로코인은 두 팔과 두 다리가 포승줄로 등 뒤에 묶여 있었다. 머리는 헬멧이 씌워진 채 테이프로 감겨 있었다. 그는 괴로운 듯 이리저리 움직이려 했지만 이내 엎드린 채로 실신한 듯 보였다. 그가 가혹행위를 당한 방은 특별계호실이라 불리는, 변기 하나에 겨우 누울 공간이 있는 2.6평의 독방이었다. 그는 여기에서 4시간 24분 동안 결박당한 채 방치되었다. 명백한 고문이었다.

외국인보호소의 인권침해는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2007년 여수 외국인보호소의 화재로 이주민 27명이 죽거나 다쳤다. 이 사건으로 외국인보호소의 존재와 내부의 열악한 현실이 비로소 대중에게 알려지기 시작했다. 2019년에는 수용자 한 명이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하고 급성 신부전증으로 사망했다. 다른 한 명은 손목과 발목에 수갑 등을 채우고 독방에 가둬진 사건이 일어났다.

왜 외국인보호소의 이주민에 대한 인권침해가 반복되는 것일까? 이주민 인권단체들은 수년간 법률 개정과 재발 방지를 촉구해 왔지만, 정부의 대응은 느렸고 시민들의 반응은 늘 시큰둥했다. 그 배경에는 체류 기간을 넘긴 이주민을 범죄자로 간주하는 정부와 이에 암묵적으로 동조하는 우리가 있다.

화성외국인보호소 정문. (사진 출처 = 네이버 지도 갈무리)
화성외국인보호소 정문. (사진 출처 = 네이버 지도 갈무리)

그들은 왜 불법체류자가 될 수밖에 없었나

정부는 체류 기간이 지나거나 강제퇴거 조치된 이주민을 불법체류 외국인으로 명명하고 이들에 대한 강제 단속 및 추방을 주된 정책으로 시행해 왔다. 사실상 범죄자 취급을 해 온 것이다. 그러나 국제기구와 인권단체들은 체류 기간이 지난 이주민을 불법(illegal) 체류자로 정의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형사상 범죄를 저지른 것이 아니라 행정규칙을 위반한 것이기 때문이다. 처벌 대상은 아닌 것이다. 대신 국제기구는 이들을 체류에 필요한 법적 요건을 충분히 갖추지 않은 미등록(undocumented) 혹은 비정규(irregular) 이주민으로 불러야 한다고 제안하고 있다.

보다 근본적으로 살펴보아야 할 것은, 이주민의 불법체류가 개개인의 문제라기보다는 사회구조적 문제에서 비롯된다는 것이다. 2019년 현재 한국에 불법체류 이주민이 약 40만 명 거주하고 있다. 이들을 모두 자발적으로 출입국관리법을 위반한 것으로 보는 것은 무리가 있다. 한국의 대표적인 외국인 노동자 도입정책인 고용허가제는 이주민의 장기체류와 사업장 변경을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다. 이주 노동자는 고용주의 부당한 대우로부터 탈출하거나 체류 연장을 위해 불가피하게 불법체류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사업주들은 제도를 악용해 불법체류라는 약점을 담보 삼아 이들을 값싼 노동자로 고용해 왔다. 정부는 단속과 방치를 반복하면서 값싼 노동력으로서 미등록 이주민의 양산을 방조해 왔다.

외국인보호소는 미등록 이주민을 범죄자로 간주하는 정부 정책의 일환이다. 외국인보호소는 체류 기간이 지났거나 국내법 등을 위반하여 강제퇴거 대상이 된 외국인 가운데 도주 염려가 있는 자를 자국으로 송환하기 전 ‘보호’할 목적으로 설립된 기관이다. 한국에는 경기도 화성과 충청북도 청주, 그리고 전라남도 여수 총 3곳에 외국인보호소가 있다. 2020년 현재 외국인보호소에는 이주민 약 760명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외국인보호소는 보호시설이 아니라 구금시설이다. 수용자들은 교도소와 마찬가지의 수준으로 신체의 자유가 제한된다. 문제는, 미등록 이주민의 구금이 법원과 같은 독립적인 기관에 의한 심사 없이 행정 명령으로 집행된다는 것이다. 게다가 구금 연장을 결정할 독립적인 심사 절차도 없어 사실상 무제한으로 구금될 수 있다. 실제로 한 난민 신청자는 4년 이상 정당한 사유 없이 보호 조치된 예도 있다. 하지만, 법무부는 외국인보호소의 현황과 실태에 대해 충분한 정보를 밝히고 있지 않다.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그들을 언제까지 범죄자 취급할 것인가?

외국인보호소에서 벌어진 고문과 인권침해는 단순히 범법자에 대한 과잉 처벌의 문제가 아니다. 미등록 이주민을 양산하는 정부의 이주민 정책과 이들로부터 저임금 노동력을 착취하는 사업주들, 그리고 이들을 범죄자 취급하고 이주민을 구금하는 비인권적 행정에 원인이 있다. 그리고 계속되는 외국인보호소의 이주민 감금은 잠재적 범죄자로서의 이주민에 대한 그릇된 인식을 지속시킬 것이다.

우리는 8월 말 아프가니스탄에서 한국 정부기관에 협력한 아프간인 391명의 구출을 환영하면서 국제사회에 한국 정부의 성숙한 인도주의를 보여준 계기로 평가한다. 그러나 아프간인이 도착하기 하루 전, 정부는 국내에 체류 중인 아프간인에 대해 인도적 차원에서 체류 연장을 허용하면서 동시에 ‘국민의 안전’을 고려하여 국내 연고자가 없거나 강력사범은 외국인보호소에 보호 조치할 것임을 밝혔다. 박해로 자국으로 돌아갈 수 없는 아프간인을 잠재적인 범법자로 간주하는 정부의 성명은 외국인보호소의 인권침해가 여전히 현재진행형임을 말해 주고 있다.

손인서
비정규직 박사 노동자로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원 소속.
미국 듀크대학교에서 사회학 박사학위를 받았고 이주민과 성소수자 등 사회적 소수자의 불평등과 차별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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