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여기 사사비평]

누구를 위한 공권력인가?

▲ 팔당 장산벌 강가(사진/한상봉)
남한강과 북한강이 만나는 두물머리. 물안개 오르는 이른 아침 사람들이 모였습니다. 안양에서 오신 신부님, 환경문제에 관심이 많은 수녀님, 양수리 동네 수도회 수사 신부님, 동네 목사님 그리고 창조질서보전을 위협하는 정부의 4대강 사업을 반대하는 사람들이 아침 일찍 모였습니다. 이날은 팔당 지역 농지에 건설회사인 대림 직원들이 토지를 측량하는 날이었습니다.

땅 주인인 농민이 측량을 원하지 않는데도 건설회사 직원들은 몰려왔고, 경찰 병력은 무려 900명이나 모여 있었습니다. 측량을 반대하는 농민들과 이 분들과 함께 강제 측량을 막기 위해 달려온 우리는 고작 20여명. 경찰은 우습게도 자기 땅에서 농지를 보호하려는 농민과 그 농민을 돕기 위해 모인 우리에게 집회 신고를 하지 않은 ‘불법 집회’라고 경고 방송을 했고, 두 번의 경고방송 후에는 모두 연행하겠다고 겁주었습니다.

자기 땅에 서있는 것이 불법집회가 되었고, 모든 국민의 공복인 경찰이 건설회사의 사설 경호 업체가 된 모양새였습니다. 이윽고 경찰은 우리를 밀어붙이기 시작했고 농민들은 강제 측량을 반대하며 포클레인에 매달려 한 사람 씩 끌려가기 시작했습니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습니다. 보상을 더 해달라는 것도 아닌, 다만 내 땅에서 농사짓게 해달라는 농민들의 간절한 바람이 처절히 짓밟히는 순간이었습니다.

빗속에서 열린 마을 잔치

다음날 새벽부터 비가 내렸습니다. 다행히 전날 연행된 농민들은 지난 밤에 풀려났고 다시 모였습니다. 전날 불법집회라고 경찰이 막았기에 이날은 천막을 치고 솥을 걸어 마을잔치를 벌였습니다. 농민들이 자주 부르는 노래인 ‘농민가’에는 이런 가사가 나옵니다. “춤추며 싸우는 형제들 있다” 토지측량을 막기 위해 춤추는 놀이로 저항의 모습을 바꾼 농민들의 지혜였습니다.

또 전날 있었던 경찰의 무자비한 연행 모습이 언론에 보도된 것을 보고 신부님들이 농민들 걱정에 새벽부터 달려와 열 명 넘게 모였습니다. 비 내리는 천막 밑에서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그 자리를 떠날 수 없어 생협에서 가져온 우리밀 라면으로 나눠 먹으며 그렇게 자리를 지켰습니다. 마을 분들도 나와 정부의 강제 토지 측량의 부당성을 말하고, 그 아픔을 한자락 노래로 풀기도 했습니다.

오후가 되자 농민들은 생협에서 닭을 가져왔습니다. 오랜 싸움으로 당신들이 더 힘들진 데 농민들과 함께 자리 지키느라 신부님들이 고생하신다고 닭백숙을 만들어 주셨습니다. 비 내리는 날, 천막 안에서 함께 뼈 발라 나눠 먹고, 그 국물에 국수도 말아먹은 닭백숙은 제 생애 최고의 백숙이었습니다. 그 모습 속에서 함께 사는 공동체 세상을 보았습니다.

우리의 기도

그날 우리는 좁은 천막 안에 무릎 맞대고 모여 앉아 기도했습니다. 이명박 정부의 진정한 회개를 기도했습니다. 부디 부디 이 정부가 개발과 성장, 삽질의 마음에서 벗어나 자연과 사람이 함께 살아가는 상생(相生)의 마음을 가질 수 있도록 간절히 간절히 기도했습니다. 지금도 팔당 양수리에서는 매일 오후 세시면 신부님들이 팔당 유기농지 보전과 창조질서보전을 위해 생명ㆍ평화미사를 봉헌하고 계십니다. 자연의 고통을 외면하고, 일상화된 자본의 안락함에 물들어가는 우리의 무관심이란 죄(罪)를 대신해 기도하고 계십니다. (4대강 사업 저지를 위한 천주교연대 http://cafe.daum.net/cariver

맹주형 (아우구스티노, 천주교 서울대교구 환경사목위원회 교육부장)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저작권자 ©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