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운하 순례에서 만난 한 재독교포가 던진 쓴소리


오늘(9일)은 18대 국회의원을 선출하는 날이다. 상식이 통하는 사회,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한 정책을 입안할 일꾼들을 뽑는 선거일이다. 소수가 아닌 다수를 위한, 나라와 민족을 번영시킬 수 있는, 그리하여 우리 세대만이 아닌 미래 세대까지, 인간만이 아닌 자연까지도 배려하는 정책을 추진할 국회의원들을 우리 손으로 선출하는 날이다.

민주주의의 꽃은 선거이고 민주주의는 정치를 통해 성장한다. 국민이 원하는 행복한 나라는 정부 정책을 통해 구체화된다. 소수가 소외되지 않는 다수를 위한 올바른 정책을 통해 사회와 나라가 발전해 간다. 사회를 혼란스럽게 하는 단기성이나 선심성 정책이 아니라 미래 세대에게까지 희망을 주는 정책으로 말이다.

그런데 우리의 현실정치는 정책이 실종된 느낌이다. 희망적인 정책은 사라지고 정치적인 안정이냐 견제냐는 이분법적인 유세만 판을 치고 있는 듯하다. 왜 그럴까. 유권자의 수준 때문일까.

17대 대통령 선거는 정책은 사라지고 BBK 진위 공방만 난무했다. 유권자들 역시 정책은 보지 않고 '잘 살아보세'하고 경제 하나만 보고 표를 던졌다. 정책검증은 하지 않고 BBK 진위공방으로만 여론을 몰아간 언론과 방송의 탓이 크다. 대선 정책 중 가장 큰 쟁점은 대운하였는데 대선기간 동안 한 방송도 대운하 검증을 하지 않았다.

18대 총선은 17대 대선의 완결판이다. 17대 대선의 쟁점이었던 대운하 정책에 대한 유권자의 또 한 번의 선택인 것이다. 대운하는 국회의 특별법 의결 없이 추진할 수 없는 정책이다. 한나라당은 대운하 정책으로 대선에서 승리했음에도 불구하고 18대 총선에서 대운하 를 삭제했다. 상식적으로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런데 18대 총선에서 삭제한 대운하를 이명박 정권이 비밀리에 추진하다가 들통까지 났다. 그런데 더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국민이다.

대운하 반대하면서 대운하 추진하는 당에 과반수 지지?
여론조사에 의하면 국민 20%가 대운하를 찬성하고 70% 가까이 반대하고 있다. 그런데 대운하를 찬성하는 한나라당 지지율은 20%이어야 하는데 50%를 넘고 있다. 대운하를 반대하는 다른 당 지지율은 70%이어야 하는데 30% 밖에 되지 않는다. 정책 선거가 사라진 결과다.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는다. 우리 국민 스스로 상식이 통하는 민주주의 사회를 거부하고 있는 것 같다.

대운하 반대가 70%에 육박하는데, 대운하 특별법을 밀어붙일 한나라당이 과반수를 차지할 전망이다. 과연 대운하는 총선과 무관한 것일까? 인천국제공항 관련 공사에서 보았듯이 참여기업의 손실부분은 국고에서 보조한다. 결국 국민의 세금으로 충당된다. 내 호주머니 돈으로 건설 대기업들만 살찌우는 것이다.

재독교포 박정숙씨가 환경과 생태를 파괴하는 대운하를 추진하는 조국을 비판하고 있다.
대운하를 추진할 당에게 과반수를 몰아주고 있는 국민들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대운하 순례 중에 만났던 독일교포의 고백이 의미심장하게 맴돈다.

"그동안 한국의 환경과 관련한 다양한 활동을 지켜보고 있었다. 특히 운하는 절대 막아야 한다는 일념으로 순례에 참여했다. 독일의 라인강은 여러 나라로 흘러가며 계절 따라 비가 고르게 온다. 한국은 여름에 비가 많이 오고 삼면이 바다이며, 말 그대로 금수강산이다. 사실 이명박 대통령의 경제가치도 문제가 많지만 1차적인 책임은 국민에게 있는 것 같다.

한국의 교육열은 세계일류다. 유권자의 과반수가 대졸인데 환경과 생태에 대한 마인드는 초등학교 수준이다. 한국 사회와 이명박 정부가 경제성도 없는 운하를 후손들에게 물려줄 것이 아니라 자연 그대로를 물려주어야 한다. 그런데 18대 총선에서 대운하를 추진할 한나라당을 과반수 지지한다는 것이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는다. 선진국의 잣대인 환경과 생태를 우선 순위에 두지 않는 한 한국은 선진국이 될 수 없다.

/최종수  2008-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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