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기후종교시민 네트워크, 부탄의 국민총행복 소개
김종화 신부, 에너지제로 주택 은둔소 사례 들어

29일 국제기후종교시민(ICE) 네트워크가 ‘풀뿌리 지역개발과 국민총행복(GNH) 지수’를 주제로 포럼을 열었다.

강연을 맡아 국민총행복(GNH)을 소개한 런덥 둑파 씨는 부탄의 교육부에서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교육자이며, ‘부탄 소울 파머스’라는 풀뿌리 운동단체 창립자다. 그는 국민총행복을 통해 기후변화 문제에 어떻게 대응할 수 있는지 이야기했다.

국민총행복은 1972년 즉위한 제4대 국왕 지그메 싱게 왕축이 개념을 만들었고, 이후 국정운영 철학으로 도입했다. 국민총행복 지수는 경제적 성장만을 평가하는 1인당 국내총생산(GDP)과 달리 국민의 행복, 복지와 경제 성장을 총체적으로 측정한다. 즉 물질적인 것과 영적인 것이 균형 있게 발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국민총행복(GNH)은 지속가능하고 공정한 경제 발전, 문화 보존, 환경 보전, 좋은 거버넌스(올바른 통치구조)라는 4개의 축을 바탕으로 한다. 심리적 행복, 건강, 시간 활용, 교육, 문화다양성과 회복력, 행정체계, 공동체의 활력, 생태다양성과 회복력, 생활수준이라는 9개 분야를 33개 지표로 나눠서 분석한다. 부탄은 2007년 파일럿조사를 실시해 국민총행복지수를 계량화했으며, 2010년과 2015년 국민총행복조사를 실시했다.

런덥 둑파 씨는 국민총행복에서 상호의존성 개념이 중요하다며, 인류가 만물의 영장이 아니라 우리는 생태계의 일부라고 말했다. 그는 지구의 모든 인류가 자연을 포함한 지구의 삶에 대해 인식할 때 행복할 수 있으며, 사람, 나라 간의 협력뿐 아니라 자연과의 관계를 강조했다.

부탄에서 국민총행복은 공공정책의 가치로, 여러 정책에서 실현되고 있다. 런덥 둑파 씨는 그 하나로 마을 전체가 교육 장소이며, 자연환경, 동식물이 모두 교육 내용이고, 마을 주민들이 교육 과정에 기여한다고 소개했다.

또 부탄은 영토의 60퍼센트를 산림보호지역으로 유지해야 한다고 헌법에 명시하고 있어, 실제로 71.2퍼센트가 산림이다. 26퍼센트는 국립 공원이고, 10퍼센트를 연료 등 자원으로 쓰도록 지정했다.

그는 부탄에서는 “모든 국민이 자연 생물 다양성을 위한 관리인”이라고 생각한다며, 국민이 숲을 관리하는 데 동참한다고 말했다. 부탄에서는 야생 동물 거래, 동물 감금, 사냥을 금지한다.

그러나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부탄 역시 폭염과 홍수 등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런덥 둑파 씨는 빙하 호수가 녹고, 경제의 큰 축인 수력 발전과 농업이 위협받고 있어 사람들의 생명과 재산이 타격을 입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코로나19로 부탄의 주요 산업인 관광업이 타격이 받아 약 3만 명이 일자리를 잃었다”고 덧붙였다.

“환경 문제를 과학으로 대응할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가장 큰 문제는 이기심과 욕망, 무관심이었다.”

그는 한 과학자의 이 말에 국민총행복의 개념이 잘 드러난다며, 경제발전의 방향을 바꾸고 대안으로서 국민총행복의 가치를 실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남에 있는 악양 은둔소. 이 건물은 에너지제로 주택으로 에너지를 자급자족할 수 있게 지었다. (사진 출처 = 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br>
경남에 있는 악양 은둔소. 이 건물은 에너지제로 주택으로 에너지를 자급자족할 수 있게 지었다. (사진 출처 = 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

김종화 신부(작은형제회 JPIC 위원장)는 한국에서 국민총행복(GNH)을 실천하는 사례로 지리산에 있는 작은형제회 은둔소를 소개했다.

경남 하동군에 있는 악양 라 베르나 은둔소는 에너지를 자급자족할 수 있게 지었다. 2013년 축복식을 치룬 은둔소는 외부에서 전기를 공급받지 않고 에너지 저장 장치(ESS)를 이용해 자체적으로 만들어 소비한다. 태양광 발전 등으로 생산된 전기를 배터리에 저장했다가 쓰는 것이다.

김 신부는 실내 내부 온도가 항상 18-20도이며, 다른 난방 시스템은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한겨울에 두 달간은 일주일에 한 번씩 물을 데우는 기계를 이용한다. 또 이 건물은 에너지 회수 환기장치로 공기를 순환시켜, 별다른 에너지 소모 없이 열손실을 최소화하고, 실내 온도를 적절하게 유지한다. 

은둔소에서는 계곡의 물을 쓰고, 낙엽이 퇴비가 되고, 생태 화장실을 쓴다. 김 신부는 은둔소에 있는 사제와 수도자가 소박하고, 검소하며, 절제된 삶을 살고 있다고 말했다.

국제기후종교시민(ICE) 네트워크는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종교, 시민사회단체, 국제기구 등의 범아시아 연대체다. 기후위기로 인한 불평등하고 취약해진 이들을 지지하고, 자연과 인간의 조화로운 관계 복원을 목적으로 활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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