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보상법, 재판상 화해 규정은 위헌
5.18 단체들, “41년 만에 반가운 결정"

헌법재판소 재판관들. (사진 출처 = 헌법재판소 안내책자)
헌법재판소 재판관들. (사진 출처 = 헌법재판소 안내책자)

헌법재판소가 27일 재판관 전원 일치로 5.18민주화운동과 관련된 정신적 손해배상을 규정하지 않은 채 국가배상청구권마저 금지한 ‘5.18보상법’은 위헌(2019헌가17)이라고 결정했다.

5.18보상법(‘광주 민주화운동 관련자 보상 등에 관한 법률’, ‘5.18민주화운동 관련자 보상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5.18 피해자와 그 유족이 보상심의위원회의 보상금 등 지급결정에 동의하면 5.18과 관련된 피해(정신적 손해 포함)에 대해 재판상 화해가 이뤄진 것으로 간주된다.

헌재는 신청인이 보상금 등 지급결정에 동의했다는 것만으로 정신적 손해에 대해서까지 재판상 화해가 이뤄졌다고 볼 수 없고, 재판상 화해 성립 간주로 5.18 피해자와 유족의 국가배상청구권마저 제한한 것은 과도한 침해라고 판단한 것이다.

헌재는 결정문에서 “5.18보상법이 보상금 등 산정에서 정신적 손해에 대한 배상을 전혀 반영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정신적 손해와 무관한 보상금 등을 지급한 다음 정신적 손해에 대한 배상청구마저 금지하는 것은 적절한 손해배상을 전제로 한 관련자의 신속한 구제와 지급결정에 대한 안정성 부여라는 공익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헌재는 5.18보상법의 관련 조항은 “적극적, 소극적 손해에 대한 배상은 고려되고 있지만 정신적 손해배상에 상응하는 항목은 존재하지 않고, 보상심의위원회가 보상금 등 항목을 산정함에 있어 정신적 손해를 고려할 수 있다는 내용도 발견되지 않는다”면서 “그러한 내용의 보상금 등 지급만으로 정신적 손해에 대한 적절한 배상이 이루어졌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봤다.

또 “공무원의 직무상 불법행위로 인하여 입은 정신적 고통에 대해 적절한 배상을 받지 않았음에도 그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마저 박탈되는 것”은 “그 제한의 정도가 지나치게 크다”고 밝혔다.

5.18 단체들은 28일 헌재의 위헌 결정을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이번 결정이 부당한 국가폭력에 대한 피해 회복 책임을 단순한 노동력 손실을 넘어서서 정신적인 피해, 트라우마까지 인정했다는 점에서 매우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5.18민주유공자유족회, 5.18민주화운동부상자회, 5.18구속부상자회, 5.18기념재단은 “5.18민주화운동에 대한 역사적 평가만이 아니라 심한 고문과 후유증으로 아직까지 고통받고 있는 5.18민주유공자들에게도 반가운 결정이 아닐 수 없다”면서 국회에 조속한 후속 입법을 촉구했다.

이들은 “5.18 피해자들은 국가로부터 피해 보상을 받으면 이를 ‘재판상의 화해’라고 명시한 관련법에 따라 더 이상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었다”면서 “5.18보상법의 관련 조항이 위헌 판결을 받음에 따라 41년 만에 국가폭력으로 인한 정신적 피해에 대해서도 손해배상의 길이 열리게 됐다”고 말했다.

이번 5.18보상법에 관한 위헌법률심판제청은 5.18 관련 피해자들이 2018년 12월 정부를 상대로 군 수사관 등의 가혹 행위 등 위법한 직무집행으로 인해 발생한 정신적 손해 등의 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광주지방법원에서 진행하는 가운데(2019년 5월) 접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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