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상규명 될 때까지 장례 치르지 못해
정평위와 공동선실현 사제연대 26일 첫 미사, 매주 수요일 봉헌

수원교구 정의평화위원회, 공동선실현 사제연대가 평택항 컨테이너 사고로 목숨을 잃은 이선호 군 추모미사를 봉헌했다.

수원교구는 사고 현장인 평택항, 현재 이선호 군 빈소가 차려진 안중 백병원을 관할하고 있다.

이선호 군은 학비를 벌기 위해 아버지 이재훈 씨가 근무하는 평택항 신컨테이너 터미널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그러던 4월 22일 원래 업무인 물류검수가 아닌 현장 잔해 제거 작업을 하다가 300킬로그램의 컨테이너에 깔리는 사고를 당해 그 자리에서 숨졌다.

현재 이선호 군의 장례는 진상규명이 완료될 때까지 미뤄진 상태로, 평택 안중 백병원에 안치되어 있다.

5월 26일 추모미사를 집전한 최종관 신부(수원교구 정의평화위원장)는 27일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 “이선호 군 산재사망사고 대책위의 제안으로 미사를 드리게 됐다”며, "이날을 시작으로 진상규명 등 유족의 바람이 이뤄지고 장례가 치러질 때까지 매주 수요일 저녁 미사를 봉헌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최 신부는 “처음 미사 요청을 받았을 때, 죄책감 때문에 힘들었다”며, “이선호 군 이전에도 그 이후에도 20여 명씩 노동 현장에서 사람이 죽어 가는 현실 앞에서 과연 그동안 무엇을 했나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아버지와 아들이 함께 일터에 가고 집에 돌아오면서 비록 일은 고돼도, 참 기뻤을 것이다. 하지만 어느 순간 그렇게 함께했던 아들이 집으로 돌아오지 못하는 것이 이 가족의 현실이 됐다”며, “젊은이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숱한 죽음이 있었고, 그때마다 그것이 마지막이기를 바랐다. 더 이상 또 다른 이선호가 나오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또 “세상의 지도자들, 권력자들이 군림하지 않고 더 낮은 곳으로 내려와야 한다. 또한 우리 역시 먼저 깨어나고 피해자들, 희생자들과 연대할 때, 이런 사고를 없앨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26일 수원교구 정평위와 공동선실현사제연대가 이선호군을 위한 추모미사를 봉헌했다. &nbsp;(사진 제공 = 고 이선호군 산재사망사고 대책위)<br>
26일 수원교구 정평위와 공동선실현 사제연대가 이선호 군을 위한 추모미사를 봉헌했다. (사진 제공 = 고 이선호군 산재사망사고 대책위)

한편, 이선호 군 아버지 이재훈 씨와 대책위는 업무를 갑작스럽게 바꿔 배치하면서도 안전교육이나 장비 없이 현장에 투입시킨 점, 언제든지 사고가 날 수 있는 현장에 안전 점검 인력이 없었던 점, 그리고 사고 직후 119 신고보다 사측에 보고한 점 등을 지적하며, 진상규명과 동방 사측의 책임 규명 그리고 재발방지책을 요구하고 있다.

대책위는 “원청인 주식회사 동방의 이선호 군 사망에 대한 책임 인정과 사과 및 재발방지책 마련, 노동부의 철저한 진상조사와 책임자 처벌, 중대재해 조사보고서 공개, 평택항 내 응급치료시설 마련” 등을 요구하고 있다.

또 이선호 군 사망사고 진상을 밝히기 위해 5월 14일부터 정부와 지자체, 합동 기구가 활동을 시작했다. 이 기구에는 고용노동부, 해양수산부, 평택시, 경찰청, 안전보건공단 등이 참여하며, 사고 수습과 진상 조사, 원인 분석, 재발방치책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다음 미사는 6월 2일 오후 7시 평택시 안중 백병원 장례식장에서 봉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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