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 기후위기 시대를 사는 교회 2]
본당 공동체와 공감대 넓히고
경제를 우상화 하는 인식 바꿔 가야....

교회가 생태환경, 기후위기 관련 활동을 할 때 직면하는 가장 큰 어려움은 무엇일까?

각 교구의 생태환경 관련 중점 활동 및 올해 계획에 이어 이러한 활동을 어렵게 하는 벽은 무엇이고 그 벽을 넘기 위한 방법은 무엇인지 짚어본다. 

먼저 ‘기획 - 기후위기 시대를 사는 교회 1’에서 응답한 5개 교구 가운데 대전, 인천, 춘천교구는 가장 큰 어려움으로 생태환경, 기후위기에 대한 “교회 구성원들의 관심 부족”을 꼽았다. 그 구성원에는 성직자와 평신도가 모두 포함됐다.

제주교구는 사람들에게 뿌리박힌 “경제, 발전지상주의”를 가장 큰 난관으로 봤고, 서울대교구는 교회 구성원들이 ‘창조질서 보전’을 신앙의 필수 부분으로 여기도록 하는 방법 찾기가 고민이다.

지난해 9월 21일, '기후위기 비상행동'에는 전 세계 150개국에서 약 400만 명이 참여했으며 한국 가톨릭기후행동에서 400여 명이 참여했다. 당일 봉헌된 미사 모습. ⓒ정현진 기자
지난해 9월 21일, '기후위기 비상행동'에는 전 세계 150개국에서 약 400만 명이 참여했으며 한국 가톨릭기후행동에서 400여 명이 참여했다. 당일 봉헌된 미사 모습. ⓒ정현진 기자

교회 이끄는 장상, 본당 사제의 관심 부족
사목자들의 관심, “가장 필요하지만 얻기 어려워”
본당과 공감대 넓혀 가야....

먼저 대전교구 생태환경위원회는 “교회 장상들이 기후위기를 심각하게 바라보지 않는다는 점”이 가장 큰 어려움이라면서, “공동체를 책임지는 사제들의 기후위기에 대한 의식 수준이 매우 낮고, 신앙심만 있다면 모든 게 다 해결될 거라고 보는 인식이 우세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지속적 홍보와 운동 외에 다른 대안이 보이지 않는다”면서 “교육 자료를 배포해도 공동체 구성원들에게 전달되지 않는다. 익숙한 대로 지내는 것에 대한 편리함이 기후위기에 대한 의식보다 편안함을 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인천교구 환경사목부 역시 “본당 사제들의 환경사목에 대한 관심 미약”, 이에 더해 “코로나19로 인한 잦은 비대면 상황”을 가장 큰 어려움으로 들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비대면 교육을 위한 기술적 시스템 구비”, “공문보다 대화 등을 통해 본당 사제들을 독려하는 더 친절한 접근법”이 필요하다고 봤다.

춘천교구 김선류 신부(가정생명환경위원장)도 “생태환경 사목은 한 사람이나 관련 단체가 아닌 모두가 관심을 갖고 동참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지만 아직 관심이 적고 특히 각 본당의 관심과 활동이 미미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김 신부는 “주교회의 특별교서가 나왔음에도 사제들과 각 본당에서 실질적 움직임이 없고, 그런 면에서 가장 필요하면서도 큰 어려움은 사제들의 관심을 얻고, 각 본당에서 활동을 끌어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그는 먼저 “교구 내 사제들과의 공감대 형성과 교육 선행”, “구체적 행동 양식 소개 및 독려”가 필요하다면서 “이론적 교육과 함께 각 본당에서 구체적으로 할 수 있고 해야 하는 실천 과제들을 공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19년 제8기 서울대교구 환경사목위원회 '생태영성학교' 참가자들. (사진 출처 = 서울대교구 환경사목위원회 홈페이지)
2019년 제8기 서울대교구 환경사목위원회 '생태영성학교' 참가자들. (사진 출처 = 서울대교구 환경사목위원회 홈페이지)

생태환경 사목의 진짜 벽, “정신에 박힌 황금만능주의”

한편 제주교구 황태종 신부(제주교구 생태환경위원장)에 따르면, 제주도는 천혜의 자연환경을 두고 개발과 파괴라는 대립된 시각이 날카롭게 공존하고 있어 어려움이 크다.

그동안 제주도가 개발에 뒤처진 만큼 적극 개발해야 한다는 인식과 개발로 제주를 파괴해서는 안 된다는 인식의 대립이다. 제주 제2공항에 대해서도 신자들 사이에서 시각이 갈리고 있다.

이에 대해 황태종 신부는 “인간을 진정으로 행복하게 하는 것이 돈이나 물질이 아니라는, 영성과 인식 차원의 전환이 일어나지 않으면 구체적 삶에서 생태적 실천이 이어지기는 어렵다”면서 “개발과 파괴가 첨예하게 대립하지만 교회 가르침은 분명하므로 꾸준히 신자들의 인식 전환을 이뤄 가면서 제주를 훼손하지 말아야 한다는 운동을 해야 하는 여건”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황 신부는 생태환경 사목의 “진짜 벽은 경제, 발전지상주의”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 사회에서 경제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가치, 우상처럼 자리 잡았다. 생태환경 운동을 하면서 인력 부족이라는 벽은 극복할 수 있지만 사람들 정신 속에 박힌 황금만능주의는 난공불락의 장벽처럼 느껴진다”고 말했다.

이어 “언제 어떻게 사라질지 모르는 거대한 부가 아니라, 사람들의 가장 기본적인 생존권이 지속해서 보장되는 사회가 더 행복하고 가치 있다라고 패러다임이 바뀌지 않으면 아무리 우리가 생태환경 운동을 해도 돈 벌고 잘 살아보겠다는데 왜 그러냐는 반응이 나온다”고 말했다.

지난해 7월 '기후위기 의정부비상행동' 출범식에서 백종연 신부는 "본당 공동체가 지역 시민들과 기후위기에 공동 대응하는 연대의 노력"을 제안했다. ⓒ김수나 기자
지난해 7월 '기후위기 의정부비상행동' 출범식에서 신자들이 기후위기를 알리는 손팻말을 들고 있다. ⓒ김수나 기자

교구 부서 간 협력으로 신자, 본당 지원
기존 소공동체 활용, 생태환경 점검표 실천 공유
위원회 차원 아닌 본당 사제들의 적극적 공지, 기도생활에서 영적 참여 필요

한편 서울대교구 환경사목위의 가장 큰 고민은 “창조질서 보전을 위한 활동이 신앙생활에서 부차적인 것이 아닌 본질적인 부분임을 어떻게 하면 신자들이 더 깊이 느끼고 실천하도록 도울까”다. 또 실천이 개인을 넘어 공동체와 사회로 확장되도록 하는 방법도 찾기 어렵다.

이에 대해 백종연 신부는 “시민사회와의 연대가 주로 교구 위원회 차원에서 이뤄지는 것이 아쉽다”면서 “본당 공동체가 지역 시민들과 기후위기 같은 문제에 공동 대응하는 연대의 노력을 해 나가길 바라며, 이를 위해 환경사목위원회가 해야 할 일을 더 고민하고 찾아 가겠다”고 말했다.

특히 백 신부는 “신자들과 본당 공동체의 기후위기 대응을 돕기 위해 교구 각 부서 간 긴밀한 협력이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면서 “본당 사목자들이 신자들과 함께 창조질서 보전, 기후위기 극복을 위한 실천과 연대를 더 쉽게 해 나가도록 필요한 자료를 구체적으로 마련하고 보급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본당과 신자들의 관심을 높이기 위해서는 “본당 사목자들이 예비자 교리, 견진성사 준비, 특강처럼 기회가 될 때마다 기후위기에 대한 교회의 가르침, 실천 방법을 전하고, 이것이 신앙생활의 필수적 부분임을 강조하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이밖에도 본당에 평신도 사도직 단체 ‘하늘땅물벗’ 조직, 본당 사목평의회 지원, 본당 사목자부터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 다양한 실천하기 등을 제안했다.

대전교구 생태환경위원회는 “자신이 알고 있는 몇 개 사례나 경험으로 심적 모형을 구축하는 경향을 벗어나야 불확실한 상황에 대한 불안감을 회피하려 최소한의 결과만을 받아들이려는 태도를 넘어설 수 있다”면서 “사실을 있는 그대로 전하는 과정과 용기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제주교구는 모든 교회 구성원들이 생태환경에 관심을 갖고 주체적으로 활동하도록 기존 소공동체를 활용하고 있다. 현재 레지오 활동 보고에 생태활동 보고를 추가했는데, 각 단원들은 생태환경점검표를 실천하고 매달 모임 때 보고한다. 이를 모든 소공동체에 적용할 계획이다.

황태종 신부는 “사제나 교회가 주도하고 신자들이 따르는 형식이 아니라 신자들 스스로가 자신의 일로 알고 하나의 운동으로 전개해야 한다”면서 “중앙에서 뭘 내려 보내도 이것이 본인들 운동이 안 되면 계속 주어진 과제를 실행하는 것에 머무는데, 그런 마음에는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제주교구는 교구와 본당 등 전체 구성원을 생태환경 운동가로 양성하는 과정을 시작할 계획이다. 양성 과정은 ‘생태영성과 생태인지 감수성 키우기’, ‘생태, 기후에 대한 지식 알고 이해하기’, ‘실생활에서 기후변화를 막고, 생태 보전의 삶을 사는 방식’ 세 방향으로 구성된다.

양성된 이들이 자신이 배우고 실천한 것을 다른 이들에게 알리고 교육하는 과정에서 더 성장함은 물론 생태환경 문제를 신자와 지역 사회에 확장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한편 인천교구는 “주보 등을 활용해 환경 관련 소식을 공유하고, 본당 사제들의 적극적인 공지”, 춘천교구는 “기도생활과 전례에서 영적 참여, 다양한 콘텐츠로 구성된 강좌 및 교육”이 더욱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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