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 기후위기 시대를 사는 교회 1]
각 교구 생태환경 관련 위원회 중점 활동과 계획
인식변화, 실천 위해 교육 중요
신자들, 교육 대상자 넘어 운동의 주체로

기후위기 시대, 교회는 무엇을 하고 어떤 고민을 하고 있을까?

세계 가톨릭 교회는 지난해 5월 24일부터 1년 동안 ‘찬미받으소서’ 특별 주년을 보내고 있다. 이에 맞춰 한국 천주교주교회의도 특별사목교서를 내고 기후위기에 대한 구체적 실천 지침을 제시했다. 2022년부터는 지속 가능한 세상을 향한 ‘찬미받으소서 7년 여정’도 시작된다.

그 어느 때보다 기후위기와 생태환경 문제에 대한 가톨릭 교회의 움직임이 활발하지만, 교구나 일선 본당이 이 흐름을 함께하는 모습에는 아쉬움이 많다는 목소리가 있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는 현재 각 교구가 이를 위해 무엇을 하고, 어떤 어려움을 느끼는지 들어 봤다.

이에 대해 모두 16개 교구 가운데 군종교구 제외한 15개 교구에 질의했고, 보도시점인 현재까지 응답한 곳은 서울대교구 환경사목위원회, 대전교구 생태환경위원회, 인천교구 환경사목부, 제주교구 생태환경위원회, 춘천교구 가정생명환경위원회로 5개 교구다. 교구에 담당 부서가 없는 등 사정에 따라 답하기 어렵다고 한 교구는 4곳이다.

각 교구의 활동 현황과 그 의미를 먼저 싣고, 이어 활동의 어려움과 고민 지점을 짚어 본다.

가톨릭 교회는 지난해 5월 24일부터 1년 동안 교황 회칙 ‘찬미받으소서’ 특별 주년을 보내면서, 심각한 기후위기 상황에 대한 생태적 회심을 요청하고 있다. ⓒ김수나 기자
가톨릭 교회는 지난해 5월 24일부터 1년 동안 교황 회칙 ‘찬미받으소서’ 특별 주년을 보내면서, 심각한 기후위기 상황에 대한 생태적 회심을 요청하고 있다. ⓒ김수나 기자

인식 변화와 실천 위해 교육에 집중
“신자들, 교육 대상 넘어 생태 운동가로 파견돼야”

생태환경과 관련해 각 교구의 주요 사목활동은 다양한 방식의 교육이다. 교회 구성원이 기후위기, 생태환경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실천하기 위해 모두 교육이 중요하다고 봤다.

먼저 서울대교구 환경사목위원회는 본당 사목위원, 평신도, 수도자, 성직자 모두를 대상으로 생태영성학교 등을 통해 기후위기에 대한 교회의 가르침을 집중 교육한다.

백종연 신부(서울대교구 환경사목위원장)는 “생태적 삶의 지속, 그에 대한 신앙적 확신과 동기 부여를 위해 생태교육이 필수적”이며 “생태교육은 연대의 중요성을 강조하므로 (교육을 통해) 신자들이 교회 안팎에서 창조질서 보전을 위한 연대에 더 적극 참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전교구도 생태영성학교를 중심으로 하는 교육에 힘쓰고 있다. 대전교구는 지난해 먹거리, 올해는 에너지라는 큰 방향 아래, 먹거리, 코로나19와 생태농업, 핵기술, 플라스틱 줄이기, 본당에서 생태영성 실천 등을 주제로 생태영성학교를 진행한다. 지난해에는 기후위기를 과학, 인권, 건강, 기후정책 등과 연결해 다루는 가톨릭 기후학교도 시작했다.

대전교구 생태환경위는 이러한 교육에 대해 “(구성원들이) 생태환경, 기후위기와 관련한 많은 문제를 알고 대안을 모색함으로써 인식을 바꾸고 실천으로 옮기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인천교구 환경사목부도 신자들을 위한 환경 교육을 강조했다. “교육을 통한 의식 변화가 지속적인 행동의 변화를 가져오기 때문”이란 것이다. 이에 인천교구는 2013년부터 ‘환경교리학교’, ‘찾아가는 환경교리학교’를 해왔고, 지난해부터는 ‘지구를 위한 미사와 미니 환경 특강’을 시작했다.

실천하기 위해 ‘폐휴대폰, 배터리 모으기’, ‘전통시장에 장바구니 모아 전달하기’ 등 자원순환 활동도 꾸준히 하고 있다.

인천교구 환경사목부는 생태환경 실천 가운데 하나로 ‘폐휴대폰, 배터리 모으기’를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사진 출처 = 천주교 창조보전연대)
인천교구 환경사목부는 생태환경 실천 가운데 하나로 ‘폐휴대폰, 배터리 모으기’를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사진 출처 = 천주교 창조보전연대)

춘천교구는 교구 공동체가 기후위기 문제를 자주 접하도록 하고, 기도와 전례 같은 신앙생활에서도 구성원들이 이 문제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지난해 가정생명환경위원회가 출범하면서 그간 교구 정의평화위원회가 맡아 왔던 생태환경 사목에 더 집중할 수 있게 됐다.

김선류 신부(가정생명환경위원장)는 “그동안 정평위 사회교리 학교에서 ‘찬미받으소서’ 강좌를 진행했고, 본당별로 ‘찬미받으소서’ 읽기를 권장하기도 한다”면서 “기도 활동으로 기회 있을 때 생명을 위한 기도를 봉헌하면서 신자들의 영성적 참여를 이끌어 낸다”고 말했다.

또 주보와 교구 간행물인 <좋은 이웃>에 기후위기 관련 글을 자주 실어 구성원들이 이 문제를 자주 접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한편 제주교구 생태환경위원회는 각 본당의 평신도를 생태 운동가로 양성하되, 양성에 그치지 않고 이들이 운동가로 깊이 성장하도록 배운 것을 다른 사람들에게 전하는 자리를 마련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신자를 대상으로 한 생태환경 교육도 중요하지만 신자들 각자가 생태 운동의 주체가 되도록 양성하는 과정, 그리고 그들이 활동할 수 있는 기반 마련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황태종 신부(제주교구 생태환경위원장)는 “평신도를 단지 피교육자가 아닌, 교종께서 말씀하신 보편사제직을 수행하는 주체로 양성해야 한다”면서 “(이들이) 파견되는 자리를 마련해 준다면, 평신도가 지닌 실제 생활에서의 다양한 능력이 발휘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되면 사목을 위한 인력 부족 문제도 해결 될 수 있다고 황 신부는 덧붙였다.

2020년 10월 30일 가톨릭기후행동은 기후위기를 알리는 천조끼와 마스크를 하고 자전거 행동에 나섰다. ⓒ배선영 기자
2020년 10월 30일 가톨릭기후행동은 기후위기를 알리는 천조끼와 마스크를 하고 자전거 행동에 나섰다. ⓒ배선영 기자

2021년 각 교구가 걸어갈 길

한편 각 교구들은 올해 교육의 내용과 대상을 더 넓히고, 탄소배출 줄이기, 금육 실천, 관련 단체와 연대 같은 활동 계획을 세웠다. 더불어 교구 각 부서 간 협력, 교구와 본당의 소통, 교회 전 구성원으로 문제의식과 실천의 확장을 목표로 삼았다.

서울대교구 환경사목위원회는 부서 간 협력과 계획 수립, 시행을 목표로 사목국, 서울가톨릭사회복지회, 레지오 세나뚜스, 사제평생교육원, 중견사제연수원과 함께 구성원들에게 생태교육을 진행하고, 활동가를 양성하기 위해 생태영성학교, ‘찬미받으소서’ 강독 및 연수(2박3일)를 연계한 프로그램을 마련할 계획이다.

또 가톨릭기후행동과의 연대활동을 지속하고, 기후위기 관련법과 정책 변화를 위한 활동도 해 나갈 예정이다.

대전교구는 기존 활동을 지속, 확장하면서 “금요일 금육”, “피조물 보호를 위한 50가지 손쉬운 실천 주보 연재”, “대전 가톨릭 기후행동 활성화”, “태양광발전소 5기까지 건설 추진”에 주력한다.

“현재 축산이 화석연료를 많이 사용할 수밖에 없는 방식”이며, “동물을 단순 먹거리로 바라보는 시각의 변화를 위해” 매주 금요일 금육을 실천하며 육식을 줄이는 운동을 펼치는 한편, 지난해 12월 생태환경위가 만든 ‘대전 가톨릭 기후행동’이 잘 자리 잡도록 할 계획이다.

대전교구는 동물을 단순 먹거리로 바라보는 시각의 변화를 위해 매주 금요일 금육을 실천하며 육식을 줄이는 운동을 펼친다. (사진 출처 =&amp;amp;nbsp;commons.wikimedia.org)
대전교구는 동물을 단순 먹거리로 바라보는 시각의 변화를 위해 매주 금요일 금육을 실천하며 육식을 줄이는 운동을 펼친다. (사진 출처 = commons.wikimedia.org)

인천교구는 정신철 주교(인천교구장)가 올해 사목 방향으로 강조한 ‘녹색 순교’를 실천한다. 구체적으로 ‘각 본당에 생태환경 사도직 단체 하늘땅물벗 조직’, ‘플라스틱 쓰레기 줄이기’, ‘탄소포인트제 가입 장려’를 진행한다.

특히 하늘땅물벗 조직으로 본당에서 환경운동이 확장되고, 신자들의 자발적 실천이 이어지길 기대하고 있으며, 사목 방향을 ‘탄소중립’으로 삼고, 지난해 11월 환경부 산하 한국환경공단과 맺은 ‘탄소포인트제’ 협약에 따라 교구민들에게 탄소포인트제 참여를 더욱 독려하기로 했다.

탄소포인트제는 가정, 사업장 등에서 전기, 상수도, 도시가스를 절약해서 얻은 온실가스 감축분을 포인트로 산정해 현금, 상품권 등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온실가스 감축 프로그램이다.

한편 제주교구는 최근 몇 년 동안 대규모 건설과 극심한 인구 유입으로 생태환경 위기에 놓여 있다.

제주교구는 교회만이 아니라 지역 사회에서 생태적 증거의 삶을 사는 것에 초점을 맞춰 2017년부터 4년째 그 방향을 지속하고 있다. 올해는 제주 제2공항 문제와도 연결해, “생태영성에서 행동으로 나아가는 소공동체”를 목표로 하고 있다.

2017년 교구에 생태환경위원회, 각 본당에 생태환경 분과가 만들어지면서 성당에 일회용 컵과 자판기가 사라졌고, 교회 행사 때마다 애용하던 제주의 대표 생수도 더는 마시지 않는다. 제주의 쓰레기 문제가 심각해 각 본당별로 분리배출과 재활용 방법 사례를 모아 실천하고 있다.

특히 '찬미받으소서 7년 여정'을 앞두고, 교구 생태환경위와 본당 생태환경분과 중심의 활동을 넘어, 교구 내 모든 소공동체가 생태환경을 지키고 기후위기를 막는 일에 전념하기로 했다. 모든 본당의 구역장, 반장 등이 생태환경위원과 같은 역할을 하게 된다.

이에 대해 황태종 신부는 “사제나 교회가 주도하고 신자들이 따르는 형식이 아니라 신자들 스스로가 하나의 운동으로 펼쳐가야 한다”면서 “생태환경 문제에 공감하고 생태적 감수성으로 파괴되는 자연을 아프게 바라볼 수 있는 환경 운동가를 양성하고, 그들이 또 다른 이들을 양성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제주교구의 목표”라고 설명했다.

제주의 가장 큰 현안인 제주 제2공항을 막아 내기 위한 연대활동도 지속할 예정이다.

지난해 12월 대전교구 생태환경위원회가 정부세종청사 앞에서 제주 제2공항 반대를 촉구하는 거리미사를 봉헌하고 있다. (사진 제공 = 대전교구 생태환경위원회)
지난해 12월 대전교구 생태환경위원회가 정부세종청사 앞에서 제주 제2공항 반대를 촉구하는 거리미사를 봉헌하고 있다. (사진 제공 = 대전교구 생태환경위원회)

춘천교구 가정생태위원회는 '찬미받으소서 7년 여정'에 적극 참여하면서 다양한 내용과 방식으로 본당 공동체와 소통하는 것에 집중할 계획이다.

생태환경, 기후위기에 대한 전 교회적 행보에 일치하기 위해 각 본당 사제와 신자들에게 관련 내용을 지속적으로 소개하고 나누며, 이를 위해 “전례와 기도, 강좌, 기고문 등 다양한 컨텐츠”를 통해 소통할 예정이다.

또 ‘양양 낙산사도립공원 사업’ 같은 교구 내 생태환경 관련 국책 사업에 관심을 갖고 지속 대응하는 한편, 생태환경에 대한 본당 사제들의 관심을 높이기 위해 사제 연수에 관련 강좌를 마련한다. ‘찬미받으소서 7년 여정 개막 미사’ 등 전례 분야에서도 교구 차원으로 주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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