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동, 을지로, 종로 일대 약 200명 위한 무료 밥집 개소
코로나19 영향으로 3월까지는 도시락 나눔

구 계성여고 마당 앞. 도시락과 양말 등을 준비하고 밥집 손님을 기다리는 봉사자들과 한마음한몸운동본부 직원들. ⓒ정현진 기자
구 계성여고 마당 앞. 도시락과 양말 등을 준비하고 밥집 손님을 기다리는 봉사자들과 한마음한몸운동본부 직원들. ⓒ정현진 기자

서울 명동 성당 입구부터 주황색 조끼를 입은 이들이 밥집을 찾는 이들을 부지런히 안내한다. 올해 가장 추웠던 이날, 1시간 넘도록 밖에서 도시락 받으러 가는 길을 안내하는 이들은 추위에 동동거리면서도 “안녕하세요”, “맛있게 드세요”라는 인사를 잊지 않는다. 도시락이 모자라 한 명이라도 도시락을 받지 못하게 되면 어쩌냐는 걱정 어린 말도 나눈다.

오후 3시가 되자마자 한 명, 또는 두 명씩 도시락을 받아들고 명동 성당을 걸어 나가는 이들의 표정에는 온기가 느껴진다. 어떤 이들은 움직이기 불편한 동료의 도시락도 챙겨 나선다.

1월 8일, 명동 인근 지역 소외된 이들의 밥상을 위해 문을 연 ‘명동밥집’의 두 번째 도시락 나눔 풍경이다.

서울대교구 한마음한몸운동본부가 운영하는 무료급식소 ‘명동밥집’은 1월 6일 첫 도시락 나눔을 시작했다.

‘명동밥집’은 서울 남대문, 을지로, 종로 일대 노숙인, 홀몸 노인 등 소외된 이들에게 무료 급식을 제공하고, 여러 기관과 연계해 긴급 의료나 생필품 제공, 심리상담 등을 진행할 예정이다.

지난해 8월, 급식소 개소를 계획하고 준비해 온 한마음한몸운동본부는 그동안 자원봉사자를 모집하고 명동 성당 옆 계성여고 자리 일부를 급식소로 개축하고, 9월부터 인근 대상자들에게 이를 알리기 위해 매주 1회 노숙인들에게 간식을 전달하며 홍보해 왔다.

한마음한몸운동본부에 따르면 ‘명동밥집’이 지향하는 핵심가치는 “하느님의 자비”로, “모든 사람이 마땅히 누려야 할 권리인 밥, 생명과 사랑을 나눔으로서 선포하는 복음, 고립에서 벗어나 한 사람으로 온전하게 회복하는 자활, 서로 돕고 지지하는 초대 공동체 정신, 명동을 비롯한 교구, 교회와 세상을 따뜻하게 변화시키는 누룩” 등의 가치를 지향한다.

도시락을 받아 성당을 나서는 이들. ⓒ정현진 기자
도시락을 받아 성당을 나서는 이들. ⓒ정현진 기자

준비를 끝낸 ‘명동밥집’은 1월 6일부터 매주 수, 금, 주일 세 차례 오후 3시부터 도시락 나눔을 시작했다. 애초 약 200인분 밥을 지어 50인 규모 식당에서 밥을 먹을 수 있도록 준비했지만, 코로나19로 식당을 이용할 수 없어 당분간 도시락으로 준비한다.

‘명동밥집’ 소식이 알려지면서 교회 안팎의 후원이 이어졌고, 1월부터 3월까지는 SK가 ‘명동밥집’에 도시락을 후원하기로 했다. SK가 지원하는 재원을 통해 명동 인근 식당에서 도시락을 제공받아 찾아오는 이들에게 나누고 있다.

‘명동밥집’을 준비해 온 한마음한몸운동본부는 “코로나19로 도시락을 나눠 줄 수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직접 따뜻한 밥을 지어 줄 수 없어 안타깝다”면서, “도시락을 나누면서 인근 지역 노숙인, 독거 노인이 얼마나 되는지 인원 파악도 하고, 한 달 정도는 운영해 봐야 앞으로 준비를 어떻게 할 것인지 구체적으로 알 수 있을 것 같다”고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 말했다.

지난 1월 6일과 8일, 10일 3일간 제공한 도시락 수는 약 110-150개다. 추위 때문에 받으러 온 사람 수가 줄어든 것을 감안하면 앞으로 명동밥집에서 밥을 먹는 이들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또 우선 3월까지는 도시락을 제공하지만, 코로나19 상황을 봐서 명동밥집 자체적으로 도시락을 준비해야 할 수도 있다. 식당 수용 인원도 50명뿐이라 기다리는 이들을 위한 배려 공간도 마련할 생각이다. 

‘명동밥집’의 조리, 배식, 안내 그리고 의료 등 다른 편의 제공을 위한 봉사자는 현재 420명 정도다. 여기에는 사제, 수도자들도 직접 참여할 예정이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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