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숙 지도위원이 부산에서 청와대까지 걸어갑니다. 우리는 이 길을 ‘희망 뚜벅이’로 명명했습니다. 작년 12월 30일입니다. 허리가 꺾이는 삭풍을 내내 안고 걸었던 첫날에는 3명에서 출발하여 8명이 걸었습니다. 바람이 어찌나 세찼던지 한 걸음을 내딛는 것도 힘에 부쳤습니다. 그 뒤부터는 이 소식을 듣고 달려온 사람들이 함께 걷고 있습니다. 이들은 김진숙 지도위원에 대한 저마다의 사연을 담고 길을 걷고 있습니다.

부산에서 청와대까지 걷는 첫 날의 모습. 삭풍에도 세 명이 다섯 명이 되었고, 끝내는 일곱 명이 되었습니다. ©️장영식<br>
부산에서 청와대까지 걷는 첫 날의 모습. 삭풍에도 세 명이 다섯 명이 되었고, 끝내는 일곱 명이 되었습니다. ©️장영식

김진숙 지도위원은 “앓는 것도 사치라 다시 길 위에 섰습니다. 연말까지 기다렸지만, 답이 없어 청와대까지 가보려고요. 복직 없이 정년 없습니다”라고 말합니다. 또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의 올바른 제정을 요구하며 싸우는 유가족들, 산업은행이 투기 자본을 매각 우선 협상자로 선정하며, 다시 고용위기에 빠진 한진 노동자들, 도처에 비명소리 가득한 무책임의 시대”를 알리기 위해서 부산 호포역에서 출발하여 청와대를 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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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전, 영남대 의료원을 향해 걸을 때는 "박문진 힘내라!"라는 글귀가 새겨진 부채에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대로!"와 "한진중공업 고용안정 없는 매각 반대!"라는 글귀가 새겨져 있었습니다. 이 글귀가 김진숙 지도위원이 청와대로 향하는 뚜벅이 걸음의 목적이기도 합니다. ©️장영식

해를 넘겨 변함없이 삭풍을 안고 길을 걷던 김진숙 지도위원은 “자식 잃은 유가족들은 여전히 단식하고, 세월호 부모들의 농성도 계속되고, 하청 노동자들은 변함없이 처참히 죽는 새해 벽두입니다. 해고된 노동자들은 제자리로 돌아가겠다고 울부짖고, 노동자들은 고용불안에 시달리고, 근근이 생계를 유지하던 사람들은 코로나19로 다 굶어 죽겠다는데 박근혜 이명박만 희망찬 새해”라며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의 사면론을 비판하며 길을 걷고 있습니다.

김진숙은 한진중공업 노동자입니다. 금속노조 부양지부 한진지회는 김진숙 그 자체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김진숙은 언제나처럼 한진중공업의 고용안정 없는 매각을 반대하며 길을 나섰습니다. ©️장영식<br>
김진숙은 한진중공업 노동자입니다. 금속노조 부양지부 한진지회는 김진숙 그 자체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김진숙은 언제나처럼 한진중공업의 고용안정 없는 매각을 반대하며 길을 나섰습니다. ©️장영식

특히 김진숙 지도위원은 코로나19와 관련하여 “코로나19를 온몸으로 겪으며 길을 걷습니다. 길 위에는 화장실도 없습니다. 카페나 식당을 이용하려고 해도 문이 닫혀 있습니다. 휴게소에도 문이 닫혀 있습니다. 절박합니다. 저는 재난지원금을 계획하고, 집행하는 분들이 이 행진에 함께 걸을 것을 권합니다. 그리고 그 재난지원금을 어떻게 지원해야 하는지 탁상공론이 아니라 눈으로 보고, 온몸으로 느끼셔야 합니다. 코로나19로 고통받는 분들이 부디 힘내시고 버텨내시길 빕니다”라며 재난의 시대를 온몸으로 절감하고 있는 민중들을 향한 애타는 마음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김진숙 지도위원이 걷는 길에는 김지도와 맺은 저마다의 사연을 담은 숱한 사람들이 함께 걷고 있습니다. ©️장영식<br>
김진숙 지도위원이 걷는 길에는 김지도와 맺은 저마다의 사연을 담은 숱한 사람들이 함께 걷고 있습니다. ©️장영식

부산에서 출발했던 희망 뚜벅이들이 대구에 들어왔습니다. 같은 날 서울에는 눈이 쏟아졌습니다. 김진숙 지도위원은 “16일을 단식한 이들의 시리고 야윈 몸에, 노숙하는 동지들의 잠자리 위에 쌓이는 눈은 형벌이다. 청정 청와대를 위해 텐트도 못 치게 한다는데, 나의 동지들은 오늘 밤 눈 위에서 눈을 덮고 눈사람이 된 채 아랫목에서 등을 지지는 집 꿈을 꾸겠구나”라며 애간장을 녹이고 있습니다.

김진숙 지도위원이 걷고 있는 길은 진리의 길이며, 살림의 길이며, 부활의 길입니다. 청와대가 생명의 길이며 노동해방의 길이며 인간의 길에 대한 의미를 성찰하길 바랍니다. ©️장영식<br>
김진숙 지도위원이 걷고 있는 길은 진리의 길이며, 살림의 길이며, 부활의 길입니다. 청와대가 생명의 길이며 노동해방의 길이며 인간의 길에 대한 의미를 성찰하길 바랍니다. ©️장영식

날씨가 차갑습니다. 지금까지 겪어 보지 못한 추위입니다. 우리는 지치지 않고, 포기하지 않고 동토의 길을 걷습니다. 한 걸음 한 걸음 내딛는 이 길은 진리의 길이며, 살림의 길이며, 부활의 길입니다. 청와대가 이 생명의 길이며 노동의 길이며 인간의 길에 대한 의미를 성찰하길 바랍니다.

장영식(라파엘로)

사진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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