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당에서 마주친 교회-배은주]

어느 본당이나 한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이하는 시점에서 빠뜨릴 수 없는 것이 교무금 얘기다. 대림절부터 대부분 본당에서는 밀린 교무금을 빨리 납부해달라는 공지를 매주 주보에 싣는다. 그리고 연말이 다가오면 다가오는 새해의 교무금을 책정하라고 채근하는데, 그 공지는 거의 다음해 1월까지 주보를 장식한다고 볼 수 있다.

50여 개의 본당주보를 살펴본 결과, 모두 예외 없이 작년 12월부터 1월까지 주보공지를 통해 교무금이 무엇인지, 왜 교무금을 내야하는지 본당 신자들에게 친절하게(?) 설명하고 있었다. 그중 서울의 ㅅ본당은 교무금의 쓰임새에 대한 설명과 더불어 밀린 교무금으로 부담이 큰 신자들을 배려한 문구도 실었다.

“교무금은 구약의 십일조에서 유래하는 것으로 교회 유지를 위해 신자들이 의무적으로 교회에 바치는 헌금이며 가정단위(세대별)로 책정됩니다. 본당에서는 성사생활, 전교활동, 일반 경비, 자선비 등으로 쓰여 지며, 일정금액은 교구로 보내져 이를 교회 유지와 교회 사업을 위해 사용하고 있습니다. 현행 교회법은 ‘신자들은 하느님 경배, 사도직과 애덕의 사업 및 교역자들의 합당한 생활비에 필요한 것을 구비하도록 교회의 필요를 지원할 의무가 있다’(222조 1항)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 교무금 봉헌은 자신과 자신의 모든 것이 다 하느님께 속해 있다는 신앙의 표현이며, 하느님께로부터 받은 축복에 대한 감사의 행위이기 때문에, 쉬는 신자나 열심한 신자의 구별 없이 모든 신자에게 부여된 의무입니다. (중략) 십일조의 규정보다는 그 정신을 강조하여 세대주가 부담을 느끼지 않는 선에서, 형편에 맞게 스스로 책정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중략)...... 참고로 갑작스런 수입의 감소 또는 가정 형편의 변화로 책정한 교무금을 낼 수 없을 경우나, 밀린 교무금은 본당신부와의 면담을 통해 삭감 또는 면제 받을 수 있습니다.”

이밖에 다른 본당들도 교우들이 교무금을 책정해야 그것에 맞춰 예산을 짤 수 있다며, 책정 세대와 책정 비율 등을 매주 주보에 게재하며 교무금 책정을 유도하고 있다. 어떤 본당의 경우에는 작년의 경우를 들어 교무금 책정율과 납부율을 금액별로 투명하게 게재하였다. 1천원~5천원까지 몇 세대, 6천원~1만원까지 몇 세대,...... 20~30만원 몇 세대 식으로 책정액과 세대수를 발표했다.

몇 년 전, 기자가 다니던 성당의 경우도 이런 식으로 아주 자세하게 교무금 납부와 책정 현황을 주보에 게재했는데, 당시 본당신부는 “우리 본당 신자들이 이렇게 가난한지 몰랐어요!”하며 얼굴 붉히며 반어적으로 말했다. 그러나 그 당시 주보를 보고 느낀 것은, 굳이 이렇게 지역별로, 구역별로, 금액별로, 그리고 마치 판매사원들 실적을 막대그래프에 그려가듯이, 교무금 책정과 납입현황을 상세하게 말할 필요가 있었는가 싶었다. 마치 교무금의 금액을 잣대로 ‘교무금이라고 쥐꼬리만큼 내면서 교회에 대고 무슨 할 말이 있냐?’며 비꼬는 것 같았다.

교회재정을 모든 교구민에게 투명하게 공개하겠다고 서울대교구가 발표한 지 만 3년이 되어간다. 그러나 본당주보나 홈페이지에서 수입/지출 내역을 접할 수 있는 곳은 그리 많지 않았다. 특히 서울 양천구에 있는 ㅁ성당의 경우는 그 규모에 반해 살림살이가 외부에 드러나지 않았다. 본당이 헌금과 교무금에 대한 의무사항만 강조하고, 그것들이 어떻게 쓰이고 있는지 신자들의 알아야 할 권리를 빼앗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문스러웠다. 반면 서울 중랑구에 있는 ㅅ성당이나 송파구에 있는 ㅁ성당, 또 의정부교구 ㅁ성당 등은 매달 본당 살림살이를 교우들에게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었다.

서울대교구의 본당 9개와 의정부교구 1개 본당을 살펴본 결과, 대부분 성당의 수입구조는 교무금과 특별헌금을 포함한 모든 헌금, 기부금, 후원금, 이자소득, 성물 판매, 부속기관수입 등으로 이루어져있고, 반면 지출은 교구납부금(의정부교구 본당 제외), 제전/선교비, 성무활동비/생활비, 직원급여/복리후생비, 단체보조비, 주일학교 활동비, 교구본당행사비, 통일기금, 자선찬조비, 수도광열비와 통신비 등의 시설유지비, 학비보조금 등과 같은 항목으로 집행되고 있었다.

본당의 규모와 지역에 따라 살림살이 규모도 차이를 보였는데, 강북에 있는 본당의 경우는 약 8~10억의 살림규모를, 강남·송파·양천·일산에 있는 본당의 경우는 20억~30억에 이르거나 혹은 그보다 훨씬 웃돌고 있었다. 그리고 대부분 성당의 경우 총수입 대비 약 30%에 해당하는 금액을 교구납부금이란 항목으로 교구에 납입하고 있었는데, 한 본당의 경우 약 10억의 수입 중 33.5%에 가까운 금액을 교구에 납부했는데도 5천만 원이 미납된 상태였다. (그런데 교구는 본당에서 이렇게 많이 걷어서 어디에다 쓰나? 지나치게 많은 교구납부금 때문에 본당사제는 스트레스가 없을까?)

작년 용산참사 현장에서 만났던 한 교우는 본당에 더 이상 교무금을 내지 않겠다고 했고, 용산참사 현장과 가까운 ㅎ성당에 다니는 교우는 지난 30여 년 꼬박 바쳐온 교무금을 작년에는 본당에 내지 않았다고 했다. 또 목동에 거주하는 한 신자는 본당에 교무금을 내야하는 이유를 찾을 수 없다고 말했다. 기자가 아는 한 이들은 오랫동안 신앙을 지키며, 본당과 교회를 위해 열심히 살고 있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교회가 신자들에게서 거둬들이는 교무금을 비롯한 각종 헌금과 후원금 등으로 교회의 외형 키우기에만 몰두하고 있지, 정작 교회가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을 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작년 서울대교구의 경우를 들자면, 서울대교구는 "어려운 경제상황을 고려하여 전 부서의 운영비를 전년도 대비 20% 삭감한다"고 발표하고, 절감되는 차액으로 사회복지사업을 지원한다고 밝힌 바가 있다. 그러나 기자가 확인한 바로는, 정작 수혜자 중 하나가 되어야 할 빈민사목위원회의 경우에도 전전년도 운영비 대비 12%를 삭감해야 했다.

사회복지예산까지 삭감하면서 절감한 운영비와 본당에서 챙긴 분납금 등을 가지고 교회가 애쓰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굿뉴스’의 자료를 보면 어느 정도 짐작이 간다. ‘굿뉴스’에 따르면, 작년 한 해 성당을 신축하거나 개보수 한 곳이 무려 37군데에 이른다. 그 중 군종교구가 9군데로 가장 많았고, 서울과 광주, 대구교구가 각각 4군데, 수원, 대전, 마산교구 등이 각각 3군데, 그리고 인천과 의정부 교구에 2군데씩 있었다. 그리고 현재 약 120억 예산으로 성당을 새로 짓는 곳이 있는가 하면, 올해 안에 신축이나 개보수를 계획하고 있는 성당들도 적지 않다. 이 정도면 누가 뭐래도 교구나 본당이나 예외 없이 교회건축물을 세우고 또 예쁘게 꾸미기 위해 안달이라고 해야겠다.

교회가 늘상 입에 달고 사는 ‘가난한 이들을 위한 우선적 선택’은 교회를 품위 있게 만들어주는 구호에 불과한 것인지, 교회가 정말 우선적으로 그들에게 다가가는 모습이라고 볼 수는 없었다. 용산에서 만난 사람, ㅎ성당 교우 등은 이런 교회에 실망했고, 보다 더 절박한 곳에 작은 금액이지만 보태고 있다고 했다. 그들은 내가 내는 교무금이 어떻게 쓰이는지 알면서 내야 한다고 말하고, 본당 교적에 교무금납부 여부를 기록되는 교회행정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 

교구와 본당은 신자들에게 밀린 교무금을 납입하고 새로 책정하라며 두 달 가까이 귀에 못이 박히도록 되풀이할 게 아니다. 교구와 본당은 신자들에게서 어떻게 하면 많은 헌금을 유도할까 고민할 것이 아니다. 이미 교회는 너무 많이 갖고 있어서 못 버리는 상태에 있다. 신자들에게만 비우라고, 버리라고 할 것이 아니라 교구와 본당이 이제라도 앞장서 비우고 버릴 수 있어야 한다. 교회가 자기 위상과 욕심 때문에 아직 쓸 만한 성당을 허물고 다시 세우는 일을 되풀이 하는 동안 우리 주변에는 비조차 피할 곳 없는 가난한 이웃이 너무도 많이 있다는 것을 염두 해야 한다. 그들의 보금자리를 우리 교회가 일부분 차지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 봐야한다.

교우들이 내는 귀중한 헌금은, 교회법에서 명시하고 있듯이, 마땅히 ‘교역자들의 생활비’에도 쓰이고 또 그들과 함께 ‘하느님 경배, 사도직과 애덕의 사업’에, 곧 가난한 이들을 위해 쓰여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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