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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의 기도] 저녁무렵, 벚꽃의 기도

  

   

왜냐고요? 왜 하필 저녁 때냐고요?
한낮에 찬란하던 꽃잎이 눈이 부시면
사람들은
하나 둘 모여들어 저를 가까이도 보고
멀리서도 보고 감탄에 감탄을 하지만요,
저는
사람들이
꼬물꼬물 여장을 챙기고
돌아간 뒤에도 끝까지 남아서
저물녘 저를 지긋한 눈으로 바라봐 주는
그 한 사람을 기다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은 그저
어쩜 다른 사람들의
환한 얼굴 속에서만 제 얼굴을 찾으려고 하는지도 모르겠어요.
제 안에 깃든 슬픔을 알아 볼 사람
그 한사람을 기다리는
제 마음을
그대는
아시나요.

제 붉어지는 낯빛을
헤아려 알고 그렇다, 말해 줄
그 한사람
제가 기다리는 줄 그도 아시길 바래봅니다.

모두가 대낮의 황홀함을 탐할 때
짐짓 뒤로 물러서
저녁을 준비하는
가난한 마음을
저는
사랑합니다.


요즘 정치인들은 부끄러운 줄 몰라요, 이미 제 것도 아닌 것을 탐하여 서로 한 자리 차지하려고 이곳에서 저곳으로, 이 말을 하다가 저 말로 돌려치고, 적도 친구도 수시로 바꾸는, 오직 저만이 중요한 사람들이지요. 나라와 백성을 위해 한 소리 하고, 한 몫을 하겠노라고 소리 지르지만 공중도덕도 무시하고, 가진 것이라곤 돈과 허세와 연줄 밖에 없는 사람들이 정작 중요한 것은 아무것도 필요없다 여기는 자들이 앞다투어 달려가는 경기장엔 제발 얼씬 거리지 마세요.


그러나 혹시, 혹시 말입니다. 만에 하나, 세상의 어두운 골목에서 자근자근 말을 건네는 사람이 있거들랑, 제발 그 사람, 그 한 사람 놓치지는 마세요. 순결한 영혼 하나가 어쩜 그리고 그립고, 지조 있는 심장 하나가 참으로 세상에 희망을 건네줄 지도 모르니까요. 혹시나 해서 드리는 말씀입니다. 역시나 그런 사람 없거들랑 행여 눈길 주지 마시고, 당신의 길을 걸어가세요. 늦은 저녁, 술 한통 자전거에 챙기고 오래된 벗을 만나 행복하시길... 


/ 한상봉 2008-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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