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성모승천대축일 미사 강론 - 강우일(베드로)주교 "찬미 예수님! 오늘 성모님 승천 대축일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요새 한창 더위가 계속되는데, 어떻게 밤잠 설치고 계시지 않습니까? 덥지만 오늘 성모승천대축일이고, 이른 한 번째 광복절이기 때문에 모두 하느님께 기쁨을 드리고 감사하고 했으면 좋겠습니다. 해마다 이 성모승천대축일을 맞이하면, 저는 한 가지 의문이 떠오릅니다. 왜 하필 성모승천대축일에 일본이 항복했을까? 금년 우리는 일본이 세계 2차 대전에 패하고 항복한지 71번째 기념일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세계 2차 대전은 인류 역사상 가장 많은 피해를 낸 참담한 전쟁이었습니다. 연합군 측과 독일, 일본 이런 나라들, 전부 다 합치면 무려 7300만 명의 목숨이 빼앗긴 가장 비참한 전쟁이었습니다. 이 전쟁을 완전히 마무리 짓는 항복 문서가 서명된 것이 바로 오늘 성모승천대축일이었습니다. 그것이 우연이 아니라고 생각됩니다. 오늘 우리가 방금 루카 복음에서 봉독한 성모님의 찬가를 곰곰이 잘 들여다 보면, 인류 역사상 최악의 참극의 종지부를 찍는 일, 세상의 모든 교만한 통치자들을 그 권좌에서 끌어내리시고 흩어버리시는 일이 바로 이 하느님의 비천한 여종, 평화의 모후 마리아가 하늘로 올림을 받은 이 대축일에 성사된 것은 너무나도 합당하고 옳은 일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오늘 2016년 8월 15일 또다시 성모승천대축일과 광복절을 맞이하면서 우리는 이날을 주님 대전에서 어떤 마음으로 맞이하는 것이 좋을까, 한 번 다시 음미하면 좋겠습니다. 1945년 8월 15일은 우리가 일본 제국으로부터 해방되는 기쁨을 날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이 나라가, 이 땅이, 이 민족이 남북으로 분단되고 그 분단의 시작 날이기도 합니다. 온 국토를 잿더미로 만든 전쟁을 치르고 수백 만 명의 생명을 다시 앗아가고, 70년이 넘는 세월을 두고 서로를 쳐부숴야 할 철천지 원수로 대적하면서 살아 왔습니다. 지금 브라질의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올림픽이 한창인데, 며칠 전에 보도를 보니까 남북한 체조 선수들, 또 양궁 선수들이 함께 어깨동무를 하고 셀카를 찍고, 사격 선수들이 형, 아우 하면서 웃음으로 대화 나누는 장면을 보도하는 기사를 봤습니다. 진종오 선수가 그 전부터 국제대회에서 알고 지내던 북한의 김정수 사격 선수를 만났을 때, 북한의 김정수 선수가 진종오 선수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너는 10미터를 왜 이리 못 쐈네?” 그러자 우리 진종오 선수가 대답하기를 “형도 못 쐈잖아?” 하고 대꾸를 하니까 김 선수가 “나는 나이가 많잖아” 그러니까 진 선수가 다시 “나랑 두 살 차이밖에 안 나면서 무슨 나이 타령이야.” 이 보도를 보고 저는 얼마나 마음이 따뜻해지고 감동했는지 모릅니다. 얼마나 인간답고 꾸밈 없는, 자연스러운 만남인가? 두 젊은이들이. 그런데 이런 아름다운 만남을 보고 나서 금방 우리나라 인터넷에서 어떤 사람은 이 보도를 보고 댓글을 달기를 “훈훈하기는 한데 저 선수 올림픽 끝나고 북한 돌아가서 탄광 끌려가는 것 아니야?” 또 어떤 외신은 “한국전쟁이 종료된 뒤에 평화조약이 체결되지 않았기 때문에 한반도는 기술적으로 아직 전쟁 상태에 있고, 그래서 북한 사람과 접촉한 한국인은 7일 이내에 남북 문제를 처리하는 통일부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보고해야 한다”면서 남북의 현실을 소개했습니다. 이것이 70년의 분단이 빚어낸 우리들의 서글픈 현실입니다. 남북한 정부는 여전히 한 치의 양보도 없이 상대를 섬멸해야 할 적으로 전제하고 언제든지 방아쇠를 당길 만반의 태세를 갖추고 있습니다. 북한은 심심하면 장거리 탄도 미사일을 하나씩 날려 보내고, 핵실험을 벌써 4번씩이나 해 대면서 세계를 깜짝깜짝 놀라게 합니다. 그런가 하면 남쪽은 남쪽대로 거기에 대응해서 해마다 엄청난 규모의 국방 예산을 투입해서 육해공군 총동원한 한미 합동 군사훈련을 합니다. 그나마 서로가 이래서는 안 되지 않느냐, 우리 남북 좀 사이 좋게 지내자. 서로 상호 협력하자 하면서 38선에 군부대를 비키고, 군사분계선 지역에서 한쪽 동쪽에서는 금강산에 관광 지역을 설치하고 또 개성 쪽에서는 공단을 운영하면서 남북한이 교류와 화합의 장을 이루었었는데 북측이 군사도발을 했다고 해서 우리 정부는 이를 원천적으로 문을 닫아 걸어버렸습니다. 그나마 금강산과 개성은 38선을 사이에 두고 서로가 군부대를 뒤로 빼고 그만큼 군사적 충돌의 위험을 줄인 그런 민간인 지대를 설정하고, 그만큼 전쟁의 위험을 줄이고 있었는데, 그걸 우리가 스스로 파기했습니다. 남북이 그동안 사용하는 언사도, 말씨도 아주 자극적이고 서로 위협적입니다. 북한은 툭하면 불바다 발언을 하고, 핵무기 선제 타격을 불사한다는 그런 위협적인 말을 한다. 아주 호전적, 우리가 들을 때마다 우리도 깜짝깜짝 놀라. 우리 측에서도 거기에 질세라 맞받아칩니다. 이제 우리 정부는 미국이 제안한 사드 배치를 받아들였습니다. 그러자 이제는 중국까지 아주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면서 그 전에는 북한에 경제 제재하는데 동참하다가 이제 다시 북한을 끌어안으려고 하고, 한국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암묵적인 제재를 동원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런 남북의 긴장과 대결 수위의 고조는 서로가 상대방을 신뢰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우리 측에는 북이 언제 전쟁을 걸어올지 모른다는 불신이 근본적으로 깔려 있고 북측은 북측대로 한국이 자신들보다 월등히 강한 경제력을 앞세워서 언제 미국과 연합해서 북 정권의 붕괴를 시도할지 모른다는 그런 불신을 뿌리깊게 깔고 우리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지난 70년 동안 양측은 서로 불신과 적대감만 키워 왔습니다. 결과적으로 지금 휴전선 북측에는 방사포가 300여 문이 배치돼 있다고 합니다. 방사포 하나에 그 포신이 30여 개 달렸는데 300문이 있다고 하니까 곱하면 동시에 북한에서 방사포를 쏘아 대면 우리 남한에 9000발이 쏟아집니다. 그리고 그 이외에도 남북 양측에 미사일이 약 2000개씩 보유하고 있다고 하니까, 양쪽 합치면 4000개, 그걸 서로 쏘아대면 이 한반도가 어떻게 살아남겠습니까? 사드 미사일 몇 십 개 갖다 놓았다고 해서 이 어마어마한 무기의 전장을 어떻게 방어할 수 있겠습니까? 만에 하나 전면전이 시작되면 남북 모두 공멸할 따름입니다. 우리가 이런 비인간적이고 정말 상식 밖의 비극을 연출하지 않고 평화를 원한다면 우리 자신과 우리 자녀들이 인간답게 살기를 원한다면 우리는 자꾸 고강도의 무기를 쌓아 올릴 일이 아니라 협상하고 대화해야 합니다. 미국은 세계 초강대국으로 미국 대륙에 앉아서 수천 킬로미터 바깥에 떨어진 중동 지역에 드론을 날려서 원하는 적의 아지트를 박살낼 수 있는 최첨단 무기를 자랑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그런 최첨단, 최강의 무력으로도 아무 데도 평화를 가져오지 못하고 수많은 사상자와 난민만을 양산하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아무리 강한 무력이라도 무력으로는 절대 평화를 이루지 못합니다. 평화를 원한다면 사람답게 대화를 해야 합니다. 대화를 하려면 문을 열고 만나야 합니다. 만남을 갖고 대화하려면 상대가 아무리 탓이 많아도, 상대가 아무리 잘못을 해 왔어도 우선은 동등한 눈높이에서 상대방을 바라보고 상대방을 존중하는 자세에서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지금 북한은 경제적으로 볼 때 남한의 상대가 안 될 그런 절대적인 열세에 있습니다. 북한의 경제력이 우리 남한의 40분의 1 밖에 안 됩니다. 그뿐 아니라 세계 대부분의 나라로부터 경제 제재를 받으면서 따돌림 당하고 있는 외톨이 신세입니다. 이런 절대적인 열세에 있기 때문에 더더욱 북측은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 핵무기 밖에 기댈 언덕이 없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기를 쓰고 핵무기에 목을 메고 핵 개발을 해 왔습니다. 이렇게 상대가 안 되는 북과도 대화를 진정을 하려면 월등히 우위에 있는 우리 측이 먼저 자세를 낮추고 그들 눈높이로 내려가는 아량과 여유를 가져야 합니다. 상대를 척결해야 할 악의 축이라고 비난하고 저주하면서 대화는 안 됩니다. 그렇게 비난과 저주 말고 상대방을 공존하고 보살펴야 할 상처 입은 동료로 보고 시작해야 대화가 가능합니다. 상대를 세상에서 가장 가난하고 무식한 나라라고 경멸의 시선을 보내지 말고, 헐벗고 굶주려서 자존심이 있는대로 상처 입은, 그리고 수치심과 불안에 떨고 이를 악 물고 있는 그런 우리의 아우로, 우리의 혈육으로 보아야 대화가 시작될 수 있습니다. 우리 지도자들이 부디 부디 이제 강대국이 시키는 전쟁놀이를 하지 말고, 이러한 아량과 애정을 갖고 북한 겨레 전체를 바라볼 줄 아는 어질고 성숙한 정신적인 역량을 갖췄으면 좋겠습니다. 우리 지도자들이 이런 회심을 하도록 오늘 성모승천대축일에 우리 모두 주님께 간절히 기도하고 성모님께 도우심을 청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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