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여기 시사비평] -PD수첩 무죄 판결을 지켜보며

 ▲ 21일 대검찰청(총장 김준규)에서 개최된 전국 검찰 영상회의 모습(사진출처 대검찰청 홈폐이지)

20일 MBC PD수첩 사건이 1심 법원으로부터 모두 무죄 선고 됐다. MB 정권 들어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 박대성 사건, 정연주 전 KBS 사장 사건, 전교조 시국선언 교사 사건 등 검찰이 기소한 대형 사건들이 잇따라 무죄판결을 받았다. 검찰이 무리하게 표적수사를 한다는 비난 여론에도 불구하고 수사하여 기소한 사건들이 줄줄이 무죄 판결을 받고 있다. 법원 판결을 통해 권력을 등에 업은 정치검찰의 무리한 수사와 기소권 악용이 백일하에 만천하에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이렇듯 검찰이 기소한 일련의 사건들이 연이어 법원으로부터 무죄 선고를 받고 있는 것은 일부 편향적인 판사들의 튀는 판결이 아니고 법을 악용한 정치검찰의 기소권 악용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런데도 검찰은 수사와 기소에 무리가 있었음을 피해 당사자나 국민 앞에 시인하거나 사과하는 일이 전혀 없다. 오히려  법원에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무죄 판결 뒤 검찰의 반응은 "납득할 수 없다", "법원이 판단을 잘못했다", "항소하겠다"는 게 전부다.

심지어 검찰총장이 “사법부 판단에 대해 불안해하는 국민들이 많은 것 같다.”는 막말까지 하며 법원을 비난하고 국민이란 이름을 들먹이며 선량한 국민을 속이고 우롱하려하고 있다. 이에 편승해 일부 언론과 극우세력 그리고 여당도 이번의 일련의 판결들을 법원 검찰 간의 갈등 나아가 진보 보수 간의 갈등으로 몰고 있다. 이런 태도는 본질을 왜곡하여 정권과 검찰의 잘못을 감추고 이 기회에 자기들 입맛대로 판결하지 않는 사법부마저 정권의 시녀로 만들어 보겠다는 위헌적인 발상을 드러낸 것이다. 참으로 낮 뜨거운 일이다. 

사실 권력을 등에 업은 오늘의 대한민국 정치검찰에게는 법원의 유무죄 선고가 중요한 것이 아닌 것같다. 수사와 기소라는 칼을 악용하여 현 정권에 누가 되거나 비판하는 이들의 개인적인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하고 전 국민적인 범죄자로 몰아 세우는 것 그리고 은근히 국민의 입을 틀어 막는 효과를 낼 수 있는 것만으로도 그 의도가 이미 달성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설사 무죄가 선고되더라도 검찰에 문제가 생기는 일도 책임지는 사람도 없다. 오히려 승진되거나 요직으로 자리를 옮길 수 있는 기회가 된다. 실제로 PD수첩, 정연주 전 사장, 미네르바 사건을 지휘했던 검찰 간부들은 승진되거나 요직으로 영전하는 영예를 누리고 있다는 것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

유신정권과 5,6공화국 시절에나 있었던 정치검찰의 부활은 기소권을 국가 공권력인 검찰이 독점하는 ‘기소독점주의’, 그리고 검찰이 기소에 있어서 재량권을 갖는 ‘기소편의주의’에 의해서 파생되는 어둠의 산물이다. ‘기소독점주의’와 ‘기소편의주의’는 국가지상주의 법제도의 흉물이다. 민주국가의 제도가 아니다.  유럽 국가에서는 검사의 기소에 앞서 법관의 예심을 거치게 되어 있다. 미국은 기소가 대배심의 권한이다. 검사는대배심이 기소를 결정하도록 설득할 수 있을 뿐이다. 따라서 검찰의 기소독점과 기소편의주의로 이루어진 우리나라의 검찰제도도 보다 민주적인 법제도로 근본적인 개혁이 필요하다.

역사를 통해 보면 독재정권하에서는 정치검찰이 설쳤다. 그것은 독재정권의 생리상 정권 유지에 정치검찰이 여러모로 도움이 되어 이들을 요직에 기용하여 이용하려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는 매우 근시안적 착각이다. 정치검찰이 잠시 정권유지에 도움이 될지는 몰라도 결과적으로 그 같은 집단이 그 정권을 몰락하게 하는 흉기가 되었다는 것이 역사의 교훈이기 때문이다.

지금 이 정권 역시 정치검찰에게 덕을 보고 있지만, 정치검찰의 속성을 안다면 이 정권 스스로 검찰개혁에 앞장서는 것이 현명한 일일 것이다. 노 전 대통령이 정치검찰에 의해서 바위 벼랑 끝에 몰려 불행한 일을 당했다. 이 정권 책임자들도 현재와 같은 기소독점권을 갖은 정치검찰이 있는 한 나중에 정권교체가 이루어진 후 언제라도 이런 불행한 일을 겪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칼을 쓰는 자는 칼로써 망한다고 한다. 정치검찰을 쓰는 자는 정치검찰로써 망하지 않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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