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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사제 그대여![사랑하는 그 만큼씩]

   

서품식이 있었습니다. 젊은이들이 제단 앞에 엎드려 일생을 독신으로 살며 세상과 이웃을 위해 봉사하겠다고 서원했습니다. 남을 위해 희생하고 봉사하는 일을 꺼려하는 시대에 참으로 감사할 일입니다. 딸 다섯을 낳고 아들 하나만 주시면 교회와 세상에 바치겠다는 어머니의 기도로 얻은 외아들도 제단 앞에 엎드렸습니다.

오늘은 세상과 이웃을 위해 처음으로 미사를 드리는 날이었습니다. '너무 떨립니다.'라는 소감으로 미사를 시작한 손이 수전증환자처럼 떨리는 미사는 참으로 거룩했습니다. 신학교 추천서를 써주신 신부님이 '사제가 되어 주어서 고맙다'는 강론을 하셨습니다.

새 사제는 '오늘도 내일도 그 다음날도 내 길을 계속 가야 한다.'(루가 13,33)는 성서모토를 선택했습니다. 내 길은 예수님께서 묵묵히 가셨던 십자가의 길일 것입니다. 새 신부는 "첫미사 소감을 한 마디로 표현하면 유행가 가사 '아주 끝내줘요!'라고 말하고 싶습니다."라고 말해 청중을 한바탕 웃겼습니다.

신학생들과 새 신부가 어머니 은혜를 부르고 홀 어머니께 큰절을 올릴 때 여기저기서 눈물을 닦아야 했습니다. 제 두 눈에도 이슬이 가득 고이고 말았습니다. 세상과 이웃을 위해 봉사하고 희생할 7명의 아우들과 함께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어 갈 것입니다. 로만칼라 수의로 입고 지친 팔다리 나란히 누일 때까지 첫 마음이 영원하길 두 손 모으며 축시를 바칩니다.

젊은 사제 그대여!

몇 번이고 포기하고 싶었던
가시밤송이 나뒹구는 산책로-,
그 길은 울타리 안의 길이라네

이불짐 옷가방 하나로 정문을 들어섰지만
가득한 짐수레가 아닌지, 뒤돌아보게나

가난한 이들, 아픈 세상을 향해
서른세살 예수님처럼 우리, 얼마나 뜨거웠던가
태초의 꿈처럼 부푼 가슴으로 출발했던
젊은 사제 그대여, 이제 시작이라네

어쩌면 텅빈 방에 홀로 남은 밤이
두렵기도 할 거네
그러면 그 방처럼 그대의 영혼도 비워두게나

자존심상할 땐 감실에서 부르시는
예수님께로 가서, 하소연도 해 보게나
이것밖에 되지 않는 초라한 삶,
그 부족함 때문에 겸손해 질 수 있지 않겠나

사제는 사제를 만나야 한다네
그대 곁에 동료 사제가 없을 때
그대 삶의 빨간 신호등이 켜졌다는 것을 젊은 사제여,
다시 말하네
사제는 사제를 필요로 한다네

   

그대 귓가에 누군가 우는 소리 들리거든
그 소리 끌어안고 함께 울어 주게나
하느님의 품이 되도록

젊은 사제 그대여
마구간을 찾아간 목동, 그 가난한 영혼으로
세상 속으로 걸어가게나

누구나 십자가는 두렵다네
스승 예수님도 그랬지 않은가
사제는 세상의 십자가에 스스로 못 박히는 제자라네

성공에 익숙해진 그대여
실패를 두려워 말게
십자가야말로 완벽한 실패가 아닌가

주님이 그대의 손길로 진리의 하늘을 열고
주님이 그대의 발걸음으로, 평화의 비둘기 날려보내리니
젊은 사제 그대여, 두려워 말게나
시작이 반이니, 나머지 반도
주님께서 넘치도록 부어주시지 않겠나

로만칼라 수의로 입고
나란히 아픈 다리 누이며 우리 꼭 만나야 하네
젊은 사제 그대여, 제의를 수의로 입고
나란히 어깨동무하고 우리 꼭 만나야 하네

첫 미사를 축하하며

최종수 (전주교구 신부. 진안 부귀에서 공소사목을 도우며 농촌환경사목을 맡고 있으며, 자급자족하는 생태마을 공동체를 꿈꾸며 신자들과 함께 농사를 짓고 있다. 저서로는 시집 <지독한 갈증>과 시사수필집 <첫눈같은 당신>이 있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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