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여기 시작페이지로 즐겨찾기 기사모아보기 기사제보
 
2017.1.16 월 18:07
로그인 | 회원가입
문화
눈이 낯선 대구, 함박눈을 맞으며 아이들과 만든 '꼬마 눈사람'[아빠가 쓰는 육아일기]
정수근 기자  |  grreview30@hanmail.net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승인 2010.01.05  16:31:12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요즘 네이버 구글 msn

   

서울엔 41년 만에 사상 최대의 폭설이 내렸다고 하는 오늘 아침, 좀처럼 눈 구경을 하기 힘든 이곳 대구에도 참으로 오랜만에 눈이 기어이(?) 내렸습니다. 이렇게 쌓인 눈으로는 아마 첫눈인 듯한데요, 중부지방의 폭설이 심히 걱정이 되기도 하지만, 대구에선 참으로 오랜만에 보는 눈이라 반갑기 그지없었습니다.

오전 10시경부터 눈이 내리기 시작하더니 갑자기 함박눈이 펑펑 내리더군요. 참 장관이었습니다. 눈 오는 풍경은 사람들의 마음을 참 포근하게 만들어주고 왠지 낭만적으로 만드는 묘한 매력이 있습니다. 김현식의 “눈 내리는 겨울밤”이란 곡도 불현듯 생각이 나면서 말입니다....ㅎㅎ.

   


하여간 모처럼 내리는 눈이라서 마침 어린이집이 방학인 첫째 승준이와 둘째 우인이에게 눈 구경이라도 좀 시키려고 데리고 나갔습니다.

겨울이래도 눈이 잘 내리지 않는 이곳 대구에서 눈 구경을 하기는 쉽지 않기 때문에 이런 날 밖으로 나가보지 않으면 안 되겠다 싶어 열일 제쳐두고 아이들 단도리해서 ‘눈 맞으러’ 나갔습니다.

   

온통 새하얗게 쌓인 눈밭이 아이들도 마냥 신기하기만 한 듯합니다. 눈 내리는 날은 아이들과 강아지가 제일 좋아한다더니 딱 그짝인양 녀석들 참 잘 놉니다.

그도 그럴 것이 5살, 3살인 녀석들이 이곳 대구에서 눈 구경을 제대로 하기는 쉽지 않기 때문에 이렇게 펑펑 내리는 눈이 마냥 신기한 것이겠지요.

   


"눈을 굴려서 눈을 굴려서 눈사람을 만들자
눈을 굴려서 눈을 굴려서 눈사람을 만들자
눈썹, 눈, 코, 입 예쁜 눈사람이 됐네
모자, 안경, 외투, 장갑 멋진 눈사람이 됐네"


첫째 녀석의 입에선 어린이집에서 배운 노래인지 눈뭉치를 만들면서 연신 이 동요를 흥얼거립니다. 작은 눈뭉치를 만들면서 어찌나 “눈사람을 만들자”를 연발하는지 옆에 있는 아빠, 눈사람을 아니 만들 수가 없더군요. 그래서 참으로 오랜만에 눈사람을 한번 만들어 봤습니다.

일전에 전주에 계시는 ‘표고아빠’님의 블로그(http://blog.daum.net/maisan2/tb/5758784)에서 아이들과 코알라 눈사람 만든 멋진 장면도 보고 해서, 저도 멋진 눈사람 하나 만들어주고 녀석들에게 점수(?) 한번 따보려 했는데, 어라 이게 생각보단 쉽지가 않습니다.

   

어린 땐 동네에 흔히 있던 연탄재 등을 이용해서 눈사람을 말곤 했고, 그래서 그런지 그땐 참 쉽게 만들었다 싶었는데 요즘은 그런 것도 없고 해서 작은 눈뭉치를 굴려서 만들려 하니 눈이 잘 뭉쳐지지가 않더군요.

“이거 참, 못 만들겠다” 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참 낭패란 기분에 잠시 빠지기도 했지만, 그래도 계속 굴려보니까 역시 예전 솜씨가 나오고 서서히 뭉치가 불기 시작하더니 제법 큰 눈덩이가 되긴 되더군요. 옆에서 덩달아 첫째 녀석도 눈을 뭉치더니 제법 눈덩이를 만들었습니다. 녀석이 이런 것은 정말 열심히 잘 합니다.

   

그래서 눈덩이들을 좀더 다듬고 해서 결국 눈사람을 한분 만들었습니다. 만들어놓고 보니 '꼬마 눈사람'(다들 '꼬마 눈사람'이라고 봐주질 않네요, 할아버지 눈사람이라고 바꿔야 할듯...ㅎㅎ.)이네요. 그래도 그럴 듯한 눈사람이 되었고 해서, 아비로서 체면은 세웠습니다...^^

정오경에 나와서 눈 내린 동네을 한바퀴 돌고 나서 눈을 뭉치기 시작해서 어느새 눈도 그치고 해가 내리쬐는 순간 눈사람을 완성하고 보니 오후 3시가 가까워옵니다.

둘째는 많이 지쳤는지 그새 들어가서 자고, 첫째 승준이와 저는 뭔가 큰 것을 하나를 해결하고 돌아온 양 의기양양하게 들어와서 늦은 점심을 먹는데 녀석이 어찌나 밥을 달게 먹는지 평소와는 완연히 다른 모습을 보여줍니다. 역시 아이들 밥 잘 먹게 하려면 ‘굴려라’(?)란 말이 빈말이 아닌 것 같습니다. 열심히 뛰어놀면 당연히 배가 고파지는 법이겠지요.

   


하여간 밥을 그득 먹고는 밖에 세워둔 눈사람을 연신 쳐다보면서 녀석은 흐믓한 웃음을 짓고 있습니다. 게다가 녀석이 좋아하는 옆집의 동갑내기 친구인 혜정이에게도 “우리 아빠와 눈사람 만들었다”고 자랑까지 했으니 얼마나 신나는 날이겠습니까.

덕분에 제게도 참으로 신나는 ‘눈 내리는 날’이었습니다. 새근새근 자는 우인이를 곁에 두고 피시를 켜니, 즐겨 찾는 ‘카페’에선 반가운 분이 눈 내리는 날에 딱 어울리는 멋진 권정생 선생의 시를 한편 올려두어 웃음 짓게 하네요. 그 시를 마지막으로 옮겨 봅니다.

그리고 새해 벽두부터 내린 폭설로 다들 별 피해가 없기를 간절히 빌어봅니다.

   


임오년의 기도

권정생

눈오는 날
김영동이 걸어가다가
꽈당 하고 뒤로 자빠졌으면
속이 시원하겠다.

오월 달에
최완택이 산에 올라갔다가
미끄러져 가랑이 찢어졌으면
되게 고소하겠다.

칠월칠석날
이현주 대가리에 불이 붙어
머리카락이 다 탈 때까지
소방차가 불 안 꺼주면
돈 만원 내놓겠다.

올해 ‘목’자가 든 직업 가진 몇 사람
헌병대 잡혀가서
꼰장 백대 맞는다면
두 시간 반 동안 춤추겠다.

이 모든 것이 이루어져
모두 정신차려 거듭나기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하옵니다.
아멘.

정수근/ 대구의 엄마산인 ‘앞산’을 지키는 싸움인 앞산터널반대운동을 하면서 환경과 생태 문제는 곧 지역의 문제, 정치의 문제란 것을 확실히 느끼는 계기가 되었고, 그런 인식하에 지역의 환경과 생태 그리고 농업의 문제에 관심이 많다. 현재 지역 청년들의 작은 공부모임 ‘땅과자유’ 운영위원으로 활동하고 있고, ‘앞산꼭지’(‘앞산을 꼭 지키려는 사람들의 모임’의 약칭) 회원이자, ‘블로그 앞산꼭지’( http://apsan.tistory.com )의 운영자로 활동하고 있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정수근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트위터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요즘 네이버 구글 msn 뒤로가기 위로가기
지금여기소개광고안내제휴문의찾아오시는길후원안내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
서울시 종로구 계동2길 26. 여흥민씨종중빌딩 201호 | 대표전화 : 02-333-6515 | 팩스 : 02-333-6513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박준영
등록번호:서울아00818 | 등록연월일:2009.3.24 | 발행인 : 김원호 |  편집인 : 박준영 | mail to editor@catholicnews.co.kr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서 생산한 저작물은 누구나 복사할 수 있으며, '정보공유라이센스 2.0:영리금지'에 따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