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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우리동네 명물, '길고양이' 가족과 '고양이할아버지'[백수아빠의 육아일기]
정수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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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09.11.19  16:2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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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동네 '고양이할아버지'와 '길고양이' 가족의 가장 어른 고양이인 할머니 고양이가 놀고 있다

"아빠, 고양이 할아버지다!, 고양이 할아버지 보러 가자"
이것은 꽉 찬 3살박이 둘째 녀석이 거의 매일 아침 아빠 책상에 올라와서 창 밖을 내다보며서 하는 소리다. 녀석은 아침에 지 아빠가 책상에서 신문을 펼쳐보고 있거나, 컴퓨터를 보고 있을라치면 조르르 달려와서는 책상에 냅다 올라서 창 밖을 휘 둘러보는 것이 하나의 일상이 된 지 오래고, 그 창 밖엔 어김없이 '고양이 할아버지'가 등장하는 것이다.

   
▲길고양이 가족의 둘째, 아이들과 나는 녀석에게 '다롱이'란 이름을 붙여주었다. 다롱이의 이쁜 모습

우리동네 '고양이할아버지'

고양이 할아버지. 이 무슨 동화 속의 이야기 같은 소리인가 의아스럽기도 하겠지만, 우리 동네에는 아이들이 '고양이 할아버지'라 명명하는 이웃 노인이 한 분 계시다. 이 노인은 우리집 바로 앞의 한 빌라에 살고 있는데, 항상 고양이들과 함께 있는 모습에서 아이들은 자연스레 이 노인을 '고양이 할아버지'라 부르게 된 것이다.

   
▲길고양이 가족의 엄마 고양이, 공터가 제 집인 양 누워서 쉬고 있다

이 노인이 고양이들과 이토록 깊은 친분을 유지하는 이유는 아마도 매일 아침 반복되는 이 노인의 일상에서 찾을 수 있지 싶다. 그것은 바로 고양이들과 비둘기들에게 밥을 주는 일인데, 노인은 집에서 먹다 남은 식은밥을 이 이웃 생명들에게 거의 날마다 나누어 주고 있다. 그래서 아침이면 고양이와 비둘기들이 할아버지의 빌라 앞 마당에 하나둘 모여든다.

   
▲맛있게 식사중인 비둘기들과 녀석들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는 아이들

할아버지는 고양이들에게 줄 밥을 한 편에 놓아두고는 또 빌라 앞 마당에 비둘기용으로 밥풀들을 이러저리 뿌려 놓으신다. 천천히 느릿느릿 진행되는 그 모습은 나름의 체계가 있는 듯하고, 그 모습은 하나의 보시행위로서 어떨 땐 어떤 탈속의 느낌마저 들기도 한다.

   
▲'다롱이'가 그래도 명색이 고양이님이신지라 식사중인 비둘기를 노리고 있다

암튼 이 모습을 둘째는 지 아빠의 책상에 올라와서 어김없이 감상하고는, 바로 눈 앞에 보이는 '고양이 할아버지' 보러 나가자고 조른다. 그러면 아이의 손에 이끌려 거의 매일 이 고양이 할아버지와 고양이 식구들을 만나러 나가게 된다.

   

'길고양이' 가족은 우리 동네의 참주인

도둑고양이, 들고양이. 이런 말은 버려진 고양이들의 대명사였다. 길을 가다 보면 종종 마주치는 이 고양이들은 야성의 섬뜩함이 그대로 느껴지기도 하고, 도둑이란 말이 그대로 보여주듯 뭔가 불길한 이미지의 대명사였던 것 같다. 그런데 그러던 것이 어느새 '길고양이'란 이름으로 순화되더니, 친근한 이미지로 다가와 있다. 단지 이름이 이렇게 바뀌었을 뿐인데, 그 느낌은 천양지차다. 그래서 이름이 이렇게 중요한가 싶기도 하다. 

   
▲식사중인 할머니 고양이와 '다롱이'의 모습

이 길고양이란 말을 처음 들었던 것은 다음뷰에서 길고양이 보고서로 유명한 블로그인 'dal-lee'(http://gurum.tistory.com/)님의 블로그를 통해서였고, 그곳에서 길고양이란 말을 처음 들었을 땐 신선하기도 하면서 느낌이 나쁘지 않았다. 도둑고양이란 말보다는 한결 순화된, 친근한 느낌도 주기 때문인데, 암튼 딱 적절하다 싶은 것이 길에서 사는 녀석들을 보면 그 이름의 이미지가 더욱 굳어진다.

   
▲식사 후에 '고양이 할아버지'가 뿌려둔 물을 마시고 있는 길고양이

암튼 우리 동네의 이 길고양이들은 한식구들이다. 실지로 혈연관계에 있는 녀석들은 할머니와 엄마 그리고 아기고양이 둘로 한 가족들이다. 아마도 할머니 고양이가 버려진 이래로 그 할머니 밑에 한 가계가 형성된 것인 듯하다. 특이한 것은 아빠 고양이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인데, 암튼 부계는 쏙 빠진 모계중심의 한 고양이 가족인 것이다. 

   
▲길고양이인지 집고양이인지 경계가 불분명하다. 고양이 할아버지 앞에서의 모습은.....

그런 녀석들을 우리 동네의 고양이 할아버지가 돌보아주면서 어느새 이 동네의 터줏대감이 되었다. 특히 가장 나이가 많은 할머니 고양이는 여름날 나무 그늘에 누워서 꾸벅꾸벅 졸고 있는 모습을 종종 보이곤 하는데 그 모습을 보면 녀석들이 확실히 우리 동네의 진정한 주인임이 확연히 느껴진다.

   
▲할아버지가 쓰다듬어주자 아주 흐뭇한 표정으로 앉아있는 '할매 고양이'

그리고 이 고양이 가족은 아이들의 절친한 친구들이기도 하다. 아이들은 늘 녀석들을 보러 나가자 하고, 나가서는 고양이 식구들을 찾아 이러저리 누비다가 녀석들을 발견하면 조르르 달려가서 녀석들의 모습을 관찰하고, 아기 고양이한테는 달려가서 놀래켜주기도 한다. 그리고 그 옆에서 맛있게 식사 중인 비둘기들을 쫓기도 하면서 암튼 아이들은 이네들과 신나게 논다. 

   
▲길고양이 가족의 귀염둥이인 둘째 아롱이의 모습

아이들의 놀이터이자 학습의 공간, 동네

이렇듯 동네는 아이들의 신나는 놀이터다. 지난번에도 한번 소개한 것처럼 아이들에겐 '검둥이'와 '흰둥이'란 강아지 친구들이 있고, 이 길고양이 친구들과 비둘기 친구들까지 다양한 동물 친구들과 인근 텃밭의 수많은 작물들, 그리고 뒷산의 많은 나무와 새들이 다 녀석들의 친구들이다.

   
▲'아롱이'의 모습

이런 것을 보면 역시 동네는 아이들의 좋은 놀이터이자 학습장인 것이 느껴진다. 이곳에서 아이들은 수많은 생명들을 만나고, 그들과 유무형의 관계맺기를 할 것이며, 그 생명들과 교감하는 능력들도 배워나갈 것이다. 다행히 우리 동네는 이런 공간들이 남아있어서 얼마나 좋은지 모른다. 그리고 고양이 할아버지 같은 분이 계셔서 이 공간을 더욱 따뜻하게 만들어주고 계시니 말이다. 

   
▲고양이 할아버지를 만나러 나간 둘째는 할아버지가 낙엽을 쓸고 있는 곳으로 정확히 뛰어가서 할아버지 옆에서 낙엽을 주워들며 놀고 있다

그런데 지금 우리네가 사는 공간이 아파트 위주로 획일화되면서 아이들은 동네에서 노는 것을 모른다. 동네에서 노는 것은 놀이를 통한 살아있는 학습의 기회인데, 요즘 아이들은 이런 것들을 다 잃어버리고 사는 것 같다. 안타까운 현실이 아닐 수 없다.

   

하여간 동네라는 이 공간은 이렇게 중요한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이 공간을 살리는 노력은 그런 의미에서 아주 뜻깊은 일이란 생각이 든다. 다행히 우리 주변에선 '마을만들기'며, '마을학교' 같은 것들이 하나둘씩 생겨난다. 그것은 여간 반가운 일이 아니다. 이런 노력들은 사라져간 우리 동네의 모습들을 되찾아 줄 것이며, 그리고 아이들에게 그 동네를 돌려주는 과정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

   

그러니 이런 노력들이 더욱 많아지고 다양하게 생겨나게 해서 우리 아이들에게 마을을, 동네를 다시 돌려주는 그런 날을 기대해본다.

하여간 고양이 할아버지는 오늘도 길고양이와 비둘기에게 밥을 주러 빌라 앞마당에 나오시고, 둘째는 또 그 고양이할아버지를 만나러 가자고 아침부터 조르고 있다.

   
▲다롱이가 뭔가를 발견하고는 잔뜩 전방을 주시하고 있다

정수근/ 대구의 엄마산인 ‘앞산’을 지키는 싸움인 앞산터널반대운동을 하면서 환경과 생태 문제는 곧 지역의 문제, 정치의 문제란 것을 확실히 느끼는 계기가 되었고, 그런 인식하에 지역의 환경과 생태 그리고 농업의 문제에 관심이 많다. 현재 지역 청년들의 작은 공부모임 ‘땅과자유’ 운영위원으로 활동하고 있고, ‘앞산꼭지’(‘앞산을 꼭 지키려는 사람들의 모임’의 약칭) 회원이자, ‘블로그 앞산꼭지’( http://apsan.tistory.com )의 운영자로 활동하고 있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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