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진덕 인천도시농업 네트워크 대표

▲김진덕, 이냐시오, 인천도시농업네트워크 대표

회색 시멘트로 메워진 갑갑한 도시, 하지만 상추와 채소들이 가득한 상자를 모아 텃밭을 만들고, 노인정 옥상 빈 공간에 흙을 실어다 생태텃밭을 만드는 사람이 있다.

바로 ‘인천 도시농업 네트워크’ 김진덕(42세, 이냐시오)대표, 그는 지속적인 성장 가능한 도시공동체를 꿈꾸는 도시농업 활동가이다.

그는 학교를 졸업하고 줄곧 청소년운동과 시민운동 등을 해 왔다. 지금은 인천도시농업 네트워크를 꾸려가고 있다. 다양한 시민활동을 경험했던 김진덕 씨가 어떻게 도시농업활동을 시작하게 됐을까?

대학을 다니면서 진덕 씨는 지금껏 배워왔던 세상과 다른 현실을 알게 되었고, 무언가 가치 있는 삶을 살고 싶어 졸업 후 시민운동을 시작했다.

독거노인 도시락 배달, 청소년 상담 등 다양한 활동을 했던 그는 어느 날 고민에 빠졌다고 한다. 시민운동을 10년 넘게 했지만 여전히 지역 주민들은 진덕 씨를 다만 시민운동 활동가로, 자신들과 다른 유별난 사람으로 보고 있었고,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나누고 함께 일구어 가며 소통하는 지역공동체가 만들어지지 않았다. 

혼자 사는 할아버지, 할머니를 위한 도시락 배달 사업을 하면서도 고민은 이어졌다. 독거노인들과 시민활동가의 관계가 단순한 도움을 주고받는 관계에서 벗어나 서로를 성장시킬 수 있는 관계로 발전할 수는 없는 노릇일까? 독거노인들이 소외되지 않고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공동체가 되도록 도울 사업은 무엇일까? 진덕 씨는 답답했다.

농촌과 들판에서 마음의 평화를 얻곤 하던 진덕 씨는 어느날 문득 도시농업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생태도시 아바나의 탄생>을 번역한 안천환 씨를 찾아가게 됐다. 그와 만난 인연으로 2007년에 귀농운동본부 에서 열어놓은 도시농업학교를 수료하고 도시농업이라는 분야에 뛰어들었다. 

예전에 농촌 사회의 노인들은 마을 안에서 소외되지 않았다. 노인들은 누군가는 해야 할 덜 힘든 일을 하며 쌀을 수확하는 생산적인 역할을 담당했고, 공동체의 일원으로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지금은 노인들이 생산적인 노동에서 소외되고, 가족 생활 안에서도 자녀들과 대화가 어려워졌다.

이렇게 사회와 자녀들에 대한 단절을 경험하던 노인들이 옥상 텃밭, 상자 텃밭을 시작하면서 예전처럼 할일을 찾고 소통하기 시작했다. 노인들의 이 도시 속 작은 농업공간은 정서적 안정을 사람들에게 제공하고, 노인들은 텃밭에서 길러낸 채소들을 이웃과 나눠먹으며 생산적인 역할을 복원해 냈다. 

진덕 씨는 도시농업을 "도시의 다양한 공간을 활용한 농사 행위로 농업이 갖는 생물 다양성 보전, 기후 순화, 대기 순화, 토양보전, 경관보전, 문화, 정서함양, 여가지원, 교육, 복지 등의 다원적 가치를 도시에서 실현하여 도시와 농업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이 일을 하면서 진덕 씨는 주부들을 비롯해서 노인들과 친해져 갔는데, 그들이 일하는 모습이 참 아름다왔다. 인천도시농업 네트워크에서 개최한 '도시농부학교'에 참여한 노인들이 다른 종류의 시민활동 강좌를 수강하면서, 새로운 가치를 찾고 활동하며 변화해 갔다. 주부들도 도시농업 지도사를 희망하며 적극적인 모습으로 바뀌었다.

예전 학생운동에 투신했던 진덕 씨는 할아버지 할머니들을 대화하기 가장 어렵게 느꼈지만, 지금은 오히려 많은 노인들에게 격려를 받고 있다.

인천 도시농업네트워크는 '생태텃밭 전문 강사 양성과정'을 비롯해 상자 텃밭제공, 옥상텃밭 만들기, 음식물쓰레기 처리 지렁이 상자 보급 등을 한다.

흙냄새를 맡을 수 없는 도시 속에서 상자로 텃밭을 만들고, 옥상 자투리 바닥에 텃밭을 만들어, 어린이와 청소년이 자연을 접하고, 채소를 이웃들과 나누어 먹는 공동체, 노인이 소외되지 않는 마을 공동체를 만드는 것이 김진덕 씨의 바람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마을 공동체에서 지역문제를 이야기하고 사회의제를 이야기할 때 '다른 부문 시민운동에도 도움이 된다' 고 생각하고 있다.

인천 부평3동 성당 전례분과장 일도 겸하고 있는 그는 성당에도 상자 텃밭을 만들어 놨다. 성당 어린이들이 생태영성교육을 받는 공간, 농업을 주제로 세대 간의 소통하는 본당 공동체를 만들고 싶은 그는 부평3동 성당에서 먼저 모델이 만들어졌으면 좋겠다며 웃음 짓는다.

옥상텃밭 만들기

 * 인천도시농업 네트워크 ( http://cafe.naver.com/dosinongu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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