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아빠의 육아일기]

▲'꼬마농부' 승준이가 가장 좋아하는 것 중의 하나가 이 삽인데, 녀석이 요 삽을 들고 한참 고구마를 캐더니, 이렇게 건방진(?) 포즈로 잠시 쉬고 있다 ....ㅎㅎ.

'꼬마농부'들의 고구마축제

첫째 아이가 다니는 어린이집에서 일명 ‘고구마축제’란 것을 열었다. 이 어린이집은 생태유아교육을 표방하는 대표적인 곳인지라, 어린이집은 자체 텃밭을 마련해서 아이들의 체험학습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어린이집은 우리 동네 바로 윗 언덕에 위치해 있어서 매일 첫째 녀석을 걸어서 데려다 주다보니 우연찮게 이 고구마축제의 현장에 학부모로서는 유일하게 참여하게 됐다. 그래서 그 신나는 축제의 현장을 공개해본다.

'꼬마농부'들의 군고구마 새참을 위하여

어린이집의 ‘꼬마농부’들이 텃밭으로 이동할 즈음, 한곳에서는 ‘꼬마농군’들의 새참(?)으로 군고구마를 제공하기 위해서 그 준비로 분주하다. 선생님들은 어저께 이 축제를 위해서 미리 캐둔 고구마와 뒷산의 잡목으로 장작까지 마련하고, 직접 군고구마통까지 구입해서 자못 철저한 준비를 해두셨다.

그런데 그 치밀한 준비에 비해서 시작은 그리 순조롭지 못했다. 그것은 장작에 불을 지피는 것에 어려움을 겪은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장작불을 지펴본 적이 없는 도시 선생님들이 거의 통나무나 다름없는 나무장작에 그냥 불을 붙이려 했으니 당연한 일인 것이다. 그래서 시골출신 학부모인 이 백수아빠가 직접 나서서 장작에 불을 지피면서 새참을 위한 준비는 서서히 ‘익어’간다.

그런 와중에 아이들은 텃밭으로 반별로 이동한다. 4~7세 아이들이 열을 지어 종종걸음으로 텃밭으로 이동하는 모습은 그것만으로도 멋진 구경거리다. 나름의 열을 지어 대학 운동장을 지나서 도착한 곳이 오늘의 농사현장인 ‘리오바어린이집 텃밭’이다.

▲군고구마통의 장작불을 보고 계신 분들은 어린이집 통원버스 기사아저씨들인데, 이 행사에 이분의 역활 또한 컸다. 고구마 캐기에서부터 군고구마 만들기까지 말이다.


‘꼬마농군’들이 캔 고구마

이곳은 평소 ‘텃밭 어르신’이라 불리는 한 할아버지가 관리를 하고 계신데, 텃밭을 꾸며두신 것을 보면 거의 예술이다. 한 500여 평의 텃밭에는 갖은 작물이 아기자기 심겨져 있다. 고추, 오이, 가지, 토마토 등은 벌써 한창때 이미 수확을 거진 다 했고, 지금은 호박, 배추, 무, 메밀 그리고 심지어 목화 등이 하루하루 영글어간다. 그리고 오늘의 주인공 고구마가 제법 많은 평수에 심겨져 있다. 오늘 아이들은 이 고구마밭에서 ‘꼬마농군’으로 투입되어서 직접 수확을 해보는 것이다.

평소부터 일주일에 한번씩은 꼭 이 텃밭에 나와서 작물들을 키워(?)온지라 아이들에겐 이 현장이 전혀 낯설지 않고, 선생님의 고구마 캐기 시범을 보는 눈은 자못 진지함이 배어있다. 선생님의 설명을 열심히 듣고선 아이들이 직접 고구마를 캐기 시작한다. 그러나 그 고사리손으로 땅을 파기란 여간해서 쉽지가 않다.

하여간 우여곡절을 겪으며 아이들도 열심히 캐고, 함께한 선생님들도 부지런히 캐고 하면서 그래도 한상자 한상자 고구마가 모여진다. 그래도 학교 안의 급수시설이 잘 되어있는 밭인지라, 이 가뭄에도 물을 잘 공급해 준 덕분인지 작황이 아주 좋다.

그 실한 고구마를 상자에 담고, 그 상자를 옮기는 일도 아이들이 직접 한다. 그 무거운 상자를 옮기는 과정에서 아이들은 저절로 ‘협동’이란 것을 배운다. 학부모의 한사람으로 그 모습을 보고 있으니 참 흐뭇하고, 대견한 것이 아이들이 그렇게 이뻐 보일 수가 없다. 더불어 이 어린이집의 산 교육도 …

▲캔 고구마를 아이들이 상자에 싣고 함께 나르고 있다. 마치 협동이란 이런 것이단 걸 보여주는 듯하다.

‘꼬마농부’들이 벌이는 ‘고구마 난전’과 통장

이렇게 ‘꼬마농군’들의 고구마 수확은 끝이 나고, 다 캔 고구마를 다시 어린이집 앞으로 가지고 가서는 이제 학교 교직원들을 상대로 그 고구마와 고구마줄기를 판매하는 일까지 아이들이 직접 해본다. “고구마 사세요, 유기농 고구마 사세요”, “고구마 먹고 신종플루 이겨내요”, “고구마 있어요, 어서 오세요”를 외치면서 고구마 난전의 ‘꼬마상인’들의 호객행위는 어른들의 발길을 끌어 모으기 충분하다.

마침 점심시간에 점심식사를 마친 교직원들과 학생들은 ‘꼬마상인’들이 펼치는 ‘난전 잔치’를 웃으면서 구경하고 급기야 한 봉지씩 싸들고 가신다. 이렇게 해서 준비한 많은 양들을 거의 소화했고, 그 판매대금으로 나중에 아이들께 통장을 하나씩 만들어 주신다고 한다.

그 이유를 원장선생님께 물었더니 “이렇게 판매한 대금으로 2,000원씩을 넣은 통장을 만들어 아이들에게 나누어 줘서, 아이들이 자신들의 땀의 결실도 직접 느끼고, 이후로는 경제관념도 스스로 익힐 수 있도록 하고 싶다”고 말씀하신다.

▲아래 에 조그맣게 쓴 "난 유기농 고구마야"란 문구가 재밌다.

'꼬마농군'들과 함께한 '달콤한' 가을축제

이렇게 ‘꼬마농군’들의 고구마수확과 판매 그리고 군고구마 시식까지 해서 “꼬마농부들의 고구마축제”는 마무리된다. 반나절의 참으로 흥겨운 잔치마당이었다. 군고구마통에 장작불을 지펴준 것이 계기가 되어 아이들과 참 즐겁고 신나는 시간을 함께했고, 이 가을에 벌써 군고구마도 실컷 맛보는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아이들보다 이 백수아빠가 더 신난 하루였던 것 같다.

그리고 역시 아이들은 자연 속에서 더욱 ‘싱싱하다’는 것을 새삼 다시 느껴 보게 된다.

그 ‘싱싱한’ 아이들과 반나절 잘 놀고 집에 돌아오니, 군고구마의 달콤한 향기가 몸 구석구석을 맴돈다.
정말 ‘달콤한 축제’였다.....ㅎㅎ.

▲군고구마통에서 알맛게 익어 나온 군고구마들, 이 가을에 맛본 군고구마 진짜 맛있다.

고구마 노점에서 한 '꼬마농부'가 들고 선 고구마 홍보카피의 문구가 아주 인상적이다. “고구마 먹고, 신종플루 물리치자”, 마치 고구마가 신종풀루의 백신이라도 되는 양 홍보판을 들고 선 폼이 너무 재미있다. 아니면 주술이라도 걸고 있는 것일까? 하여간 밭에서 갓 캔 싱싱한 '유기농 고구마' 많이 구워 먹었으니, 저 꼬마농부의 바람처럼 이제 신종플루는 적어도 이곳의 아이들에게선 저 멀리로 물러갔으리라 확신해 본다.

'꼬마농부'님들, 수고하셨습니다. 멋집니다.....ㅎㅎ.

그리고 바라옵기는 '농자천하지대본'의 그 '농심'이 타들어가고 있는 지금 이 나라의 현실에서, 이 '꼬마농부'들의 희망찬 모습들이 지금 연일 쌀값 폭락으로 시름에 겨운, 우리 농민들의 주름을 약간이나마 펴드릴 수 있는 작은 선물이 되었기를 또한 바래본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런 살아있는 교육을 직접 담당하고, 이 흥겨운 축제의 현장에 함께할 수 있게 해주신 리오바어린이집 원장님 이하 선생님들께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고맙습니다.

정수근/ 대구의 엄마산인 ‘앞산’을 지키는 싸움인 앞산터널반대운동을 하면서 환경과 생태 문제는 곧 지역의 문제, 정치의 문제란 것을 확실히 느끼는 계기가 되었고, 그런 인식하에 지역의 환경과 생태 그리고 농업의 문제에 관심이 많다. 현재 지역 청년들의 작은 공부모임 ‘땅과자유’ 운영위원으로 활동하고 있고, ‘앞산꼭지’(‘앞산을 꼭 지키려는 사람들의 모임’의 약칭) 회원이자, ‘블로그 앞산꼭지’(http://apsan.tistory.com)의 운영자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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