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가난한 사람은 행복하다.”
성경말씀 중에 이해하기 참 어려운 대목이다.
도대체 어떤 마음이 가난한 마음일까?
알기 쉬운 것처럼 보이면서도 마음으로 느끼기엔 좀 어려운 말이다.

나는 직업훈련원에서 건설목공 자격증을 따고 건설현장에서 목수로 일한 적이 있다.
건축현장에서는 이름을 생략한 채 김씨, 이씨, 박씨 등으로 이름이 불려졌는데,
나도 이름을 생략한 채 ‘두씨’라고 불려졌다.
20대 초반, '두씨'라 불리기엔 어색했지만 이내 익숙해졌다.

건설현장에서는 뜨거운 뙤악볕이 내리쭤는 여름철에도 두꺼운 작업복을 입어야 한다.
여기저기 날카로운 못이 많고,
건설자재에 긁혀 상처가 나지 않도록 두꺼운 옷을 입는다.
일이 끝난 저녁, 두꺼운 작업복에는 소금꽃이 핀다.
땀은 마르지만 땀속의 소금기는 작업복에 안개처럼 하얀 얼룩을 만들었다.
때론 자기 손가락에다 망치질을 해 손을 다치기도 하고,
못을 밟아 발바닥에서 피가 나기도 하지만
더불어 일하는 아저씨들의 따뜻한 마음 때문에 힘든 것도 모르고 기쁘게 일했다.

'젊은 사람이 일 잘하네!',
'두씨, 참 일 잘해'

이런 말을 들으면 참 기분이 좋았다.

건설현장에서 가끔 관리자들이 못 되게 구는 경우도 있었지만
평범한 노동자들은 참 따뜻한 사람들이었다.
일을 끝내고 공사장 바닥 여기저기 굴러다니는 철판을 찾아,
대충 닦고 삽겹살을 구워 막걸리를 마실 때는 참 즐거웠다.
평범한 건설노동자들 마음은 가난했다.
거칠고 위험한 공사장에서 힘겹게 일하지만,
현장에서 막걸리와 삼겹살을 구워먹으면서 나는 행복할 수 있었다.
작은 일에도 행복할 수 있는 마음이 바로 가난한 마음인 것 같다.

아마 예수님도 내가 보아왔던 목수아저씨들과 같이
좀 투박하지만 겸손하고 가난한 사람이었을 거다.

나의 마음은 작은 일에도 감사할 수 있는 가난한 마음인지 다시 되돌아본다.

/두현진 2008.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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