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 쉼터 '삶이 보이는 창' 5주년 기념잔치

 

10월23일 작지만 특별한 행사가 열렸다. 노동자들이 편하게 찾아와 서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곳, 저렴한 비용으로 먹고 마실 수 있는  '노동자 쉼터, 삶이 보이는 창(이하 삶창)' 5주년 기념잔치가 열린 것.

일과에 지친 노동자들에게 휴식과 쉼터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삶창이 눈길을 끄는 것은 천주교 신부가 운영하는 술집이기 때문이라는데, 예수회 김정대 신부가 그 주인공. 노동사목 분야에서 일하는 김정대 신부는 수도권 지역에서 노동자들이 해고를 당하거나, 어려움을 겪을 때마다 어김없이 볼 수 있는 노동자의 친구이기도 하다.

이날, 1호선 동암역 근처에 자리한 삶창, 그리 크지 않은 공간에는 '삶창 5주년 기념 잔치'를 위해 여러 사람들이 모였다.

술집을 운영하는 천주교 신부를 종교가 없는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받아들이고 있을까? 행사에 참여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신현창(GM대우자동차 비정규직노조 지회장)씨는 부모가 개신교 집사이고, 교회에 다닌 적이 있단다.

"요사이 종교는 너무 내세와 개인적 구원을 강조하는 것 같다. 김수환 추기경님 등 열심히 사회정의를 위해 실천한 사람을 존경할 뿐, 정작 종교인 자신들은 실천하지 않는다. 종교가 사회정의와 더불어 사는 삶에 대해서는 일부러 이야기를 안 하는 것 같다. 보편적 가치, 인권적 기본권에 대해 교회가 발언해야 한다. 많은 사람들이 부자가 되고, 건강하게 해달라는 등 개인적인 문제만을 위해 기도한다. 천주교도 비슷할 거라 생각한다. 이런 모습을 예수님이 원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는 자신이 생각하는 종교의 문제점을 이렇게 말했다.

해고된 조합원들과 회의할 장소를 구하기 쉽지 않다고 말을 이은 신현창씨는 "다른 단체 사무실을 빌려 회합을 하면 조합원들이 눈치를 많이 보지만 삶창은 신부님이 운영하는 곳이라 편안함을 느끼는듯 하다" 면서 "천주교 신자들이 이상하게 생각할 지 모르지만 이런 공간이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인천산업재해 노동자협의회 사무국장 남현섭

인천산업재해 노동자협의회 사무국장 남현섭씨. 가족들은 천주교 신자지만 본인은 아니라고 한다. GM대우 비정규직 부당해고 철회싸움, 영창악기, 콜트악기등에서 연대활동을 하다가 김신부를 알게 되었다고 한다.

'믿음이 없으면 지옥 간다.'는 유인물을 길가에서 받을 때마다 '그런 교회는 안 믿는다.'라고 잘라 말한다는 남현섭씨, 그는 평소 사회문제에 무관심한 교회에 대해 반감이 컸다. 한 마디로 "사회문제에는 관심 없는 교회가 사업하는 것처럼 보인다."며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종교가 4대강 개발문제, 일자리 창출 정부정책등 사회문제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 한다. 종교가 힘없어 고통당하는 사람들을 위한 종교가 되어야 한다. 천주교도 자신만을 위한 종교가 아니라 민중과 함께하는 종교가 되었으면 좋겠다.

남현섭씨가 종교와 믿는 이들에게 바라는 마음이다.

많은 사람들은 김정대 신부와 고민을 이야기하고 편하게 찾을 수 있는 삶창이 좋은 공간이라고 입을 모은다.

하지만 수도자서 술집을 운영한다고 했을 때 수도회에는 뭐라고 했을까? 혹시 수도회 안에서 왕따 당하지 않았을까 궁금증을 느끼는 이들도 많았다.

▲김정대 신부

"예수회 영성수련 문화는 '하느님의 보다 큰 영광을 위한 상상력'을 강조한다. 수도자 양성 과정 중에서도 상상력을 발휘하도록 교육받았다. 노동자 문화가 척박한 현실에서 노동자들을 위한 쉼터를 상상해 보았다. 술파는 자리라 수도회 안에서 쉽지 않을 거라 생각했지만 내가 생각한 것을 수도회에서 받아 주었다"

이런 공간을 허락해 준 예수회에 고맙다는 김정대 신부. 그는 처음 수도생활을 시작할 때부터 공장에 취업 하는 등 노동사목 분야에서 일해 왔다.

그렇다면 삶창과 예수회 영성과는 어떤 관계가 있는가?

 
"일반 신자들은 예수회에 대해 공부를 많이 하고 교육 사업을 하는 수도회로 생각하지만, 유명한 영화 '미션'에서 원주민과 함께 생활하다 죽어간 수도자들은 예수회에서 실제 일어난 사건이다. 예수회에서 수행하는 사도직은 다양하고 규정은 없다. 예수회는 10년에서 15년마다 총회를 개최하고 문헌을 만들어 낸다. 최근 총회에서는 이념적인 무신론과 더불어 실질적인 무신론, 자본주의도 무신론으로 설명하고, 대안으로 사회정의를 중요하게 다룬다."

김정대 신부는 예수회가 '사회정의' 실현에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하면서 앞으로 삶창의 계획에 대해 "삶을 풍요롭게 하는 문화를 쉽게 배우는 장소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는 또 "학문적인 접근이 아니라 쉬운 말로 문화를 이야기할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기 위해 사람들을 발굴해야 한다"면서 "현대사회는 여러 종교인들과 함께 살아간다. 종교인들이 타 종교를 배척하지 않고 대화하고 존중하는 문화가 만들어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삶창에서 돈은 버느냐?" 라는 질문에 “저렴하게 이용하는 사람들은 고마워하지만, 경제적으로는 적자"라면서  후원자들의 도움으로 유지를 하고 있다고 밝힌 김정대 신부는 자신은 부양해야 할 가족이 없으니 돈 없어도 괜찮다라며 웃음으로 답했다.

이날 밤늦게까지 손님들이 북적이고, 또 삶창 5주년을 축하하는 발길이 이어져  분위기를 한껏 달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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