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시 데이 영성 따라 배우기-10] 인격주의(하느님 자비의 육화)

“우리 둘 중에 누구에게 말하려고 기다립니까?”

▲틈틈이 독서하는 도로시 데이
도로시 데이의 인간과 삶을 대하는 태도를 잘 볼 수 있는 두 가지 일화가 있다. 로버트 콜스는 자신이 대학생 시절에 처음 가톨릭일꾼 공동체를 찾아왔을 때 경험을 들려준다.

그가 일꾼공동체 집에 왔을 때 마침 도로시 데이는 술 취한 한 여성과 식탁을 사이에 두고 한참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이야기는 꽤 길어졌는데, 술 취한 그 중년여성은 모순 같은 이야기를 반복하며 고함을 지르고 맞은편에 앉은 다른 중년여성은 고개를 끄덕이다 짧은 질문을 하지만, 이런 질문은 이미 수다스러운 사람을 진정시키기 보다 더 시끄럽게 만들었다.

한참 후에 침묵이 방안에 내려앉자, 도로시 데이는 상대방에게 실례하겠다고 청하고는 일어나서 그에게로 왔다. 그리고는 청년이었던 콜스에게 “우리 둘 중에 누구에게 말하려고 기다립니까?”하고 물었다. 그 순간에 콜스는 엘리트로서 자신이 지니고 있던 자만심과 자기중심적인 생각의 껍질이 꿰뚫리는 것을 느꼈다고 한다. 그녀는 참으로 겸손했던 것이다. 술 취한 여성과 그 자신 사이에 어떤 차이도 느끼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

“하느님께서 부자들만 즐기라고 다이아몬드를 창조했다고 생각해요?”

한편 도로시 데이는 ‘가톨릭일꾼’에 기증된 것을 지나치게 아낌없이 나누어 주어서 사람들을 놀라게 했는데, 한번은 어느 귀부인이 일꾼의 집에 와서 다이아몬드 반지를 도로시에게 주고 갔다. 도로시는 고맙다며 반지를 주머니에 넣어 두었다가 혼자 살며 ‘성 요셉의 집’에서 식사를 주로 하는 노파에게 그 반지를 주었다. 직원 한 사람이 다이아몬드 반지를 금은방에 가져다 팔았으면 그 노파의 1년 집세를 내는데 쓸 수 있었을 것이라고 반대하였다.

그러자 도로시는 그 노파도 인격을 가진 인간이므로 자신이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팔아서 1년 치 방값을 내거나 바하마로 여행을 떠날 수도 있고, 그 귀부인처럼 반지를 손에 끼고 즐길 수도 있다고 대답했다. 도로시는 물었다. “하느님께서 부자들만 즐기라고 다이아몬드를 창조했다고 생각해요?”

그는 인간이 인간인 그대로 하느님의 자녀로서 소중하게 살아가도록 창조되었다고 믿었다. 그러니 하느님이 주신 인간적 품위를 얻어 누리지 못하고 고통 받으며 비참한 삶을 살아가야 하는 사람들에게 연민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으며, 이러한 삶을 조장하는 사회구조를 비판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주님의 기도에서처럼 하느님의 뜻이 이 땅에 온전히 이루어지기를 갈망하는 것이다.

모두가 예수의 위엄을 갖춘 존재

도로시 데이의 그리스도교 인격주의 철학은 그녀의 노력에 언제나 스며들어 있었다. 환대의 집에서 각 손님은 예수님의 위엄을 갖춘 중요한 사람으로 대접을 받는다.

초기교회의 공동체 생활이 그들의 사회적 교류의 모형을 제공하였듯이, 가톨릭일꾼들은 하느님의 자비를 실행할 사명을 부여받았다. 모든 구성원들은 자발적인 가난으로 초대되었고, 따라서 교부의 가르침에 따라 더 많은 사람들이 일꾼공동체의 지원을 받을 수 있기를 바랐다.

“당신이 비축한 빵은 배고픈 사람의 것이고, 당신이 쌓아둔 옷은 벌거벗은 사람의 소유이다. 필요한 것 이상 남은 것이 있는 사람이 만일 자기 자신을 위해 그것을 보유하였다면, 그를 약탈자로 간주해야 한다.”

그래서 도로시 데이는 가난한 사람들의 존경과 믿음을 얻었다. 왜냐하면 그녀와 다른 일꾼들은 그들을 존엄하게 대하였기 때문이었다. 또한 그녀의 좌파적인 정치적 성향에 때문에 마음이 편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교회와 일치하는 그녀의 충실함은 내부에서부터 교회를 정화하고 쇄신하는데 도움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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