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사회단체들 기자회견 갖고 연대투쟁 결의

지난 9월 30일 오전 11시에 강남성모병원 정문 앞에서 ‘101개 시민단체 면담 거부 CMC규탄, 강남성모병원 비정규직 해고 철회 촉구’ 시민사회단체 기자회견이 있었다. 당일 추가로 4개 단체가 참여하여 105개 단체가 연대한 이번 기자회견장에선 공중파 방송에서는 취재에 참가하지 않았지만, 인터넷방송 등에서 취재하여 보도하였다. 이날 기자회견이 끝날 무렵에는 마침 병원 로비에서 농성 중인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당일은 이 노동자들이 계약이 만료되는 날이었다.

기자회견에 앞서 발언한 강남성모병원의 한 간호보조 노동자는 “마지막으로 근무복을 입고 병원을 돌며 지금 다른 노동자들이 병동을 돌고 있다”고 소개한 뒤에, 가톨릭병원이라서 마지막까지 기대를 걸고 있었으나 병원측에선 “가톨릭신자도 아니면서 무슨 말이 많으냐”고 했다면서, 이윤만을 위해 병원을 운영하는 태도를 비판하고 다시 현장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바램을 토로하였다.


사회를 맡은 김어진(민주노동당 서초구 위원장)씨는 강남성모병원은 환자급식에 미국산 광우병 위험 쇠고기 사용을 하지 않겠다는 보건의료노조의 협약에 동참하지 않은 유일한 병원이라면서, 9월 30일 당일 28명의 비정규직 파견 노동자들이 계약만료를 이유로 병원에서 해고될 예정임을 밝혔다. 이러한 상황에서 인권단체연석회의를 포함한 전국의 105개 시민사회단체가 가톨릭중앙의료원측에 ‘사태의 조속하고도 원만한 해결’을 촉구하기 위해 지난 9월 25일 면담을 신청하였으나 답신은 없었다.

이날 낭독된 기자회견문에서는 “가톨릭중앙의료원과 강남성모병원은 ‘생명존중의 첨단의료’라는 화려한 수식어 이면에서 자행되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어두운 착취와 탄압을 중단해야 한다”면서 “비정규직 파견노동자들의 고용안정을 보장하기 위해 직접고용 정규직화를 실시하라”고 요구하였다.

이날 기자회견장에는 “낮은데로 임하라는 예수의 가르침! 정녕 당신들이 ‘종교법인’이란 말인가?”라는 피켓이 등장했으며, 2002년 강남성모병원 정규직 노동자들이 벌였던 200여일 동안의 농성을 다시 상기시켰다. 발언한 참여한 이들은 2002년 당시, 정추기경이 농성 노동자들을 끌어내기 위해 경찰을 불러들였으며, 병원 내 성당으로 피신한 노동자들까지도 무자비하게 경찰이 끌어내도록 요청했다고 말했다. 6년이 지난 지금 다시 성모병원측은 병원사업장 가운데 처음으로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해고시켰다는 것이다.


2002년 당시 이 일에 관여했던 이덕우 변호사는 “같은 가톨릭 신자로서 우울하다”고 하면서 2002년에 농성투쟁에서 실패했던 경험과 자본화된 종교 때문에 이 자리에 오기 싫었다고 말했다. 한편 그 당시 이 일에 함께 관여했던 유현석 변호사가 주교들을 만나 교섭 자체를 거부하는 실정법상 위법이라면서 “라틴어로 노동은 기도”라는 점을 들어 설명하자, 주교들이 숙연히 듣는 분위기였으나 결국 노동자들이 피신한 성당까지 경찰을 끌어들이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말했다. 덧붙여 이변호사는 “예수든 부처든 마호멧이든 어떤 종교도 돈을 숭배하라고 말하지 않는다. 그러나 현실은 사람을 돈 버는 도구쯤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한편 비정규직 문제가 사회적 쟁점이 되고 있는 상황에서 강남성모병원 사태는 단위 사업장의 문제가 아니라, 870만명에 이르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문제 해결과 연계되어 있기 때문에 시민사회단체들과 강남성모병원 노동자들의 농성이 지속될 예정이며, 병원측의 완강한 태도로 비추어보아, 쉽게 사태가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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