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영국의 세상만사 인생사]

일부 중국 네티즌 여러분. 당신들이 벌이고 있는 불매 운동은, 반식민지에 살면서 시종이 여일하게 강대국들의 침탈로 인하여 농업이 죽고, 중소기업이 죽고, 수산업이 죽고, 결국은 힘없는 노동자 대중이 여기저기 나자빠져 널부러지는 슬픔을 당하고도, 아무 짓도 못하고 사는 이 땅의 양심들에게 경종을 울리는 일대 쾌거임에 틀림없습니다.

세상에.... 켄터키프라이드치킨을 안 먹겠다니... 까르푸를 이용하지 않고 프랑스산 와인을 불매하겠다니 참으로 대국적 배짱이요 눈물겹도록 부러운 선언이 아니겠습니까? 단 하나... 그 불매운동의 이유만 빼고 말입니다.

제가 한겨레신문에서 읽은 대로, 당신들이 불매운동을 벌이는 이유가 바로 티벳과 관련한 것이라는 게 맞습니까? 미국을 비롯하여 프랑스와 독일이 베이징 월드컵 불참을 고려하고 있기 때문에 본때를 보여주려고 불매운동을 벌이고 있다는 게 맞습니까? 그렇다면 정말 당신들의 나라가 심히 위태로운 지경에 이르렀다고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저는, 그리고 저와 같은 시대에 최루탄 가스를 몸에 발라봤던 사람들은 그것을 잘 압니다.

지금은 광주를 ‘민주화의 성역’이니 ‘빛 고을’이니 해 가면서 광주 항쟁의 역사를 제대로 인식하려는 모습이 더러 보입니다만 1980년, 바로 그 때에는 저 까지도 광주에서 ‘폭도’들이 난리를 일으킨 줄 알았습니다. 당시 대학교 1학년이던 저는 최규하 대통령이 연일 발표하는 담화문을 그대로 믿고 광주의 폭도들을 미워했더랬습니다. 물론 채 두 달이 안 되어 도심을 누비는 장갑차와 살벌한 군바리들, 그리고 이유 없이 잡혀가는 선배와 동료들을 보면서 사태의 진실을 어렴풋이 헤아릴 수 있었지만 대개의 국민들은 그 후로 한 동안, 광주의 시민들을 모두 폭도이자 무장공비인 걸로 알고 살았습니다.

그 결과 우리나라는 작금에 이르러 참담한 정치적 선택을 하고 말았습니다. 비판의식의 싹이 애저녁에 잘리고도, 잘렸다는 사실조차 감지하지 못한 채 살아온 결과입니다. 그리고 우리 국민은 앞으로 꽤 긴 세월동안 그 ‘정치적 선택’에 대한 응징을 받을 것으로 보입니다.

제발 타산지석으로 삼으십시오. 이제 막 신자유주의 경제 구조 속으로 첫발을 디디시면서 너무 많은 것을 원하시면 안 됩니다. 더구나 물질의 풍요를 위한다는 미명 하에 그 무엇보다 중요한 인간의 생명을 도외시하면 큰일 납니다. 당연히 귀국의 수장들은 여러분의 입과 귀를 막으려 애쓸 것입니다. 허나 여러분은 그들의 의도대로 당하시면 안 됩니다. 금지옥엽 여러분의 자제분들이 이 다음에 그 모든 것을 책임져야 하기 때문입니다.

중국의 네티즌 여러분 진정 사랑합니다. 여러분의 애국심에 경의를 표합니다. 그 애국심으로 정부 관리들의 기묘한 술수를 까발리고 진정, 이미 많이 죽어간 티벳의 영령들을 위해, 그리고 그들의 독립을 위해 소리치십시오. 허나 그것은 참으로 지난한 일일 것입니다. 그렇더라도 여러분의 조국이 어떤 조국입니까. 인류에게 삶의 방식을 가르친 큰 나라 아닙니까? 힘내십시오. 여러분은 하실 수 있습니다.


PS
그리고 뉴 타운 개발 계획 때문에 딴나라당 후보를 국회의원으로 선택했는데, 그 계획이 사실 무근인 것으로 밝혀졌다고 목울대를 젖히면서 화딱지를 내고 있는 서울의 20여개 지역구 주민 여러분. 그냥 조용히 계시기를 바랍니다. 치욕스럽습니다. 제가 보기에는 여러분들 역시 그리 정당하지 않습니다. 여러분들도 술자리에서는 다음과 같은 상황을 연출하셨을 겁니다.

“카아. 좋다. 근데 자네 이번 선거에 투표 할 건가?”
“해야지. 그런데 찍을 놈이 없어. 죄다 사기꾼이니 원..”
“맞아 맞아. 그래서 나는 투표를 할까 말까 망설인다네.”
“아무튼 이 땅에 정치하는 놈들만 없으면 행복할 거야..”

그러고 나서 뉴 타운 개발 운운하는 당의 후보들을 찍으셨다면, 로또 번호를 알려준다는 무당을 찾아가 그 번호를 받고 5000원을 지출하는, 말하자면 무지하게 어수룩하다 못해 연민지정을 품게 만드는 행동을 하신 겁니다.

여러분들이 기표소에 들어가 붉은 동그라미를 찍는 일이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지 전혀 고민하지 않으신 겁니다. 말하자면 여러분은 ‘민주시민’이 아닌 겁니다. 그러니 무슨 뉴스 프로그램에서, 혹은 시사 프로그램에서 되도 않은 걱정스런 표정을 한 리포터가 아무리 마이크를 들이대더라도 목울대를 젖히고 화내지 말아야 합니다. 오히려 ‘뉴타운개발’의 떡고물에 눈이 어두워 민주주의를 포기하고 훼손한 책임을 물어 스스로의 얼굴에 모자이크 처리를 할 일입니다.

‘나는 그 후보가 그렇게 사기를 칠 줄은 몰랐다’ 고는 더더구나 하지 마십시오. 그 후보들이 속한 당이 바로 1970년대에 그렇게 모질게 국민들을 옭아매고, 가두고 죽이고... 1980년대에 그렇게 많은 시민과 학생, 심지어 여고생까지 무참하게 죽인 사람들의 정신을 이어받은 당이라는 것을 여러분이 몰랐을 리가 있습니까? 그런 사람들이 진심으로 여러분을 위할 거라고 생각했다면 정말이지 지나가던 개가 웃을 일입니다. 그저 여러분은 ‘이익’ ‘돈’ ‘부자’ 등등의 무시무시한 이데올로기의 종이 된 것입니다. 그리고 더 큰 문제는 앞으로 당분간 여러분들이 그 ‘종의 상태’에서 자유로워지지 않을 것이라는 점입니다. 왜냐하면 여러분들이 그 ‘자유’를 원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상사병이 무서운 이유는, 환자가 그 치료를 원치 않기 때문이라지 않습니까? 어쨌거나 잠만은 편히 주무십시오.

/변영국 2008-0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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