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 팔아 빵과 바이러스 얻어”
-다큐영화 ‘타폴로고(Tapologo)'-더불어사는 공동체

반인종차별 운동가로 유명한 남아프리카공화국 루스텐버그 주교인 캐빈 다울링은 말한다.
“육체관계가 문란해서 에이즈에 걸렸다고 말하지 마라. 혼전관계를 그만둬야 감염되지 않는다고 말하지 마라. 그들에겐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삶의 유일한 목적이 생존이었으니까.”

▲EBS국제다큐영화제, 타폴로고의 한 장면 
9월 21일부터 27일까지 열리는 제6회 EBS국제다큐영화제에서 선보이는 작품 중 하나인 ‘타폴로고(Tapologo)'(가브리엘라 & 살리 구띠에레쓰 디와 감독)는 사하라 남쪽 아프리카에서 에이즈로 고통받고 있는 여성들을 통해 자본주의와 세계화가 만들어 낸 빈곤과 인간 존엄성의 훼손을 고발하는 동시에 이들과 더불어 사는 공동체를 소개했다.

세계 최대의 백금광이 있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도시 루스텐버그는 돈이 넘쳐난다. 가족과 떨어져 광산으로 온 이주노동자들을 통해 경제를 건설하고 있다. 반면 역사적으로 격리되어 교육이나 직장을 가질 기회 조차 얻을 수 없는 여성들은 당연히 남성들에게 의존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남자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길은 오로지 잠자리를 같이 하는 것뿐이다. 이주노동자들은 통근 수당으로 성접대부를 산다. 이렇게 루스텐버그에 프리덤파크라는 불법거주촌이 만들어지게 된다.

콘돔 사용에 대한 교회 입장 바꿔야

남성이 HIV에 감염되었는지 상관없이 콘돔도 사용하지 않은 채 여성의 몸은 강탈당한다. 부모가 없는 어린 여자 아이들은 동생들의 생계를 책임지겠다는 나이든 어른들에게 이용당하고, 심지어 감염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유아까지 성폭행하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루스텐버그의 캐빈 다울링 주교는 현실 속에서 고통받는 사람들의 입장에서 교회의 생각을 바꾸어야 한다고 여겼다.  
캐빈 주교는 에이즈가 창궐하는 아프리카 남단의 문제를 사회와 교회가 함께 해결해 나가야한다고 강조했다.
“사하라 남쪽 아프리카에 그런 여성들이 수십만이다. 희망이 없다. 왜 그렇게 가난할까? 왜 중앙아프리카의 조국을 떠나 이곳 판자촌에 들어왔을까? 총체적인 경제적 불평등, 문화적 불평등, 사회적 불평등, 바로 그런 것들이 한 여자를 이런 극단적인 불행으로 밀어 넣은 것이다.”

그는 이어서 “콘돔과 살균제를 효과적으로 사용하면 바이러스 전파를 막을 수 있다”면서 교회가 이 사안에 대한 입장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타폴로고 공동 설립자이기도 한 그는 교회를 떠난 적은 없지만 심한 갈등과 의문을 갖지 않은 건 아니라며 냉담한 교회를 비판했다. “원해서 성매매자가 된 것이 아니라 오로지 그 길 밖에 없어서, 결국 그 선택 때문에 HIV에 감염된 여성들"에게 "교회는 지극히 가부장적이며 남성위주의 권력체계"로 대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어 “여성의 존엄성이 훼손된 여기에서 윤리신학은 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HIV 감염자 돕는 '타폴로고'

타폴로고는 의사, 간호사, 사회복지사와 자원봉사자 등으로 구성되어 있고 현지 가톨릭공동체가 후원하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프리덤파크 사람들이 준비되었을 때 그들의 방식으로 그들이 계획한 것을 돕는 것을 우선으로 한다. 그들이 요구해 왔을 때 타폴로고는 제일 먼저 가족이 없어 간호를 받을 수 없는 환자 방문 간호를 시작했고, 호스피스 병동을 지어 죽음을 존엄하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했다. HIV에 감염된 사람이 치료를 받으면서 동시에 자기보다 더 고통 받는 사람들을 위해 자원 봉사하기도 한다. 프리덤 사람들은 이곳에서 자활 방법을 배우고, 서로 보듬어주며 공동체를 이루며 삶의 기쁨을 다시 찾고 있다.

다큐영화 ‘타폴로고’는 말한다. “꼭 신을 찾을 필요가 있는가. 삶의 목적과 의미를 찾으면 된다. 신은 어제나 내일이 아닌 오늘에 존재하니까.”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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