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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도인으로서 목소리를 내야 했다"[인터뷰] 병역거부자 백승덕

   
"현실에서 모순이 있다면 묻어가는 길, 적당히 타협하는 길, 맞서는 길이 있을 것이다. 그리스도인은 자신의 신앙과 신념에 맞게 모순에 타협하지 않고 맞서야 한다고 생각한다. 국민에게 일방적인 의무만을 강조하고 언제나 '위기'를 핑계로 국가권력을 비판할 자유를 억압한다면 나는 그것에 저항할 수밖에 없다."

지난 9월 9일 백승덕 씨는 병역거부 선언을 했다. 그의 병역거부 선언은 여호와의증인 신자들의 병역거부와 다르고, 여호와의증인이 아닌 병역거부자들과도 또 다르다. 다른 병역거부자들이 신앙에 의해서 총을 들지 못하거나 각자의 사상에 의해서 총을 들지 못하는 것과는 달리 그의 병역거부는 국가권력의 편협함을 가장 잘 드러내는 것이 군대이기 때문에 국가의 성찰을 요구하는 저항으로서 입영을 거부하는 것이다.

군대는 벌거벗은 국가권력을 드러내는 도구

백 씨는 IMF 시절 가족이 겪었던 일을 예로 들며 국가의 편협함을 지적한다. "모 대기업이 국가에 의해 부도유예란 혜택을 받는 동안 하청 회사였던 아버지의 회사는 지급받기로 했던 어음이 휴짓조각이 되면서 부도 당했다." 국가가 고통분담을 외치면서 실상 가난한 이들에게만 고통을 전담시킨다는 것이다.

"대한문 앞에서 용산참사 유가족이 분향소를 세우려고 할 때는 철저히 막았지만, 서울 시청광장에서는 축제를 벌이고 있었다. 국가가 무엇을 숨기고 싶어하고 무엇을 드러내고 싶어하는지 전적으로 보여준 것이다."

편협한 국가에 국민은 저항할 자유가 있지만, 국가는 언제나 '위기'를 강조하며 집회의 자유, 사상의 자유를 억압하려 한다. 백 씨는 "'불온도서' 목록을 만들어 사병들의 자유를 억압하고, 대체복무제 도입을 무위로 돌리는 군의 모습에서 벌거벗은 국가권력의 모순을 본다"고 말한다.

"이러한 모순을 눈으로 보고서 그 모순을 가장 잘 드러내는 집단으로 들어갈 수는 없다. 내가 군대에 들어간다면 그 모순 속에서 굉장히 혼란스러울 것이다. 또한 그리스도인으로서 그 모순에 대해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백승덕 씨는 9월 7일 입영일에 입대하지 않고, 9일에 병역거부를 선언했다.

순수한 종교활동은 존재하지 않는다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성당에 다녔다. 어머님께서 성당 활동에 열심히 하셨다. 아버지 회사가 부도나기 전인 중학교 2학년까지는 성당에 열심히 다녔다. 회사가 부도나니 어머님의 성당 활동이 뜸해지셨다. 어머니는 자신의 상황 때문에 거리감이 느껴진다고 말씀하셨다. 경제적 차이로 거리감이 느껴지는 모습을 보고 나도 회의감이 들어 성당으로부터 점점 멀어졌다."

백 씨가 다시 신앙생활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대학교 동아리 '가톨릭 학생회' 때문이다. 대학교 1학년 때까지만 해도 개인적인 성공에 집착하고 있었지만, 선배들이 '예수'에 대해 진지하게 토론하는 모습에서 다시 신앙에 대한 고민이 시작됐다.

본격적으로 서울교구 가톨릭 학생회의 연합체인 '서울대교구 가톨릭 대학생 연합회(서가대연)'에서 '일꾼'으로 일하면서 사회의 반복음적인 구조문제를 고민하고, 함께 기도하면서 일치감을 느끼게 됐다고 한다. 대학을 졸업한 백 씨는 "요즘에는 소외받는 이들과 함께 하는 현장 미사를 자주 찾는다. 기륭전자, 용산참사, 쌍용자동차까지…. 이들과 연대하고 일치감을 느낄 때 감사하다"고 말한다.

백 씨는 "종교가 정치를 좌지우지해서는 안 되지만 침묵해서도 안된다"며 순수한 종교활동이란 있을 수 없다고 말한다.

   

그리스도인으로서 목소리를 내다

백 씨는 "사회의 다양한 모순에 대해 그리스도인으로서 목소리를 내고 움직여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연세대 학내에서 '20대 당사자 운동'을 시도했고, 20대에게 획일 된 삶만을 강요하는 사회에 목소리를 냈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서 객원기자로 활동했던 이유도 가톨릭 교회 내에서 다양한 목소리가 필요하다는 생각에서였다. 백 씨는 "평신도들의 이야기도 보여주는 가톨릭 언론이 필요하다. 소외된 이들을 주목하고 대변하는 가톨릭 언론이 있으면 좋겠다. 그래서 돈도 받지 않고 기자활동을 했다"고 말한다.

백 씨는 진보신당 당원이기도 하다. 그는 가톨릭 학생회에서 '생태농활'을 하면서 중요하게 생각한 것이 억압과 착취가 아닌 상생하는 관계의 회복이라고 말한다. 사회에는 갈등이 있기 마련인데, 갈등이 너무 고조되면 사회 구성원 간의 관계는 무너지고 만다. 백 씨는 "그것을 민주적으로 수렴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정당에서 활동하게 됐다"고 말한다.

   
▲백 씨를 지지해주는 친구와 앞으로의 일정을 나누고 있다.

백 씨는 병역거부 선언 이후 사회에 문제제기를 하는 활동을 더 다양하게 펼치겠다고 한다. 백 씨는 "얼마 전 같은 연세대 학우인 '하동기' 씨도 종교적 신념에 의해 병역거부를 선언했다"며 함께 토론회를 열어 군대에 대해 다시 성찰해보는 계기를 마련할 것이라고 한다.

"제가 활동했던 가톨릭 학생회의 친구들도 다양한 군 복무의 경험을 나누는 간담회와 저를 응원하는 마음을 하느님께 봉헌하는 '평화미사'를 준비해주고 있다"며 백 씨는 함께 해주는 이들에게 감사를 표했다.

"국가권력의 모순에 저항하는 방법이 꼭 병역거부여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리스도인으로서 불의에 맞서는 방법은 다양하다. 그 다양한 시도가 많아졌으면 좋겠다. 그게 그리스도인의 사명이다."
<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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