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승덕 미카엘, 9월 9일 병역거부 선언

가톨릭 신자로서 병역거부를 선언한 젊은이가 또 나왔다. 지난 9월 7일이 입영일이었던 백승덕 미카엘(세례명) 씨는 전화로 병무청에 병역거부 의사를 밝혔고, 9월 9일 참여연대 느티나무홀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병역거부를 선언했다.

백 씨는 소견서를 통해 "언제나 위기를 변명 삼아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의 목소리를 탄압하는 데에만 열심인 국가권력의 모순을 고발하고자 병역거부를 선택"했다고 한다.

백 씨가 국가권력에 대한 저항으로 병역거부를 선택한 이유는 "이(국가 권력) 모순에 군대를 운영하는 이들의 정치적 편향성이 큰 몫을 하고 있음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그는 국가권력에 도전하는 내용을 담은 책들을 '불온도서'라 선정하는 국방부의 행동을 예로 들었다.

백 씨가 활동했던 '서울대교구 가톨릭 대학생 연합회'에서 사목을 하는 이승민 지도신부는 "가톨릭교회의 가르침에도 분명히 대체복무제도의 도입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며 학생회에서 지도했던 신부로서 백승덕 씨의 선택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권 실현과 대체복무제도 개선을 위한 연대회의'의 공동집행위원장인 한홍구 교수는 "사실 2009년은 대체복무제가 시행되고 있어야 한다. 이 정부의 역주행 때문에 감옥에 가지 않아도 될 병역거부자들이 1년 6개월을 감옥에서 보내야 한다"며 사회적 합의를 뒤집은 정부를 비판했다.

백 씨의 친구인 윤홍민 씨도 "제가 훈련소에서 본 국방일보에 대체복무제가 도입된다는 기사를 봤는데, 전역을 한 지금도 대체복무제가 시행되지 않고 친구를 감옥으로 보내는 자리에 와있다는 사실이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며 안타까워했다.

이 날 기자회견에는 백 씨의 선택을 지지하기 위해 50여 명의 지인들이 함께했다. 백 씨의 후배인 이연진 씨는 너무 어렵고 험난한 길이라 쉽게 지지한다고 말할 수 없었다고 한다. 하지만 기자회견에서 백 씨가 담담히 자신의 양심을 설명하는 모습을 보며 "이제는 그를 어떻게 지지하고 의미를 살려줄 수 있을까를 고민하게 된다"고 말했다.

한 편 2008년 7월 27일 촛불진압을 거부하겠다며 병역거부를 선언하고 서울 신월동 성당에서 농성을 했던 이길준 씨가 여주교도소에서 백 씨의 병역거부를 지지하는 편지글을 보내왔다. 이길준 씨는 "더불어 사는 사회와 평화는 희생 위에 설 수 없고, 함께 살아가는 사회 구성원들에게 주어야할 것은 공감과 이해이지 희생의 강요는 아니다"라며 국가권력에 저항하는 백 씨를 지지했다.

백 씨는 "저의 선택에 대해 교회의 어른들에게 가르침을 듣고 싶다"고 말한다.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는 2005년 12월 5일 정기총회에서 "대체복무제 도입은 시기상조이나 장기적으로 도입해야 한다"고 견해를 밝힌 바 있다. <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

▲1968년 베트남 전쟁 때 병역거부를 하고 평화봉사단(대체복무)으로 한국에 왔던 하유설 신부는 "양심을 따르는 선택이 새로운 길을 열어줄 것"이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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