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배자들 명동성당으로..서울광장 1인시위 등 투쟁방식 변화

▲용산 범대위가 8일 명동성당 영안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9월 총력 투쟁을 위해 다섯 유가족 모두 순천향병원 장례식장을 나와 용산 참사 현장으로 거처를 옮기겠다"고 밝혔다.ⓒ 민중의소리 김철수 기자

이명박정권 용산철거민 살인진압 범국민대책위원회(용산 범대위)와 유가족이 투쟁 거점을 옮기고 서울광장에 분향소를 설치하기로 하는 등 대정부 총력 투쟁을 선언했다.

거처 옮기고 대정부 투쟁 선언

범대위는 8일 명동성당 영안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9월 총력 투쟁을 위해 다섯 유가족들 모두 순천향병원 장례식장을 빠져나와 용산 참사 현장인 남일당 건물 인근으로 옮기기로 했다”고 밝혔다.

또한 수배를 받고 사실상 순천향 병원에 갇혀지내던 남경남 의장과 용산철거민 살인진압범국민대책위원회 박래군·이종회 공동집행위원장도 9월초 경찰의 포위망을 뚫고 병원을 빠져나와 명동성당으로 거처를 옮긴 상황이다.

범대위는 유가족이 경찰의 감시아래 순천향병원 장례식장 생활이 자유롭지 못했는데, 참사 현장으로 거처를 옮길 경우 투쟁 역량이 강화될 것이라고 판단을 하고 있다. 또한 수배자들의 거처를 명동성당으로 옮기면서 정부와 서울시를 상대로 한 협상력도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범대위와 유가족이 이번에 투쟁거점을 옮긴 것은 국민들의 눈에 점점 잊혀져 가고 있는 현실을 깨기 위한 타개책 성격이 강하다.

오는 20일이면 참사가 일어난지 8개월째로 접어들지만 투쟁 현장에서도 여전히 공권력과의 충돌만 계속되고 있고,정치적 해결 주체인 정부는 용산 참사에 대해 철저히 '무시전략'을 취하고 있다. 거처를 옮기는 위험을 무릎쓰고라도 일대 전환이 불가피한 상황이었던 셈이다.

투쟁방식도 변화를 예고했다. 범대위는 지금까지 투쟁 방식이었던 3보 1배 대신 1인 시위를 벌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범대위는 9일부터 11일까지 광화문광장에서 ‘50인 1인시위’를 벌이고, 저녁 7시부터 촛불문화제를 개최할 예정이다. 범대위는 경찰 병력이 3보 1배를 막아섰지만, 합법적인 1인 시위까지 막을 경우 공권력에 대한 비난 여론도 높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어 14일부터 26일까지는 수원을 시작으로 서울까지 전국 순회 촛불문화제를 개최할 예정이다. 특히 전국 순회 촛불문화제 마지막 날인 26일에는 서울광장에서 문화제를 열고 분향소를 설치할 계획이어서 경찰과 충돌이 예상된다.

"용산 망루 농성자 재판 진행할 예정"

용산 망루 농성자 재판에서도 변화가 예상된다.

망루 농성자 9인에 대한 재판 변호를 맡았던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변호인단은 지난 1일 ‘용산 참사 수사기록 3,000쪽 공개없이는 진실을 가릴 수 없다’며 사임계를 제출한 상태다. 범대위와 유가족측은 하지만 재판을 정상적으로 진행하고 수사기록 3,000쪽 공개 요구를 병행하기로 했다.

용산 범대위 관계자는 다음달 29일이 공판 기일인데도 재판이 정상화되지 못해 구속돼 있는 농성자들을 위해서라도 재판을 진행해야 한다는 쪽으로 결론을 내리고, 지난주부터 새로운 변호인단 선임에 주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사실상 법정에서만큼은 수사기록 3,000쪽 공개 요구는 하지 않겠다고 양보를 한 셈이다.

박래군 집행위원장은 하지만“현재까지 재판싸움이 폭로위주였다면 증인을 놓고 법정 공방을 통해 (검찰의)공소 사실을 깨 나갈 생각이다. 혐의나 형량 부분도 영향을 끼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부와 협상, 4자 협의체 구성이 핵심

▲용산 범대위 대정부 총력 투쟁 발표ⓒ 민중의소리 김철수 기자

정부와의 협상은 협상테이블이 마련되느냐가 핵심 문제인데 송영길 민주당 최고위원이 한승수 국무총리와의 면담 결과 나온 '4자 협의체'가 유력한 협상틀이 될 것으로 보인다.

4자 협의체는 정부, 서울시, 민주당 용산참사 대책위, 용산참사 유가족 측으로 구성하고 각 구성원이 책임 있는 위치에 있는 인원을 대표로 해 논의하고 용산참사 문제를 빠른 시일 내에 해결하기로 했다. 한승수 국무총리는 4자 협의체에 긍정적으로 검토한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현재까지 정부의 공식 입장은 없는 상황이다.

범대위 측은 일단 ‘4자 협의체’ 협상테이블에 대해 정부 측이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진일보한 입장 변화로 해석하고 테이블이 마련된다면 들어가겠다는 입장이다.

범대위는 대신 현재까지 정부와의 협상 진척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정운찬 신임 국무총리 내정자에게 용산 참사 입장에 관련된 공개질의서를 보내는 등 전방위적인 압박을 가하기로 했다.

범대위는 ▲ 용산 참사 현장 방문과 유가족 사과 여부 ▲ 4자 협의체에 대한 입장 ▲ 수사기록 3,000쪽 공개 의사 ▲ 경찰책임자 처벌, 뉴타운 정책 수정 의사 등 공개질의 내용을 발표하고 정운찬 총리 내정자에게 답변을 요구했다.

서울시와 협상은 지지부진

서울시와의 협상은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범대위에 따르면 종교계를 통한 서울시와의 2차례 물밑접촉에서 범대위는 임대상가를 마련해주라는 유가족 측의 요구사항을 전달했지만 서울시는 사인(私人)간의 문제라며 재개발 조합과 유가족이 협의할 수 있도록 중재만 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박래군 집행위원장은 “오세훈 시장은 내년 지자체 선거를 의식해서 종교 지도자를 만나는 등 '명분쌓기용' 행보를 보이고 있지만 태도는 여전히 변하지 않고 있다. 우리로서는 상가 세입자 문제 해결이 포기할 수 없는 요구조건”이라고 못박았다.

용산 참사 문제는 무(無)권리로 상가에서 내쫓고 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지 않은 정부와 서울시의 정책을 변환하지 않고서는 해결될 수 없다는 것이 범대위의 주장이다.

박 집행위원장은 “사인간의 문제라면 왜 용산 현장에 공권력을 투입하고 사람을 죽였느냐, 무책임한 태도다. 정책 전환을 책임지는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고 비난했다.

결국 8개월째 순천향병원과 참사 현장을 오가며 투쟁했던 범대위와 유가족이 거처를 옮기면서까지 투쟁 방식의 변화를 꾀한 것은 정부의 결단을 촉구하는 의미가 크다.

정부의 결단이라는 것은 큰게 아니다. 범대위와 유가족을 대화 상대로 인정하고 해결 의지를 보이는 것이다. 이들이 이날 말하고자 하는 '총력투쟁'의 목표 역시 '이제는 용산 참사 희생자들의 장례를 치르고 싶다'는 것이다.

▲용산 범대위 대정부 총력 투쟁 발표ⓒ 민중의소리 김철수 기자


<기사제공: 민중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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