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6일자 <가톨릭신문>과 <평화신문> 모니터링

롤랑 조페 감독이 새로이 만든다는 영화제목이 'There be Dragons'인 모양이다. 롤랑 조페 감독은 천주교신자들에게는 당연히 1986년 작품인 '미션'이 가장 인상적이다. 그는 그 영화 외에도 '킬링필드' '주홍 글씨' '시티 오브 조이' 등으로 한국의 영화 팬들에게는 꽤 이름 있는 감독이다.

이번 주 <평화신문>의 9면에는 외신으로 들어온 소식이 눈길을 끌었다. 기사에서 “내년 여름 개봉을 목표로 한 롤랑 조페 감독의 새 영화-There be Dragons-는 교황청 직속기구 ‘오푸스 데이’를 창설한 성 호세마리아 에스크리바 몬시뇰의 일대기를 담았다”라고 전했다. 이어 기사는 성 에스크리바 몬시뇰을 짧게 소개하였고, 그가 창설한 ‘오푸스 데이’라는 단체와 함께 '다빈치코드' 등에 묘사된 논란도 알려줬다.

‘추적60분’ 혹은 ‘PD수첩’류의 폭로성(?) 기사를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 한국천주교회 신자들로서는 제대로 알 수 없는 비교적 최근에 시성된 성인과 그가 창설했다는 단체에 대한 교계신문들의 소개가 너무 빈약하다. 성 에스크리바 몬시뇰은 1975년 선종한 후, 1992년 복자품에 올랐고, 10년이 지난 후인 2002년 성인품에 올랐다. 그의 시복과 시성은 모두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시절에 이루어졌다. 그러나 여전히 성인과 그가 창설한 단체인 ‘오푸스데이’는 접근하기가 쉽지 않고 근거를 알 수 없는 소문이 나돈 것 또한 사실이다.

교계신문에서는 그동안 두어 번 이와 관련한 보도가 있었다. <가톨릭신문>은 2002년 10월 13일 ‘오푸스 데이 창설자 에스크리바 시성’ 소식과 2006년 4월 23일 ‘특집/ 다빈치코드의 오류들’을 전했고, <평화신문>은 2002년 10월 13일 ‘오푸스 데이 창설자 에스크리바 신부 성인품에 올라’를 전한바 있다. 두 신문의 검색상으로는 이것이 전부처럼 보인다.

가톨릭교회가 하느님의 품에서 선종한 한 인물을 성인으로 선포하고, 그가 창설한 단체를 교황청 직속기구로 둔다는 것은 어떤 의미보다도 그 인물과 단체가 주님 보시기에 ‘합당하다’는 표현이며 선언이다. 아무리 많은 논란이 있다하더라도 교회와 교계언론들은 그 논란에 당당하게 맞서고 맑고 건강하게 대응해야 하는 것이다. 왜 스스로 우물거리고 있는지 독자들로서는 알 수 없다. 그러기에 소문은 증폭되는 것이다.

심지어 ‘다빈치코드’라는 소설과 영화가 개봉될 무렵에는 ‘오푸스 데이’를 ‘살인단체’로 까지 부르는 논란이 있었다.(<가톨릭신문> 2006년 4월 23일, <평화신문> 2009년 9월 6일) 또한 ‘교황비밀결사대’ ‘극우 결사체’란 표현과 함께 은폐적 이미지에 대한 눈총을 전하기도 했다.(<평화신문> 2009년 9월 6일) 그런가 하면 교계출판사인 분도출판사에서는 지난 1995년 <'오푸스 데이'의 비밀 세계>란 책이 번역 출판되기도 했었다.

‘하느님의 일’이라는 뜻의 라틴어인 ‘오푸스 데이’라 불리는 단체는 1928년 창립되었다. 그들은 누리집(http://www.opusdei.or.kr)을 공개하고 있으며 단지 한국 홍보실이 웬일인지 홍콩에 있는 것으로 되어 있다. 그렇다면 ‘오푸스 데이’는 아직 한국에 회원이나 조직이 없다는 것인지는 알 수가 없다. 8만 5000여 명의 남녀회원 중 98%가 평신도인 점을 감안하자면 조직의 특성상 회원의 공개는 어려울 수도 있을 것이다. 그것은 해당 조직의 고유 품성이며 특징일 수도 있다. 또한 ‘오푸스 데이’가 누리집에 밝힌 것으로 보면 단체의 정신과 주요 특성, 활동 및 조직 등은 다른 단체와 거의 다를 것이 없다.

그럼에도 ‘오푸스 데이’의 창설 성인과 조직에 대하여 국내외 안팎에서 끊임없는 궁금증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신비주의도 현대 경영기법 상 좋은 방법 중의 하나이지만 교계신문들은 보다 밝고 건강하게 접근하여 독자들에게 전달하는 언론의 순기능을 수행해야 할 것이다. 알아야 성인을 공경 할 것이 아닌가? 이미 에스크리바 성인에 대한 영화가 거론되고 있다면 신자들에게 성인의 생애를 잘 전달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1992년 시복식 때 당시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그를 가리켜 “선교 및 복음활동에서 새로운 사도적 지평을 열어준 모범적인 사제”라고 한 바 있다. 혹여, 선교국가인 한국의 교계신문이 세계적인 조직(?)을 건드린다고 지레 겁먹지 마시라. 소설과 영화를 많이 본 탓이다. 롤랑 조페 감독이 만들 새 영화가 기대된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

김유철(가톨릭뉴스 지금여기 편집위원, 경남민언련 이사, 마산교구 민족화해위원회 집행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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