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당에서 마주친 교회]

▲수도자와 평신자는 하느님 나라로 가는 여정에서 서로 조금은 다른 방식으로 걷는 동행일 뿐이 아닐까?(사진/한상봉)

주중에 저녁미사를 드리러 성당에 갔다. 후덥지근한 여름 날, 그것도 평일 저녁시간인데도 많은 사람들이 미사에 참례했다. 마침 이 날은 어떤 가족이 삼일 전에 돌아가신 가장을 기억하며 삼우제 미사를 봉헌하고 있었다. 나는 앞자리에 앉았는데, 마침 삼우제를 지내는 가족들 뒤에 앉게 되었다.

삼우제 미사에 참석한 가족은 단출하였다. 고인의 부인으로 보이는 할머니와 아들 내외, 그리고 손자로 보이는 어린 아이 둘이 앞자리에 앉아 있었다. 30대 중반으로 보이는 아들은 오랫동안 신앙생활을 하지 않은 듯 미사 전례에 매우 서툴고 어색해 보였다. 그는 일어서고 앉아야 할 때를 잘 알지 못했기 때문에 그의 어머니는 그를 눈치껏 이끌어가고 있었다.

영성체 시간이었다. 그는 어머니의 인도에 따라 영성체를 하기 위해 앞으로 나갔다. 그의 어머니는 먼저 성체를 받아 모시고 자리로 되돌아가고 있었고, 그는 성체를 분배하는 수도자(수녀) 앞에서 한참동안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어야 했다. 왜냐하면 그는 성체를 모실 때의 손 자세, 즉 왼손을 위로 하고 오른손을 아래로 하여 성합에 가까이 내미는 일반적인 모양새를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본당 수녀는 그가 세례를 받았는지, 오랫동안 냉담하였는지, 고해성사는 보았는지 이를테면 과연 그가 성체를 모셔도 되는지 자격 검증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의 뒤에서 바로 이 모습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던 나는 미사가 끝난 후에 개인적으로 이 집안의 초상에 대해 선종봉사회 봉사자에게 물어보았다. 봉사자는 한 집안에 초상이 나면 오랫동안 신앙을 쉬고 있는 사람들을 포함해서 모든 신자들에게 고해성사를 보게 한다고 대답해 주었다.)

천주교회에서는 세례 받은 자만이 영성체를 할 수 있으니 수도자가 그것을 선별하고자 하는 것을 누가 뭐라고 하겠는가. 문제는 그 수도자의 시선과 자세였다. 그 수도자는 그를 마치 죄인 취급하듯 꼬치꼬치 캐물었고, 그가 자신은 세례를 받은 신자이며 고해성사를 보았다고 말하자, 이번에는 손 자세를 제대로 할 때까지 곱지 않은 시선과 목소리로 그를 가르치고 있었다. 그리고 그가 바르게 손 자세를 했을 때 그제야, 그렇지만 매우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그의 손바닥 위에 성체를 전하였고, 그녀의 노기는 성체를 분배하는 시간 내내 가시지 않은 채 그의 뒤에 서 있던 나에게 뿐만 아니라 영성체를 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던 다른 신자들에게까지 그대로 전해졌다.

그는 자리로 돌아가서는 어색하고 민망한 표정으로 바른 손 자세를 연습하고 있었다. 그가 얼마나 오랫동안 신앙생활을 쉬었는지 모른다. 하지만 아버지의 죽음을 계기로 다시 찾은 ‘아버지의 집’에서 그는 마치 와서는 안 될 곳에, 그리고 받아서는 안 될 거룩한 밥상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불편한 심정으로 마주 대했을 것 같아 마음 한 구석이 매우 쓸쓸하고 답답했다.

수도자들 대부분이 그리스도의 사랑과 희생을 살아내려는 것을 본다. 그러나 가끔은 수도복이 마치 평신도를 가르치고 감시, 감독하라고 봉헌된 평신도의 상징인 양 살아가는 수도자들을 만나기도 한다. 그들은 평신도들과 신앙을 함께 가꾸어나가는 동반자의식보다 가르치고 지도하는 개념이 우선하는 듯하다.

본당 단체들의 회의시간에도 함께 참여하기보다 회의가 끝나갈 무렵에 들어와서는 논의된 이야기들을 뒤집거나 혹은 훈화말씀이란 형식을 빌려서 자신의 의견을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것이 예사다. 때로는 교회의 전례행위나 행사에서도 평신도들의 작은 실수를 용납하지 못하고 개인과 공동체를 무시하고 상처를 주기도 한다.

공동체나 개인 안에 숨어계신 하느님이 그들에게는 보이지 않는 모양이다. 그분들이 모시는 하느님은 완벽한 인간에게만, 완벽한 인간을 위해서만 계시는 것일까?

휴~ 과연 누가 누구를 위해 있는 것인지 헛갈리는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하지만 더 답답한 것은 이런 불합리한 관행에 대해 우리 신자들은 그저 입 다물고 따르는 것을 미덕으로 여긴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 미덕은 미美덕일까, 미迷덕일까? 분별의 미덕美德이 필요하다. <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


 

저작권자 ©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